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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다움을 규정해 보시오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10-11 14  |  607호 ㅣ 조회수 : 10
  기자는 TV프로그램 중 100분토론을 즐겨본다. 매번 생산적인 대화가 오고가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헛소리를 하는 패널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지난 2일(화) 방영된 백분토론은 헛소리의 수준을 넘어선 무식한 소리의 향연이었다.



  최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초중고 ‘두발 자유화’ 선언을 계기로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에 지난주 100분토론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초청했다. 토론 주제는 두발 자유화로, 교육 현장에서의 학생 복장 규제는 ‘불합리한 기본권 제한’인가, ‘교육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인가를 두고 패널들은 논쟁을 펼쳤다.



  두발 자유화를 반대하는 측의 논거는 ‘심리적으로 가면을 썼을 때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학교의 고유 문화 중 하나일 수 있는데 일방적으로 규칙을 바꾸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등이었다. 심지어 외모에 신경쓰면 성적이 떨어지기 때문에 두발 자유화가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패널도 있었다.



  머리 길이, 염색이 인성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단정하지 못한 학생은 불량학생인 것인가. 그렇다면 밤톨 머리, 단발 머리를 한 학생들은 착한 학생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일까. 머리가 길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검증되지 않고 과학적이지도 않은 거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속에 청소년의 인권은 유린되고 있다. 아이들의 머리카락보다 어른들의 편견부터 잘라야 한다.



  두발 자유화를 두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자가 사는 시대가 2018년이 맞나 의심이 든다. 차라리 신라면이 맛있냐 진라면이 맛있냐, 하마가 세냐 코뿔소가 세냐를 두고 논쟁하는 것이 더 가치있을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두발, 화장을 규율로 규제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 맞다. 남의 머리를 두고 잘라라 마라 하는 것, 너는 학생이니까 감수하라는 말은 그야말로 노예를 통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날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학부모 중 한 명은 학생다움을 근거로 들며 두발 자유화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다운 것은 무엇일까. 그 학생다움은 누가 정의하고 지정하는 걸까. 그 기준은 어떻게 되고 기준 밖의 학생들은 무엇인가.



  과거처럼 남학생들의 머리를 삭발시키고 여학생들의 머리 모양을 똑같이 해야 학생다워지는 걸까. 그렇다면 거꾸로 어른다움이란 뭘까. 어른다움이란 자신들이 겪은 통제와 억압의 경험들을 후대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일까?



  아이와 어른의 인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는 인권을 유린해도 좋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학생인권이 화두가 된지 무려 10여년이 지났지만 학교는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머리카락의 길이로 불량학생 여부를 판가름하는 두발규제가 그렇고 식민지 시대의 규정이 남아 있는 학교 현장이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소년이 오늘도 학교에 간다. 중·고등학교는 청소년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의 학교는 학생의 존엄성과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인권침해는 바로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다.



  ‘두발 자유와 염색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맞다. 그까짓 거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20살 미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원래, 항상 그랬듯 계속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학생은 덜 성숙했다고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나는 그저 구시대 사상에 찌든 꼰대요’라고 광고하는 것이다. 학생다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답게를 강요하기 전에 본인은 어른답게 행동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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