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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포를 먹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고한다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05-07 22  |  601호 ㅣ 조회수 : 206
    지난 3월 인문사회대학 게시판에 13학번 단체 카카오톡방 사건(13학번 남학우들 사이에 만들어진 단톡방에서 같은 학번 여학우들에 대한 외모비하 및 성희롱, 몰카 행위 등이 밝혀지며 공론화된 사건)과 관련해 익명의 학생들이 쓴 ‘낯선 이름 익숙한 공포’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부착됐다.



대자보에는 가해자들의 복학 사실을 비롯해 ▲가해자 정보 공개 ▲사건정보 공개 ▲자필 사과문 공개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학과인 문예창작학과(이하 문창과) 측의 답으로 지난달 21일 임시총회가 진행됐다. 그 후 지난 4일(수) 오후 6시 어의관 406호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2년 뒤 드러난 사건,

3년 뒤 재점화되다



  간담회는 ▲문창과 김미도 교수의 사건 경과 설명 ▲질의응답 ▲안서원 성평등상담센터장의 발언 ▲문창과 교수진들의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김 교수는 13학번 단톡방 사건을 중심으로 사건 경과를 설명했다.





▲ 지난 4일(수) 문예창작학과 교수들과 재학생들이 13학번 단톡방 사건 간담회를 열었다.



  문창과가 13학번 단톡방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사건이 일어나고 2년 후인 2015년이다. 당시 문창과 15학번 사이에서 일어난 일베 사건(15학번의 J 학우가 S 학우의 아이디를 도용해 일간 베스트 사이트에 다수의 여학우를 성희롱하여 S학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을 조사하다가 13학번 여학생의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올랐다. 현재 단톡방 사건의 가해자 중 일부는 자퇴하고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다.



  다른 가해자들 대다수가 군대에 입대한 상태였다. 문창과 교수들은 군대에 있는 가해자 3명과 피해자 3명을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는 정식으로 징계를 회부하느냐 아니면 피해자와 합의점을 찾느냐가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문창과는 합의점을 찾고 회의를 끝냈다. 학과측에서 고안한 방법은 피해자들이 졸업할 때까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건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하는 것”이라며 “가해자들이 무기정학을 받는다 해도 학교에서는 반성하는 경우 선처하려는 경향이 있어, 어느 정도 무기정학을 끌고 갈지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년 휴학한 피해 여학생까지 포함해 모든 13학번 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인 2017년 2학기까지 가해자들이 휴학할 것을 권고했고, 대부분 가해자가 받아들였다. 또, 자필 반성문과 학교가 제공하는 모든 혜택(장학금, 교환학생 등)에서 배제된다는 부분에서도 합의했다. 이에 불복한 한 가해자는 대법원까지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현재까지 무기한 정학처분이 유지되고 있다.



  한편 김 교수는 익명의 대자보와 관련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학교가 실명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내가 판단할 때는 (복학한 가해학생들이) 많이 반성하고 복귀했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브리핑 이후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가한 A 씨는 “단톡방 개설이 또다시 일어나기 쉬운 일이고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설사 반성했다 해도 확인할 길이 없고 가해자들이 재학생들과 몇 개의 수업을 같이 듣는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교에 다니기가 겁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과 측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인지 물었다. 김 교수는 “가해자 본인이 실명을 걸고 사과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해결일 수는 있겠으나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수업개설 최소인원으로 인해 분리해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렵다”고 답했다.



  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가해자들을 두고 주동자, 중간 가해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한 학생이 중간 가해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주동자, 중간 정도라는 표현은 피해자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답했다.(피해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중간 정도 학생이라고 하면 생각 없이 맞장구치고 같이 성희롱에 가담한 정도”라고 전했다.



  재학생 B씨는 공개된 일부 카톡 대화만 봐도 수위가 상당한데 중간 정도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잘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전달 받은 건 전체 자료가 아니라 일부이며, 피해자와 가해자가 다 같이 모여서 합의점을 찾을 당시 피해자가 학교에 정식으로 징계를 원했으면 학과 측에서 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합의 과정에서 징계까지 회부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됐다”라고 답했다.



신고가 늦어서 벌어진 일?



  한편 간담회에서는 ‘신고에 대한 무의미함’과 ‘징계절차의 간소화, 징계수위를 높이는 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 교수는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바로 신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신고를 해도 소용없는 게 아니니 좀 더 빨리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탄식했다. 한 학생은 김 교수의 이런 발언에 “1년은 피해자들이 신고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 기간인데 어째서 그 때 목소리를 내지 않았냐는 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힘들겠지만, 센터에 바로 신고는 못 하더라도 제게 바로 연락을 취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서원 성평등상담센터장은 “신고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상담을 진행하고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적절한 조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건이 일어나면 바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제25대 문창과 사이시옷 박은아(문창·15) 정학생회장은 “우리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기 동안 학생 분들이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주시면 우리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정학생회장은 “앞으로 가이드라인 구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사이시옷 총학생회는 간담회가 끝난 후 간담회의 내용을 토대로 ‘학칙 개정을 요구한다면 그 구체적 사항은 무엇이 될지’, ‘문예창작학과 사이시옷 학생회에서 앞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본지는 간담회 이후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단톡방 피해자와 대자보 관계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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