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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도 괜찮아
편집장 ㅣ 기사 승인 2020-03-16 14  |  628호 ㅣ 조회수 : 48

  사람은 실수하더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건 스스로의 부족함과 결함을 인정해야 하는 일이기에 어렵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 장난스레 행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최근에 기자는 2019년 올해의 책인 좥선량한 차별주의자좦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상의 여러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평범한 우리가 모두 ‘선량한 차별주의자’일 수 있다고 말하는 도발적인 책이다. 우리가 무심결에 내뱉는 말에 들어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고정관념은 자신의 가치체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자기 고백인 셈이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말도 있듯 사람이 누군가를 바라보는 데에 있어서 결국 개인적인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말에 차별이 깃들어 있다면 본인이 평소 생각하고 지내는 바를 나타내는 것과 다름없다. 이 책을 통해 말과 행동에서 은연중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늘 여러 번 생각한 후에 말하고 행동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된다. 우리 모두 이제까지 살아오며 스스로가 남에게 상처 준 적이 없냐고 물으면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



  책에서는 보편성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보편성이 때로는 차별을 은폐하는 억압의 기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은 한 집합을 성립시키는 원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말한다. 보편성을 강조할수록 다양성은 묻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보편성을 깨부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평등을 위해 차이를 강조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대표적으로 성소수자가 퀴어축제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광장에서 진행하면 많은 사람이 왜 굳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축제를 진행해야 하냐며 민원을 넣는다. 적합하게 신고하고 진행하는 행사임에도 꼭 잘못한 것처럼 말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선 퀴어가 존재해선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혐오가 가장 심할 때는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듯 실제로 우리가 차별하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할 때가 바로 혐오가 가장 심할 때이다. 차별이 정말 심하면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소수자들은 더더욱 차이를 강조하며 앞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억압된 상태에서 해방돼 가시적인 정치적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고 실질적인 행동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흔히 칭찬으로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에게 “한국인 다 됐다”라고 말하거나 머리를 자른 친구에게 “자른 머리 예쁘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다 됐다고 말하는 것은 넌 한국인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과 같다. 경계를 만드는 것이다. 자른 머리가 예쁘다고 하는 것은 예쁘기 위해 자른 머리가 아님에도 예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칭찬이라고 말한 것도 듣는 이의 입장에선 칭찬이 아닐 수 있다. 혹자는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또는 웃자고 한 말에 너무 죽자고 덤벼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예민할 필요가 있다. 예민하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이제껏 차별에 너무 둔감하게 살아왔던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약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게 인종, 성별, 장애, 그 외의 무엇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차별을 모른 척 방관할 순 없다. 오늘은 내가 차별을 했더라도, 다음날엔 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때로는 혐오가 너무 자연스러워 지적하는 것조차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당당히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 글을 읽은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생각을 바꾼다면 이를 시작으로 사회는 점점 변화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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