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대2병
원용찬 ㅣ 기사 승인 2018-04-17 14  |  601호 ㅣ 조회수 : 146
주윤채 기자


(안전·17)



  드디어 캠퍼스 라이프를 누릴 수 있다는 기쁨에 가득 찬 1학년 때와 달리,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과 불확실한 미래 탓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대2병’. 이 병에 걸린 학생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출석과 도피성 휴학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이 시간만 버티면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았던 고등학교 3년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성적이 높으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말은 결국 대학교까지 우리를 따라와 지금도 무의미한 공부를 계속하게 하고 있다. 올해 2학년이 된 기자도, 아마 대2병을 겪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기자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생애 첫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돈을 벌고 난 뒤의 계획도 세우고, 아르바이트답지 않게 열심히 해보자는 의욕도 채웠다. 하지만, 일이 너무나도 내게 맞지 않았고, 그 결과 한 달도 안 돼 퇴사하게 됐다.



  퇴근 시간이 돼도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이 나오고, 온종일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계속하니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기자가 이번 경험을 통해 배운 딱 한 가지는 내게 맞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공공부는 어렵기만 하고, 학보사 경험을 살려 기자에 관심을 두자니 그것도 썩 내키지는 않았다. 딱히 해보고 싶은 것도 없었고, 토익과 같은 ‘해야 할’ 일만 떠올랐다. 학창시절에도 뭐든지 중간 정도였던 평범한 학생이었고, 무엇인가를 하며 가슴이 뛰어 본 적도 없었다. 결국, 아무런 해답을 찾지도 못하고 개강을 맞았다. 적당히 수업을 듣고, 적당히 놀기도 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다 지났고, 또다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힘겹고 무의미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남들은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모르모트로 잘 알려있는 권해봄 PD의 강연 영상을 보게 됐다. ‘내 모든 걸 쏟아야 청춘인가요?’라는 물음으로 강연은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MBC PD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과 꿈의 ‘균형’을 강조했고, 이 또한 청춘이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자 조금이나마 안도가 됐다. 그러자 어차피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찾을 수 없다면 현재에 더 집중해보자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한참 떨어져 있는 자존감을 높이고 나 자신을 더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작은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위해 라떼가 아닌 아메리카노를 마셨다든가, 자기 전 책 5페이지를 읽었다든가 하는 아주 사소한 칭찬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비웃을 정도로 사소한 일이었지만, 스스로에게라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도 좋았고, 내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찼던 하루가 칭찬으로 채워지니 당장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결정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전공 분야가 다 다른 친구들을 만나봐도 본인의 적성과 전공이 잘 맞는다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 대2병이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기만 했던 과거의 탓이지만, 학교는 또다시 우리에게 포트폴리오니 해외인턴이니 하는 것들만 강요한다. 아무도 우리를 이해해 주지 않고, 결국 책임은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기자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