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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학 언론, 그들의 입은 어쩌다 막혀 버렸나
전유진 ㅣ 기사 승인 2017-03-19 17  |  584호 ㅣ 조회수 : 321
  학생처는 지난 2월 19일(일), 입학식 신입생 가방에 배부된 본지 제583호 2,000부를 강제 수거했다. 본사는 이를 명백한 배포권 침해 행위로 보고 있으며, 언론 탄압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본사는 이에 지난 2월 20일(월) 성명문을 내고 관련 규정 신설과 학생처의 조속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학생처와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3일(월), 서울대학교에서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주간과 학교의 편집권 침해로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1면이 백지로 발행된 것이다. 학내 사안을 구성원에게 알려야 하는 임무를 가진 언론의 입을 대학본부가 계속해서 가로막는 행위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



  대학본부에서 대학언론을 통제하고 탄압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학교 이미지 형성에 방해가 된다’거나, ‘학생들이 몰라도 될 이슈’라는 이유가 태반이다. 이번 본사 배포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학생처에서는 ‘학교 이미지가 나빠진다’를 이유로 들었고, 서울대 대학본부는 오히려 기자단에서 편집권 침해라고 하는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호외 백지발행





  서울대학교 공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전 주간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 정상적인 발행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대학신문』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대학신문』 전체 기자단 일동




  지난 3월 13일(월) 발행된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의 호외* 1면에 담긴 내용이다. 대학신문은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학교 당국과 주간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기자들의 사비로 백지발행의 1면이 포함된 16면의 호외를 발행했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추진과 관련해 지난 2013년부터 학교 측과 학생 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학사위원회에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추진하고 8월 실제로 협약이 체결되자 학생들은 학생과의 소통 없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태도에 분개하며 지난해 10월 학생총회를 열고 본관 점거 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약 5개월간 이어져 온 농성은 지난 3월 11일(토), 점거 농성 중이던 학생들에게 학교 측이 물대포를 뿌리는 등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면서 큰 이슈가 됐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은 지난해 10월 학생총회와 본관 점거 농성을 학내 최고 이슈라 여기고 1면에 관련 내용을 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학신문에 따르면 주간교수는 일방적으로 학생총회, 본부점거 이슈를 축소하고 ‘개교 70주년 기념’ 이슈의 비중을 늘릴 것을 강요했다. 대학신문은 주간교수의 행동에 대해 “담당자가 완성한 판을 검토해야 할 주간이 직접 판을 제작하려고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고 비판했다.



  주간과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학신문은 편집권 침해가 지난 1년간 이어져왔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월 주간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반올림’에 대한 기사가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발행을 불허했다. 또한 주간은 ‘개교 70주년 기념 기획’ 기사를 1년간 10개를 발행하는 사업을 대학본부와 독단으로 체결했다.



  대학신문 기자단은 지난해 10월 20일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주간의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사칙 개정을 대학본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 기자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기자단이 잘못된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편집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 ‘타인을 오도하는 부당한 명예훼손이다’라는 답변이었다. 또한 주간이 인사권, 광고권, 예산을 이용해 기자단을 압박했다고 대학신문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창간 65년 만에 처음으로 백지발행을 감행했다. 대학신문은 호외로 발행된 이번 신문에서 본부와 주간의 편집권 침해 사례를 폭로하고, ▲주간의 편집권 침해를 인정할 것 ▲편집권 침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칙 개정을 약속할 것 ▲『대학신문』의 비정상적 인력·예산 상황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을 요구했다.



*호외 :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임시로 발행하는 신문이나 잡지.



편집권·배포권을 둘러싼

대학 언론과 대학 본부의 줄다리기



  대부분의 대학신문(학보)은 대학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대학신문사의 예산은 대학에서 결정되고, 발행인이 총장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학신문은 대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는 예산과 학생 기자에 대한 인사권 등을 무기로 대학의 언론자유를 탄압해왔다.



