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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이지 않는 눈, 불법촬영
권나경, 주윤채, 현예진, 김여은 ㅣ 기사 승인 2017-11-13 14  |  594호 ㅣ 조회수 : 196






단순한 시공 문제 탓이라 생각했던 화장실 문구멍에서 초소형 카메라가 발견되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여성들은 화장지로 구멍을 막기에 바빴고, 심지어는 더 이상 공중화장실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불법촬영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그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내 모습이 찍히고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촬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려고 제작된 초소형 카메라는 점점 더 교묘하게 발전하고 있다. 초기에는 안경 카메라, 볼펜 카메라 등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USB, 라이터, 벨트 등의 형태로 진화했다.



더 놀라운 것은 초소형 카메라를 구매하기가 매우 쉽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서 초소형 카메라의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옥션, 11번가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초소형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다. 이 말은 즉,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불법촬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촬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공포를 안겨주고 있는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봐도 알 수 있다. ‘Play 스토어’에 등록된 ‘숨겨진 카메라 탐지기’ 앱을 내려 받은 사람의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심지어 이 앱은 외국인이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후기의 대부분은 한국인이 남긴 글이다. 우리나라에서 불법촬영 문제는 확실히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또한, 편히 쉬기 위해 들어간 숙소에서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다. 숙박 앱의 ‘몰카 안심 존’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숙소에 설치돼 있던 카메라로 불법촬영 피해가 점점 늘자 불법촬영으로부터 걱정을 덜 수 있는 ‘몰카 안심 존’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주로 금전적 이득이나 쾌락을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은 당사자들도 모르는 ‘국산 야동’이 돼 유포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도시 괴담 정도로 여겨졌던 ‘동서울터미널 화장실’ 얘기가 사실로 밝혀졌다. 불법촬영의 대상이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종합해보면, 동서울터미널 3층 남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SNS를 통해 한창 퍼질 때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하나의 ‘썰’로만 존재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1일(토)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 숨어 다른 남성을 불법촬영하고 있던 40대 남성을 경찰이 체포하면서, 동서울터미널 괴담은 단순한 ‘썰’이 아닌 것으로 증명됐다.





불법촬영과 관련된 범죄와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디지털성범죄(불법촬영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에는 불법촬영에 쓰이는 몰래카메라(이하 몰카) 판매규제부터 관련 범죄 예방에 이르는 6단계 범죄 개선 방안이 있다.



1단계인 ‘변형 카메라 판매, 수입 규제’는 변형 카메라의 수입, 판매업 등록제의 도입이다. 먼저 불법 영상 촬영 기기의 수입 심사를 강화해 현재 규제 없이 판매되는 몰카의 판매를 엄격하게 제재한다. 또한, 스마트폰의 ‘무음 촬영 앱’을 다운로드 할 때는 타인의 동의 없이 촬영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하는 조항이다.



2단계 ‘불법 영상물 신고 신속 처리’는 앞으로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시 3일 이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긴급 심의를 통해 불법촬영물을 삭제, 차단할 수 있고, 수사기관에 요청했을 때에는 즉시 불법촬영물을 차단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현재 불법 영상물을 삭제, 차단하는 데는 평균 10.8일이 소요된다.



또한 3단계인 ‘디지털 성범죄 단속, 수사’는 지하철 역사 등 불법촬영에 취약한 곳의 현황을 일제 점검한다. 숙박업자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직접 영상을 촬영한 것이 적발되면 최대 영업장 폐쇄 처분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4단계는 ‘디지털 성범죄자 처벌 강화’다. 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 유포 시 현재는 징역 3~5년 또는 벌금 500만원~1000만원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벌금형을 없애고 징역형으로만 처벌하자는 것이다.



5단계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에는 불법촬영 영상 피해신고 센터를 운영해 불법촬영 영상 삭제, 사후 모니터링, 법률 상담 등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지금까지 피해자가 부담했던 디지털성범죄 기록물의 삭제비용을 가해자에게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6단계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에는 공공기관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시 디지털 성범죄 교육을 추가하는 등 불법촬영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출처: 스마트 서울경찰 Blog) 이처럼 정부는 불법촬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평범한 시민도 이에 일조할 수 있다. 바로 ‘스마트 국민 제보’ 앱을 다운받는 것이다. 2015년 4월부터 서비스 중인 이 앱은 국민 참여 중심의 목격자 제보 서비스다. 이로써 안심 치안,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를 누구나 간편하게 제보할 수 있다.



제보 항목은 크게 10가지로 구분된다. 카메라 이용촬영범죄 뿐만 아니라 ▲보복운전 ▲교통위반 ▲폭주레이싱 ▲난폭운전 등이다. 이 앱은 본인 확인 과정만 거치면 제보항목과 관련된 자신의 핸드폰 속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해 손쉽게 경찰에 제보할 수 있다. 시민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단속에 참여해 단순한 법적 규제 강화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을 포착하고, 실질적인 불법촬영 단속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캠페인이 시행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내 불법촬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스탑 다운로드킬(Stop Downloadkill)’ 프로젝트를 지난 10월 2주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불법촬영을 가장한 경고영상을 배포해, 영상을 다운받아 시청한 사람들에게 불법촬영물 소비가 잘못된 행동임을 일깨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상은 일반적인 ‘몰카’와 유사한 포맷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영상 속의 여성은 어느 순간 귀신으로 변하고,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건,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외에도 모텔 편, 탈의실 편, 화장실 편, 지하철 편 등 다양한 버전의 경고영상을 제작해 불법촬영물이 횡행하는 국내 파일 공유 사이트 23곳에 매일 170개씩 2주간 업로드했다. 다운로드 수는 무려 2만 6천건에 달했고, 같은 기간 동안 해당 영상이 업로드된 사이트의 불법촬영물 유통량이 최고 11%까지 감소한 효과가 있었다.



‘빨간 원 프로젝트’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금지·경고·주의 등의 의미가 담겨있는 빨간 원 스티커를 붙여 스마트폰 카메라 불법촬영과 그 촬영물의 확산을 막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LOUD)가 함께 추진한 이 프로젝트에 기자 또한 동참했다. 마침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던 지인에게 스티커를 얻을 수 있었다. 빨간 원 스티커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페이스북 공식계정과 홍보실에 문의하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빨간색의 테두리 원을 보고 경고 표지판을 떠올렸다. 먼저 전면 카메라에 붙여봤다. 전에 없던 빨간 테두리가 생겨서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테두리가 얇아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또한,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어도 뿌옇거나 흐리게 촬영되지 않았다.



불법촬영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거나, 카메라를 보면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소름과 오싹함이 드는 사람이 많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불법촬영 카메라 발견 후기를 본 이후부터 카메라에 위화감과 거부감이 들어 사진을 잘 찍지 못했다. 하지만 이 스티커를 카메라에 부착한 후에는 달라졌다. 스티커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이후 카메라를 볼 때 거부감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불법촬영에 대한 정보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빨간 원 프로젝트 외에도 스티커를 이용해 불법촬영 및 촬영물에 경고를 보내는 다른 사례들이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에는 과연 이 조그만 스티커가 불법촬영 방지에 큰 역할을 할까 의문이 들었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불법촬영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법촬영에 대한 두려움은 줄어든다.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도모하고, 경계성을 일깨울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우리 스스로 참여가 필요하다. 불법촬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다면, 핸드폰 카메라에 자신만의 빨간 테두리를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권나경 기자 mytkfkd1109@seoultech.ac.kr



주윤채 기자 qeen0406@seoultech.ac.kr



현예진 수습기자 2sally2@seoultech.ac.kr



김여은 디자인기자 ykim96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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