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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에 풍덩 빠져보자
김세은 교수 ㅣ 기사 승인 2018-03-02 17  |  598호 ㅣ 조회수 : 162


김세은 교수

(기초교육학부)




  새 학기가 시작됐다. 중고등학교 시절과는 전혀 다른 대학생활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교양 강좌를 선택하고, 깊이 있는 전공 공부를 하며, 취업을 준비한다. 열심히 할 것을 결심하고 기대와 설렘 속에 각오를 다진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해낼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대학생활이 특별한 이유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꽉 짜인 시간표대로 선택의 여지 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만 했다면, 처음 대학생활은 약간 낯설기조차 할 것이다. 한 학기 동안 듣고 싶은 강좌를 정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친구와 의견을 주고받는다. 선배의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강좌신청 기간에는 조금 일찍 일어나 클릭 전투도 벌인다. 이런 진지한 모습에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첫 강의가 시작되면, 학생들이 전공과 교양필수 강좌를 제외한 선택 강좌를 신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항상 궁금해진다. 학생의 일정상 강의시간이 적당하고 친구와 같이 들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한다는 대답에 합리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학은 세계 어느 곳이나 그 위에 떠도는 공기조차 자유롭다는 말을 한다. 젊은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경험하고 더 나아가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학생들도 이번 학기에는 내 눈길을 끄는 강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아리,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주제,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하는 대화에 풍덩 빠져보자.



  낯선 세계는 두려워 선뜻 다가갈 수 없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용감하게 수강신청을 했는데 전혀 예상 못 한 일에 부딪혀 며칠 밤을 끙끙댈 수도 있다. 무척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은 바닥을 칠 수 있다. 마음이 가는 데로 선택한 첫 시도라 실패가 당연한데도 후회가 밀려오고 이유 없이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의기양양하게 시작해 친구들과 좌충우돌하며 밤새워 준비한 발표나 공연이, 또는 실험 결과나 작품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갈 수 있다. 한 달을 준비한 발표가 강의 방향과 완전히 어긋나 지루한 표정을 짓는 친구들 앞에서 장황한 원맨쇼를 벌일 수 있다. 돌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한 치졸한 행동과 순간적으로 내뱉은 비겁한 말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부끄러울 수 있다. 결과는 참담하고 성적은 나쁠 것이다.



  반면, 실패한 사람만이 깨달을 수 있는 귀한 경험과 예상하지 못한 보람을 얻을 것이다. 내 일생에서 흑역사로 기록될 당황스러운 순간이지만 유머를 섞어가며 끝까지 일을 이끌어 나가는 놀라운 능력을 발견할 수 있다. 갈등과 어려움 속에 부대끼며 평생의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작은 호기심이 점점 큰 관심거리가 되고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는 일에 다가갈 수도 있다. 미래의 직업이 될 수도 있지만, 취업과 관계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는 웃어넘길 수 있고 큰 실패는 만회할 기회가 있다. 왜냐하면, 그래도 되는 대학이라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청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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