  작년에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에 관한 기사를 실으려던 서울여대학보가 외압 때문에 1면을 백지로 발행했고, 같은 해 9월 상지대학보는 기사 내용이 너무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전량 강제 수거됐다. 2011년에는 등록금 관련 학생총회 무산 기사를 1면에 실으려던 건대신문 기자와 주간의 갈등이 심해져 결국 기자들이 발행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주간이 편집국장을 해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학 언론 탄압의 사례를 살펴보면 ‘편집권’과 ‘배포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다반사다. 학생 기자들은 대학 언론이 학교기관이기 전에 하나의 언론사로서 편집권과 배포권을 기자가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침탈하는 학교 측에서는 편집권과 배포권을 갖는 주체가 학교 규정상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편집권과 배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편집권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외부 압력과 내부 경영진의 간섭을 배제하는 기능을 한다. 편집권과 경영권은 완전히 다른 범주인 것인데, 이를 상호관계로 오해하면서 대학 언론 편집권 침해가 이뤄지는 것이다. 편집권은 엄연히 언론의 내적 자유, 즉 기자의 양심과 편집 종사자의 업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배포권은 저작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신문 등의 진흥에 따른 법률?에 따르면 ‘신문 및 인터넷신문은 언론자유의 하나로서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배포, 즉 신문을 발행하고 그 내용을 공표하는 행위는 언론사가 갖는 자유인 것이다. 배포권을 정확히 정의하고 있는 것은 저작권법인데, 저작권법 제20조에 따르면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갖는다. 기사의 저작자인 기자가, 기사의 저작권이 언론사에 귀속될 때는 언론사가 배포권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경영권과 편집권, 배포권을 분리하지 않고 같은 범주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예산과 인사권, 또는 교수나 교직원이라는 신분을 무기로 대학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대학 언론을 ‘학교 홍보지’ 정도로 취급하는 인식이 교수, 교직원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대학 본부가 대학 언론 탄압의 이유로 ‘학교 홍보에 해가 되는 기사를 발행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주로 내거는 이유다.



  그러나 어떤 언론도 그 소유주나 경영사의 홍보 도구로 사용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는 2012년 부산일보와 사주 정수장학회의 편집권을 둘러싼 분쟁에서도 알 수 있다. 당시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던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편집국에서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사를 발행하려 하자 윤전기 가동을 멈추며 발행을 방해했다. 부산일보 기자들은 직접 윤전기를 돌려 신문을 발행했고, 부산일보의 이정호 편집국장은 해고됐다. 이 국장은 부산일보사를 상대로 대기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일련의 과정이)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언론의 자유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고,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공영언론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공영언론에 대한 비판과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영방송이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11일(토)에 열린 제20차 촛불집회에서 이용마 MBC 해직 기자는 “공영방송 사장을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다시 대학 언론으로 돌아오자. 대학 언론의 경영권이 대학에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은 그 소유주가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신문법에서 명시하듯 신문은 언제나 그 편집 또는 제작의 기본 방침이 ‘독자’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 신문의 독자는 과연 누구인가.



  또한 언론은 언론중재법에서 명시하는 것처럼 언제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 누구든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 언론은 ‘공익’을 대변하는 역할이지 소유주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학 언론 또한 하나의 언론으로서 소유주인 대학을 위해서가 아닌, 대학 구성원의 공익을 위해 기사를 발행할 의무가 있다.



대학 언론은 왜 싸워야만 하나



  본지는 지난 2월부터 학생처와 학생회의 배포권 침해 행위를 규탄하고 대응행동을 이어나갔다.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 일부 단과대학은 2월 말 사과문이나 입장문을 통해 본지에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학생처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본사는 두 차례 학생처와의 만남을 가졌지만, 학생처에서는 “이것이 언론 탄압에 해당한다는 구체적인 법 조항을 들고 오라”, “우리가 배포를 못 하게 한 것은 아니다”는 말을 일삼으며 사과할 뜻이 전혀 없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오히려 학생처에서는 강제 수거된 신문을 다시 배포하지 않은 것이 신문사의 직무유기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그렇다. 언론 탄압을 인정하지 않고, 학생 기자를 기자로 대하지 않으며, 대학 언론을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대학 언론은 현 시국의 공영방송들처럼 대학의 압박과 기자의 양심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고 있다.



  언론을 장악하고 탄압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던 박근혜 前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이후 공영언론을 포함한 언론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들려온다. 이는 구시대적인 언론 탄압의 폐습을 끝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대학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들 한다. 미래를 이끌어야 할 대학 사회가 현시대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학 언론은 80년대, 90년대부터 언론 탄압을 규탄해왔다. 아직도 대학 언론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 언론의 존재 이유인 독자, 학생들의 공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케케묵은 이야기라도 해야만 한다. 대학 언론이 끊임없이 편집권과 배포권의 독립을 위해 대학 본부와 대립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의무와 사명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전유진 기자

  uzj109@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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