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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홀로(alone together)”시대의 생존법
기사 승인 2019-04-21 19  |  616호 ㅣ 조회수 : 68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저자 MIT 석좌교수 셰리 터클은 기술과 인간의 상호 역학관계를 연구하는 기술심리학자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인은 성찰의 기회를 품는 고독의 시간을 참지 못하고 느슨한 피상적 관계에만 익숙해져 SNS에 끊임없이 접속하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자아로 존재하고자 할 뿐 직접적이고 깊은 관계를 피하려 한다. 미국 대학생들의 공감지수는 전 세대에 비해 하락했으며 현대인은 6분 이상의 외로움을 못 참고 6분 30초마다 휴대폰을 본다. 그러나 ‘하트’로서 공감을 공유하고 ‘팔로잉’으로 유대감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됐던 SNS엔 타인의 디지털 페르소나에 기죽은 SNS 우울증 양성반응자들로 넘쳐난다.



  고립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확인시키기 위해 몰두했던 네트워크의 개수는 우울증의 정도에 비례한다. 내가 너에게 관심 있음을, 누군가가 나를 궁금해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은 빈틈없이 빛나는 속도전으로 수행된다. 홀로 수행된 일상이지만 고독하지 않았고 성찰의 대상은 자신의 내면이 아닌 호모 포토쿠스의 투머치 일상정보다. 그러다 문득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볼 것도 보여줄 것도 사라지고 소외된 자아만 남는다. 바야흐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홀로 시대’의 도래다.



  자아성찰을 위한 고독을 견뎌낸 사람들이 비로소 타인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직접적이고 다양한 대화 속에서 창의력과 생산성은 향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성과 효율성을 위해 장려했던 재택근무를 접고 직접대면 대화를 통한 업무방식으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터클 교수의 최종결론은 SNS를 통한 텍스트 대화 대신 휴대폰을 끄고 눈앞의 사람과 대면 대화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단, 진정한 대면 대화는 자아성찰의 고독을 견딘 후 보다 진전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독할 것인가. 1920년생으로 올해 백 세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일상은 ‘조심조심’과 ‘미리미리’의 키워드로 여전히 순항 중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고 일주일에 한 번은 강연하고 또 그 사이사이에 수영장을 찾는다. 건강한 안색에 순한 미소를 가진 노교수에게 물었다. 백 세에 이르러 보니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또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인가.



  첫 질문에 그는 ‘고독’이라고 답했다. 고독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친밀한 사회적 관계가 중요한데 부인이나 동년배의 친구들은 이미 오래전 세상을 떴고 때때로 말동무가 되어준 제자들은 이미 팔십을 훌쩍 넘겨 스승을 먼저 앞서기도 했다. 선생은 누구보다도 오래 살아남았고 이제 고독은 일상이 됐다. 백 세 철학자의 선택은 고독을 일과 신앙 사이에 두고 어려운 친구로 의인화시켜 조심조심 함께 가는 것이다.



  백 년을 되짚어 보니 가장 좋았고 행복했던 것은 가족,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함께 더불어 살았던 시간이다. 선생보다 불과 몇 년 전에 태어났던 당대 혁신의 아이콘 포드 T형 모델은 이미 박물관에서 안식을 취한지 오래다. 허면 백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선생의 유기적 내연기관의 고성능 펌프질은 어떻게 가능한가. 김형석의 용어로 풀어보면 이렇다. 홀로 고립함으로써 불멸의 창작물을 잉태하고 자아를 성찰케 하는 정신적 고독, 군중 속의 고독을 견딜 수 없어 사람들 속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연인으로서의 생리적 고독. 이 두 가지 유형의 고독 사이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홀로 의연하게 견딜 것. 그리고 ‘홀로’를 견뎌낸 사람들과 서로 ‘함께’임을 누리며 행복할 것.



  백 년 지성의 정제된 충고는 바로 홀로와 함께의 균형감 갖기로 요약된다. 우리의 ‘홀로와 함께’는 어떠한가. 백 년을 기다려 깨치고 아쉬워하기 전에 지금 시작해 보자. 휴대폰 없이 온전히 홀로. 그리고 휴대폰 없이 마주 앉은 사람과 온전히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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