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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욕망을 뽐내는 건축물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따뜻하고 포근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어요"
손명박 ㅣ 기사 승인 2018-03-18 23  |  599호 ㅣ 조회수 : 625


Q. 건축사는 어떤 직업인지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하루 대부분을 건물 안에서 보냅니다. 건축사는 그런 건물들을 설계하고, 올바르게 지어질 수 있도록 감리하는 직업입니다. 어떤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데 총괄적인 역할을 하죠.

  건축사가 건축 설계를 하면 시공회사에서 설계도서를 이용해 건물을 시공합니다. 감리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물이 설계도서와 일치하도록 시공되고 있는지 관리하고 감독하는 걸 얘기해요. 이외에도 건축사는 수십 가지의 역할을 합니다.



Q. 건축사와 건축기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건축기사는 건축사의 업무를 보조해주는 직업입니다. 건축기사들은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일하기도 하죠.

건축사와 건축기사의 근본적인 차이는 자격증에 있습니다. 건축사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하는 국가전문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을 말합니다. 반면 건축기사가 되기 위해 취득하는 건축기사 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일종의 기술 자격증입니다. 쉽게 말해 건축기사는 건축사가 되기 위한 하나의 수렴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Q. 건축사가 되고자 한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사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대학처럼 5년제 건축학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에서 공부해야 합니다. 이후 사회에 나와 건축사 사무소에서 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실무를 쌓습니다. 실무를 쌓으면 아까 말한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거죠. 건축사 시험에서 합격하면 최종적으로 건축사가 되는 겁니다.

  반드시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예전에는 건축기사 자격증이 있어야지만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있었어요. 제가 건축사 시험 볼 때만 해도 4년제 대학 졸업 후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다음, 건축사 사무소에서 5년을 근무해야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도가 위와 같이 바뀌게 되면서 이제 건축기사 자격증의 유무는 상관이 없어졌죠.



Q. 어떤 계기로 건축사란 직업을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도 건축사세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아버지의 직업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고, 아버지를 따르기 위해 건축공학과에 입학하게 됐습니다.

  저는 92학번인데 1997년에 졸업을 했어요. 당시 4년제였으니 남들보다 1년을 더 다닌 거죠. 1997년 졸업하고 모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건축공부를 계속했어요. 이후 다소 늦게 군대를 다녀와서 건축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죠.

  5년 동안 건축사 사무실에서 실무를 쌓으며 조금 더 제 생각에 맞는, 제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러기 위해서 건축 분야의 총괄책임자인 건축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래서 공부를 다시 했고, 결국 건축사 자격증을 따게 됐습니다. 이후 제 명의의 건축사 사무소를 개업해서 오늘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직접 설계하신 건축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의미의 건축물은 아니지만, 우선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는 조형물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조형물에 올라가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전망대로, 마포구 상암동의 하늘 공원에 가면 있어요. 한 5~6년 전 즈음에 설계한 조형물입니다.

  설계를 혼자서 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임옥상 화백께서 ‘하늘을 담는 그릇’의 기본 디자인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임옥상 화백은 화백이시지 건축사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구조물을 실제로 설계하고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림이 구조물이 되려면 여러 가지의 기술·공학적인 측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제가 임옥상 화백이 훌륭하게 디자인한 그림을 현실화하는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그 작품이 의미 있었던 것은 미술과 건축의 분야가 함께 어우러져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한 분야의 한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할 수도 있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과 같이 모여 서로 충실하게 협업하는 과정에서 나온 멋있는 결과물이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남산 케이블카를 아시나요? 남산 케이블카가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부와 상부에 승강장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이 승강장은 6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주 작고 오래된 건물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한지라 건물도 낡았었고, 안정상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남산 케이블카가 서울을 찾은 관광객이 한 번 이상 타는 명물이 된 지라 매일 너무 많은 사람이 찾는 바람에 승강장 수용 인원이 초과돼 문제가 된 상황이었죠.





