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과학적 연구와 소설 쓰기
박명훈 ㅣ 기사 승인 2018-05-07 21  |  602호 ㅣ 조회수 : 144


박명훈 교수

(기초교육학부)


  저는 소립자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은 가설을 세우고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를 위해 가설을 기반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실험적 사실과 비교 검증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의 주된 관심 연구 주제는 ‘암흑물질’입니다. 현재 관측되는 여러 은하의 중력 상호작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큰 우주 규모에서의 중력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들의 총 질량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입자들의 질량 총합보다 5배 정도 더 많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입자들은 빛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암흑물질’이라 칭합니다.



  저는 암흑물질의 특성이 현재 스위스에 있는 입자가속기에서 발견될 경우 어떤 신호를 낼 수 있는지, 그리고 암흑물질이 우주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합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가상의 ‘우주’를 만들고, 여러 실험으로 관측된 우리 우주와 비교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저의 이론을 검증합니다. 저만의 ‘작은 우주’를 만든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제가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1년에 세계적인 연구소인 CERN의 대규모 클러스팅 컴퓨터 작업으로 일주일 동안 했던 작업이, 최근에는 국내 연구소의 소규모 계산서버를 이용해서 며칠 만에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제 개인 연구실에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GPU 연산(딥러닝)이 실험관측 사실에 가장 가까운 시뮬레이션 결과를 찾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가 부여하는 계산의 힘으로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더욱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최근에 “과학적 연구는 소설 쓰기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먼저 암흑물질 이론의 연구라는 큰 제목에서, 이 이론에 등장하는 새로운 입자들, 즉 등장인물들을 생각하고 이들이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 후, 제가 구상한 배우들, 즉 새로운 물리이론의 입자들이 어떤 관측결과를 갖게 되는지의 스토리를 전산 작업을 기반으로 한 계산들을 통해 전개합니다.



  좋은 연구란 현재의 실험 사실을 설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관측할 수 있는 현상까지 예측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1900년대 초반 개기일식에 빛의 휨을 예측했고 최근에 관측된 중력파를 예견했듯이 말입니다. 즉 제 연구가 새로운 물리의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제 소설의 결론이 새로운 사실을 내포함으로써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큰 스토리의 서두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가 속한 과학 커뮤니티가 제 연구를 흥미롭게 받아들여, 활발한 공동연구를 통한 후속연구들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홍보가 중요하듯, 제 연구의 중요성을 여러 연구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팔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스토리와 결말을 가진 소설도 독자가 이해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해, 플롯을 전개하는 단계가 무척 쉬워졌습니다. 좋은 주제(아이디어)가 있다면 소설(연구)을 쓰는 것이 예전보다 아주 쉽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좋은 주제를 찾는 것과, 내 이야기를 잘 파는 것, 즉 창작적인 부분과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기초 과학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 과학은 “왜?”라는 물음에 답하면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기초 과학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지식의 습득이라는 단순한 과정을 넘어서, 좋은 주제를 구상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인문 교양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문학을 필두로 다양한 인문/사회학들은, 자신의 의견을 타인/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들에 많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가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을 바탕으로 각자의 빅픽쳐, 즉 흥미로운 대하소설을 쓸 힘을 갖추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