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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올림푸스가 아니다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17-12-10 10  |  596호 ㅣ 조회수 : 190
온라인을 통해 울리는 국민의 북소리는 오늘도 그칠 줄을 모른다. 국민들은 이전에 없던 큰 힘을 얻었다. 목소리를 한데 모아 전할 수 있는 창구를 가진 것이다. 하나의 의제에 각자의 소리를 더할 수 있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청와대에 직접 국민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확실한 무대, 이것이 바로 오늘의 국민청원 제도다.

기존의 국민신문고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하위 부서가 민원을 받는 형태는 공감대가 필요한 의제를 다룰 수 없다. 국민청원 제도는 이 맹점을 대하는 첫 노력이다.



소통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그의 표어를 실천하고 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직접적인 수단을 만들었고, 인터넷 군중에 응답했다. 국민들도 이를 아낌없이 활용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응답하는 동영상은 화제를 불렀다. 이국종 교수가 운영하는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는 청원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분명 이번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좋다. 이렇게 정부 소속 누리집에 국민들이 자주 들락날락한 때가 없었던 것이다.



허나 국민 청원 제도에도 위험성은 존재한다. 청원의 내용이 문제다. 낙태죄는 분명 재론할 필요가 있는 법률이다. 20만 명이란 청원인 숫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국론으로 인식하는 건 위험하다. 낙태죄는 생명을 다루는 문제다. 당연히 각계의 반응이 상반될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손짓에 바꾸고 탁탁 털어버릴 일이 아닌 것이다. 또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역시 정부는 해결할 수 없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는 설령 1,000만 명이 북을 쳐도 안될 일이다. 또한, 주취감형, 아동대상 범죄에 대한 증형은 의회가 의논할 문제다. 이 와중에도 군중이 원하는 것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 중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분명한 의제도 있을 터다.



청와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신문고가 있던 시절의 위정자는 절대 권력자였다. 지금의 문 대통령은 무소불위가 아닌 여소야대 상황에 놓여 있다. 그가 가진 권능은 왕에 비해 작다.



현재의 국민청원에 대한 국민의 열광은 두 측면에서 사회적 함의를 갖는다. 문재인 신드롬과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에 대한 불신이다. 직전 대통령과는 다른 풍모를 보이는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크다. 반면 올해도 정략 싸움을 벌이느라 예산안을 늦장 통과시킨 국회에 대한 불신은 짙다.



의회 역시 불편한 심정일 것이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소외됐다. 분명 현행법은 행정입법이라는 권역 내에서 행정부의 입법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정부는 부득불 이들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정부가 독단적 모습을 보이면 국회에 의한 현실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국민청원 제도를 국회 구성원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특별기구를 창설하는 등의 부수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엄연히 의회가 있고, 법원이 있는 사회 체제 속에 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게를 잘 잡아야 한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에 대해 포용적 태도를 취하는 건 바람직하나, 그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오늘의 사회에서 한 사람의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은 명확히 구분돼 있다. 정부가 이 제도를 국민과의 소통 창구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가이드라인과 체계가 필요하다. 막 시작한 제도라 할지라도 국민의 기대가 큰 사업 아닌가. 빈틈은 가능한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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