▲ 장 건축사가 설계한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

  그래서 제가 남산 케이블카의 증축 및 리모델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많아진 사회인만큼, 증축 및 리모델링을 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이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하부·상부 승강장이 됐습니다. 힘들었지만, 오늘까지 많은 사람이 찾아주는 건축물이라 저에게 더 의미가 있죠.



Q. 추구하는 건축을 알고 싶습니다.



  예전 제가 학교에 다닐 때나 실무를 쌓는 초반에는 제 중심의 건축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 예쁘고 멋진 작품들을 추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건물의 설계는 물론 건축사인 제가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물론 저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저를 제외한 불특정 다수더라고요. 이제 저를 위한, 제가 추구하는, 저의 욕망이 담긴 건축물이 아닌 그것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생각하고 그들의 요구와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건축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저에게 ‘좋은 건축’이란 저의 건축적인 욕망을 뽐내는 건축물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으로서 따뜻하고 포근한 건축입니다.



Q. 가장 인상을 받았던 건축사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워낙에 훌륭한 건축사들이 많아서 뽑기 힘들지만, 외국이 아닌 국내 건축사에서 한 분을 고른다면 저는 김중업 씨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사실 김중업 씨는 본인이 가진 능력과 사상과 건축 철학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저평가돼 있습니다.

건축은 항상 이 사회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서울에도 있고, 시골에도 있고, 산에도 있습니다. 건축물 자체는 이미 공공성과 사회성을 지니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러한 건축물을 설계하는 건축사는 당연히 사회에 대한 건강한 인식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야겠죠.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수많은 격변기가 있었습니다. 4·19 혁명이라든지, 5·16 군사정변이라든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87년 민주항쟁까지 짧은 기간 내 다양한 격변기가 있어 왔습니다. 그런 격변기 속에서 김중업 씨는 건축사라는 역할과 더불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인물입니다. 제가 모르는 다른 분이 있을지도 모르나 저의 짧은 지식으로 본다면 사회 격동기 속에서 김중업 씨만큼 고민하고, 그 고민을 껴안고 가고자 했던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중업 씨가 가장 인상 깊은 건축사입니다. 정치와 정권에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그가 시대적 상황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Q. 이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건축사는 매우 힘든 직업입니다. 하나의 건물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완공할 때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생각, 경제적 바탕, 그리고 여러 가지 법적, 행정적 절차들이 존재합니다.

  공사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욕구가 항상 같을 순 없잖아요.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든 건축사가 총괄해서 정리하고 풀어줘야 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수많은 악기를 조화롭게 지휘해 좋은 곡을 연주해내듯이, 건축사도 수많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며 공감하고 소통하고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매우 힘든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반대로, 그런 과정을 잘 견뎌서 최종적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하나의 건축물이 빈 땅에 들어섰을 때의 희열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 10년, 20년, 길게는 100년 동안 어느 누군가가 그 건물을 끊임없이 사용하고 그 안을 드나들 것이란 생각은 저에게 큰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것이 제가 건축을 계속하는 힘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과 같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지은 건물들을 행복하게 잘 사용할 때의 그 보람을 계속 느끼고 싶습니다. 어떤 거창하고 거대한 계획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저를 찾아와 건축물을 의뢰하는 건축주들의 만족과 제 만족이 함께 일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건축사를 꿈꾸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격려와 하고 싶은 말을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에게 우리대학에 대한 자긍심을 충분히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모두 멋진 후배들이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이든 간에, 만나 소주 한잔할 수 있는 건강한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건축사라는 직업을 꿈꾸는 후배들이 있다면, 일단 학업에 충실히 임하길 바랍니다. 우리대학에는 굉장히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특히 건축 관련 쪽은 더 그렇습니다. 교수님들과 함께, 많은 토론과 많은 비판과 고민 속에서 건축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렵지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요즘 너무나 먹고 살기가 힘들잖아요. 그렇지만 건축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더불어 사람과 사회에 대한 폭넓고 진취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사회가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고, 그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후배들도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잖아요. 물론 굉장히 어려운 요구 사항이겠지만, 꿈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손명박 기자

grampus@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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