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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는 계속 옮겨져야 한다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17-09-03 22  |  590호 ㅣ 조회수 : 108
때는 전국시대. 자신을 상앙이라 소개한 남자가 통나무를 내려놓더니 군중에게 선언했다. “이 통나무를 옮기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게 정말인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이윽고 한 사람이 나서 그 일을 수행했다. 그리고 그가 진짜 천금을 받아가자 군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람들은 보았다. “법이란 이런 것이구나.” 아니. 사람들은 느꼈다. “법이란 지킬수록 좋은 것이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형은 기념비적인 일이다. 삼성가는 3대에 걸쳐 대한민국의 법전을 우롱했다. 이 부회장의 조부는 밀수를, 부친은 배임과 성매매, 그리고 본인은 뇌물공여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으뜸가는 부자이자, 살아있는 권력으로 살아 왔다. 헌데 이들 중에서 오직 이 부회장만이 1심에서 징역 5년이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 부회장의 형량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잖다. 이들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이 부회장은 개인을 위해 수십억의 뇌물을 제공했다. 관련 청문회에서는 위증까지 했다. 이를 통해 본인과 기업의 수혜와 책임회피를 도모했다. 그런데 형량이 고작 징역 5년이다. 이청연 전 인천교육감이 뇌물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이 때 그가 받은 돈은 3억이었다. 수수와 공여의 형량 차이는 존재하나, 금액의 차이가 너무 턱없다. 게다가 툭하면 국가 경제를 핑계로 경제인들을 특사로 내보냈던 시절이 불과 얼마 전이다. 또 한 번의 ‘경제인 봐주기’라는 말을 마냥 투정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시작일 뿐이다.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향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 정유라 등 국정 농단 당사자들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정경유착을 타파하고 검찰개혁에 나서겠다는 정부에게 국민이 내민 첫 번째 과제였다. 삼성이란 거대기업의 총수를 영어의 몸으로 만든 것만으로 만점을 받을 수 없다. 국민이 내어준 권력을 우습게 알고, 사익을 챙긴 자들에 대한 엄격한 징치(懲治)가 이어져야 한다. 유죄가 유력한 만큼, 부당 이득을 환수하는 일까지 매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후 재판은 사법부에 대한 새로운 과제인 셈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그동안 약자였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늘 선의를 이용하는 강자에게 빼앗겨 왔다. 결국 사람들은 그들처럼 되기 위해 법을 버리기 시작했다. 사회악의 시작이 대부분 이렇다. 법이란 언제나 ‘공명정대한 사회’란 이상을 강조해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만인에 평등한 법. 이를 굳건히 지켜야 국가가 바로 설 수 있다.



사법개혁의 시작은 당연히 사람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검찰 내 적폐라 규정된 세력을 쳐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초법적 지위를 누려온 많은 강자들과 이를 동경하는 사람에게 일러줘야 한다. 법은 ‘원래’ 만민에게 공평하다는 것. 따라서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명하다. 죄를 저지른 자에게 지당한 벌을 내리는 일은 기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법을 집행하는 이가 이를 확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그것이 오늘날 정부가 국민에게 선보이는 ‘통나무’다. 한 번 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미 멀찍이 떨어진 통나무, 이제 조금 옮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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