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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소고가 될 것인가, 국민의 자명고가 될 것인가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17-11-26 08  |  595호 ㅣ 조회수 : 126
과거 동창 또는 동집사창이라 부르는 무서운 조직이 있었다. 명나라 영락제의 직속 정보 기관으로 시작한 동창은 오늘날 국가정보원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들은 국가 반역자를 색출하고 감시했다. 심지어 암살까지도 그들의 몫이었다. 그 명성이 널리 퍼져 조선 조정도 이들을 경계해야 했다. 굳이 따지자면 동창은 국가정보원의 대선배 격인 셈이다. 하지만 선배와 다르게 오늘날의 국가정보원은 동네북 신세다. 서글프게도 다른 건 본 받지 않고 몰락 과정만 빼 닮았다.

댓글부대로 상처 입은 국가정보원의 이미지는 특수활동비 상납으로 한 번 더 깊게 베였다. 국가정보원은 정호성 전 비서관을 비롯한 ‘문고리 3인방’에게 총 40억원을 상납했다. 그 돈가방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흘렀다. 이 뿐인가, 국가정보원은 대통령도 아니고 일개 비서관인 안봉근 몫의 돈가방을 준비했다. 현재는 이 돈의 일부가 청와대의 여론조사 비용과 여론 조작에 활용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국가 안보를 위해 사용하라고 맡긴 세금이 정권의 비상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국가정보원이 몰락한 이유로 ‘비밀 조직’의 특성을 지목한다. 비밀 조직은 외부 간섭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 권력에 필연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이는 분명 설득력이 있는 지적이다. 실제로 특수활동비는 007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비밀 작전을 통해 전달됐다. 국가정보원을 감시하는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그들이 정권과 결탁을 했기에 미리 알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정보 기관을 보호하려는 장치가 이들의 타락을 방조해온 것이다.



국가기관은 그 자체의 기능을 수행할 때 빛이 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은 여태껏 권력에 기꺼이 예속돼 왔다.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 신군부의 안전기획부가 바로 그 예다. 박근혜도 전직 대통령들의 뒤를 충실히 따랐다. 그 결과가 오늘의 몰락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권에서 제시된 해외정보원도 괜찮은 제안이다. 실제로 대한제국 시절의 고종은 ‘제국익문사’라는 정보기관을 운영해 주로 일본인을 감시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권력과의 유착 문제는 없었다.



앞서 언급한 동창은 강력한 위력을 가졌지만 함부로 준동하지 못했다. 영락제가 이들을 적절히 이용했기 때문이다. 영락제는 정보를 토대로 국가를 경영했지만, 하수인들을 권력의 중심에 두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반란으로 황제에 오른 자신의 전제 권력만을 강화한 것이다. 우리도 영락제처럼 그들의 기능만을 철저히 이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과 정보기관 간 유착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정보기관은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국가정보원이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이제 구조적 측면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 방안이 국가정보원 권한의 축소든, 성격의 재편이든 곪아버린 국가정보원의 병폐는 골든타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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