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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8-03-02 17  |  598호 ㅣ 조회수 : 139

윤성민

(행정·17)


  화합의 장이 돼야 할 올림픽에서 국민들은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를 방치한 채 나머지 두 선수(김보름, 박지우)는 먼저 앞으로 가버린 것이다. 팀 추월 경기는 맨 뒤의 선수 기록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종목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는 팀워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노선영 선수를 탓하는 경기 후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는 빙상연맹의 파벌 논란을 불지폈다. 국민들은 팀워크도 기본적인 스포츠 정신도 보이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그리고 빙상연맹에 날 선 분노를 던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두 선수의 국가대표 박탈과 빙상연맹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50만 명을 넘었다. 국민들이 이토록 분개하는 이유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서 빙상연맹의 민낯을 봤기 때문이다. 파벌 싸움, 차별, 갑질 등 빙상연맹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일어나기 전부터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한국체대 출신과 비 한국체대 출신으로 편을 가르고, 따로 훈련하고, 심지어 경기를 앞두고 호흡조차 맞추지 않았다. 사실 빙상연맹의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저 잡음으로 그친 이유는 선수들의 좋은 성적에 흐지부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방치의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문득 다시 생각해 본다. 이것이 빙상연맹만의 문제인가? 이것이 스포츠 연맹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조직에서 이런 문제가 빈번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실제의 경험이든, 언론을 통해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흐지부지 넘어간 것들이 너무 많다. 거대한 조직 밑에 감춰진 각종 범죄. 피해자는 많은데 가해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 범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극작가 중 한 명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권위를 무기 삼아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짓을 저질러 왔다. 얼굴과 이름은 누구나 알 만한 누군가는 대학 내에서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할리우드를 충격으로 몰아갔던 미 투(Me Too)운동은 이제 우리나라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만 처벌하는 것은 도로아미타불이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범죄자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터질게 터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폐쇄적인 조직 환경, 상명하복이 일상화된 분위기, 지위가 계급이 되는 후진적인 사고방식이 고름을 키웠다.



  이제는 우리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전처럼 잊어버리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다. 거대한 조직의 무게를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다. 지금 일어나는 문제를 고발하기까지 피해자들은 주위의 시선, 협박, 그리고 수치심 등을 홀로 견뎠어야 했다. 지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기회도 없거니와 내버려두면 제2, 제3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일로 우리 사회는 조직 깊숙이 있는 ‘적폐’를 향해 메스를 들었다. 고름은 제대로 짜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름의 뿌리가 남아 더 크게 흉 질 수 있다. 이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기 위해선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더는 피해자들의 울분이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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