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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월드컵 중계권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
오상익 기자 ㅣ 기사 승인 2010-06-07 00  |  480호 ㅣ 조회수 : 110





월드컵 중계권 분쟁 무엇이 문제인가?


그 동안 우리는 월드컵 방송을 지상파 세 개의 방송사에서 각 방송사의 색깔있는 해설을 취향대로 골라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만 듣게 될 것으로 보인다. SBS가 지난 벤쿠버 올림픽 독점 중계에 이어 월드컵 중계권 또한 독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보편적 시청권 정의와 방송법상 금지행위 규정 논란이 중계권 분쟁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중재에 나서며 방송 3사가 합의점을 찾도록 하려했지만 3사의 끈질긴 협상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결국 SBS의 독점 중계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도 법적인 소송이 이어지는 등 싸움은 계속 되고 있지만 상황변화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SBS 단독 중계 논란
전국에 월드컵 열기가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 3사간의 분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월드컵 중계권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동계올림픽 당시부터 예고된 문제였다.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한 SBS는 남아공 월드컵도 단독 중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후로 많은 언론 역시 차례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월드컵 같은 국민적 이벤트는 공공재라는 게 사회적 합의라고 전제한 뒤, 공공재인 국가적 이벤트는 이윤보다는 시청권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조선일보는 한겨레보다 앞선 3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월드컵 중계권을 시장에 맡기자는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SBS가 불법으로 중계권을 구입하지 않은 이상 방통위에서 중계권 다툼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방송 3사와 다른 언론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문제이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를 일반 국민들이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 방송법에서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호를 위해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관심행사 중계 시 방송사가 시청가구 90%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법이 규정돼 있다. 현재 SBS는 케이블TV, 위성방송 같은 유료가입채널까지 합쳐서 90%이상의 가 시청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KBS는 유료채널을 제외하고 시청가구를 집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케이블 TV, 위성방송, IPTV를 유료 시청하는 가구를 포함시키는 것은 무료로 국민들이 시청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보편적 시청권의 법적취지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90%시청가구의 확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공동중계냐 단독중계냐
월드컵 중계권 분쟁은 단독중계와 공동중계의 필요라는 두 가지가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다. 방송의 다양성을 확보 할 수 있지만 시청자들의 채널선택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공동중계, 시청자들에게 채널선택권을 보장하지만 방송의 다양성 확보가 어려운 단독중계. 이 두가지 딜레마 속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단독중계를 옹호하는 입장은 이러하다. 방송 3사가 같은 화면을 해설자와 캐스터만 바꿔 동시 중계하여 시청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과 동시에 아무리 국민적 관심사가 큰 경기라고 할지라도 모든 방송사가 특정 경기를 중계하는 것은 국민들에게서 채널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전파를 낭비한다는 것이다. 주요 뉴스는 물론 다른 프로그램들도 스포츠 이슈로 도배돼 스포츠와 소외된 시청자들은 원하지도 않는 방송을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단독중계로 해결가능하다는 것인데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며, 스포츠 중계가 보기 싫고 그 시간의 드라마나 기타 방송을 시청하고 싶은 시청자는 얼마든지 다른 채널을 선택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공동중계를 원하는 입장은 단독 중계는 방송의 다양성 결핍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싶은 캐스터와 해설자에 대한 선택권을 박탈한 방송사가 중계하는 경기만을 봐야 하고 또한 시청률에 연연해하는 방송시장의 원리상 인기 경기 위주로 편성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청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특정 경기만을 생중계나 하이라이트로 집중 편성하게 되면 실제로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 중 우리나라 경기나 주요국가의 경기 이외에 관심이 덜가는 경기는 편성에서 배재 돼 공동중계시 발생 할 수 있는 다수의 경기의 시청 가능성이 없어질 수 있다.


다른 두 방송사가
포기하지 않는 이유
수익성만 따진다면 KBS나 MBC로선 굳이 중계권 분쟁에 뛰어들만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KBS와 MBC는 그토록 공동중계에 매달릴까.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를 떠올려보면 당시 김연아를 비롯한 우리 선수단의 선전에 전국민이 환호하는 동안 두 방송사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두 방송사는 중계만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SBS가 제공하는 턱없이 부족한 영상에 뉴스 화면조차 제대로 제작할 수 없었고,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없었다. 올림픽 열기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그래서 뉴스에서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영상을 특집 프로그램에 삽입하거나 외국 방송사의 화면을 사용하는 등 대안을 활용했지만 SBS는 이 역시도 올림픽 방송권 침해라며 시정조치를 요구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들이 배제된다면 우리 축구 대표팀이 어떤 성적을 내든 KBS와 MBC는 향후에도 자료화면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밴쿠버 올림픽을 경험삼아 보면 두 방송사에게 단기간의 수익성 이외에 장기적인 엄청난 타격이 될지 모른다.


길거리에서 월드컵을
보지 못한다?
앞서 언급된 문제 이외에 이번 월드컵에서 또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길거리 응원이다. 2002년부터 축구 붐이 일어나면서 월드컵 길거리문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낸 우리나라였다. 모든 국민들은 어디를 가든 TV앞에서 응원을 할 수 있었고 또한 그 수가 하나 둘씩 모이며 대규모 집단응원 문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BS는 대형 음식점과 호텔, 지방자치단체 등에 “월드컵 방송을 틀려면 돈을 내라”는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SBS가 요구한 금액은 많게는 2억 원에서 작게는 200만원에 이른다. 시청 등 길거리 응원전을 후원하는 기업들에게도 중계권료 외에 공공 시청권료로 2억 원 가량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 단체 응원전을 기획했던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다. 월드컵을 비상업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최소 1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돈을 내야 하다는 SBS의 공문에 지자체 단체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10명 이상’ 모여서 단체 관람하는 행사는 무조건 돈을 내야 한다는 SBS의 통보에 시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월드컵 경기 때마다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일렁이던 붉은악마 응원전은 올해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더 존중해야
단순히 어느 한 방송사가 중계권을 독점했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MBC, KBS, SBS 지상파방송사 3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해왔던 것일까? 또 이들의 스포츠 중계권 전쟁 역사에 비춰 보았을 때 이번과 같은 결과에 대해 과연 서로를 비난 할 수 있는 입장인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중계권과 관련된 문제들은 지상파 3사가 그 동안 상업적 이윤에 눈이 멀어 효율적인 협의를 이뤄오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에 바람직한 공동중계를 시행해 나가되, 방송 3사는 자사의 이익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더욱 존중해야 할 것이다. 월드컵이 분명 국민적 관심이 많이 가는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 기간 내내 축구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 시청권을 더 심각하게 침해 할 수도 있다. 그래서 SBS와 두 방송사간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국민들의 다양한 시청권 보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오상익 기자 breathless@snu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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