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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화살
주윤채 ㅣ 기사 승인 2017-11-12 19  |  594호 ㅣ 조회수 : 104


지난 주말 ‘한샘 성폭행’ 사건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가 게시한 글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기자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여자애가 이상한 거지. 평소에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녔으면….”이라는 댓글이었다.

물론 지난 240번 버스와 배우 조덕제 사건처럼 한쪽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이번 사건도 여성이 꽃뱀이니 합의된 성관계니 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가끔 여성이 피해자인 각종 범죄에 대한 기사를 보면 ‘그러게 누가 옷을 그렇게 입으래?’, ‘여자가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니 그렇지!’ 등의 댓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여성 인권이 진보된 사회에서 태어난 2, 30대 여성들도 종종 범죄의 원인을 피해 여성에게 돌리곤 한다. 여성들은 치마가 짧아서, 늦은 시간에 돌아다녀서, 술을 많이 마셔서라는 이유로 범죄에 노출돼도 마땅한 존재가 돼 버린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신체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여성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현실적으로 더 조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에게 “네가 원인 제공을 했잖아”라는 말로 다시 상처를 줘서도 안 되고, 당사자에게 직접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런 말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서도 안 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본질을 잊고 애꿎은 사람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



여성의 의상이, 평소 행실이 문제가 아니다. 이를 문제라 보는 사고방식이 문제다.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이 가해자에게 범죄를 일으킬 변명을 만든다. 피해자 여성의 눈웃음과 호감의 표시는 성관계에 대한 합의가 아니다. 또한, 여성의 짧은 치마는 사진 촬영에 대한 동의가 아니고, 함부로 범해도 좋다는 표시도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너무 약한 처벌 수위다.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산 조두순은 약 2년 뒤면 다시 사회에 나온다. 한 어린아이와 그 가족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린 대가는 고작 12년이었다. 그가 술을 마신 상태였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피해자는 남은 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가야 한다. 이처럼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범죄를 쉽게 생각하게 된다.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면 무조건 무기징역형인 영국과 피해자가 14세 이하라면 무조건 사형, 총살형, 거세형에 처하는 중국, 아동 성범죄자는 예외 없이 종신형인 스위스 등 다른 국가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처벌이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감형이 된다. 때문에 피해자가 협박을 당하거나, 소문이 날까 두려워 합의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폭력 상담소에 기부하게 되면 형량이 줄어든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17년 상반기 기준 아동 성범죄자의 45%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악마들의 소굴이 돼 버렸다.



강력 범죄는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는 가해자가 발목에 차게 된 전자 발찌보다 두터운 족쇄다. 스스로 동물보다 우월하다 말하는 인간이, 본능을 앞세워 행동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시대는 날마다 변한다. 10년 전의 여성과 지금의 여성은 다르다. 특히 여성 인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건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는 남녀의 허무한 대립에서 그치는 게 아닌, 피해자가 정당한 보호를 받고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는 우리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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