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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기 쉬워진 세상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17-06-04 21  |  589호 ㅣ 조회수 : 32
기자는 아날로그 감성을 꽤 좋아한다. 바꿔 말하면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신기술과 그를 적용한 온갖 제품들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자의 이런 성향은 휴대전화 선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고 꽤 지났을 무렵인 재작년 여름, 기자는 사 년 가까이 쓴 피처폰을 바꾸기로 했다. 기자가 고른 건 폴더형 스마트폰이었다. 폴더를 여닫을 때의 손맛이 그렇게 착착 달라붙을 수가 없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기자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여기서 얘기하는 ‘신세계’는 바로 카메라다. 웬만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만큼의 성능을 내는 데다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곧바로 꽤 높은 수준의 편집까지 가능했다. 전송의 자유로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물며 폴더형 스마트폰이 그랬으니, 일반적 형태의 스마트폰 카메라들은 어땠을까.



집안에 카메라가 가득했던 기자는 회의감을 갖게 됐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점점 없어지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하고, 스마트폰은 DSLR, 컴팩트 카메라들과 비교도 안 되는 편리함을 갖추고 있었다. 화소 수가 부족하지도 않고(오히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들의 화소수는 웬만한 카메라를 상회한다) 조리개 성능도 뛰어나며, 자동 초점 기술은 날이 갈수록 좋아져 셔터 한 번이면 그럴 듯한 사진이 완성된다. 하물며 영상이야 말할 것도 없다.



기자의 염려(?)대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싶으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터치 몇 번만 하면 되고 품질도 훌륭하다. 굳이 무거운 카메라를 매달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뭘 하든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던 기자는 요즘 세상이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니다. 하루마다 수없이 많은 사진과 영상들이 기록으로 쌓인다. 방법이 크게 어렵지도 않으니 누구든 특별한 노력 없이 찍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카메라가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카메라를 가진 친구가 많이 없고, 있다 해도 사용법을 잘 몰라 쓰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카메라를 곧잘 다루던 기자가 자연스럽게 ‘사진 담당자’가 되곤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카메라 시대로 넘어오면서 기자는 그 직책을 내려놨다. 기자의 폴더형 스마트폰 카메라보다 친구들의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기분 좋은 일일 텐데, 기자는 그 가운데 묘한 느낌 하나를 갖고 있다. 사진 찍기가 쉬워진다는 건 사진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굳이 사진 이론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결과물이 잘 나오니까. DSLR 카메라나 다른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들도 사진에 큰 흥미가 없다면 굳이 사서 쓸 필요가 사라진다. 사진이야 결과물만 잘 나온다면 속된 말로 ‘장땡’일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카메라들이 대중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쓸데없는 걱정일까. 혹자는 기자를 바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배우지 않아도 사진이 잘 찍힌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느냐고.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지금보다도 더 좋아지고 DSLR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기자도 참 좋아하겠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과거의 디지털 카메라들에 향수를 느낄 것만 같다. 사진 한 번 찍기 참 불편했던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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