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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명절은 싫어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8-10-11 16  |  607호 ㅣ 조회수 : 42


윤성민 기자


(행정·17)





  “군대 언제 갈 거니?” 기자에게 건네는 친척들의 첫마디는 늘 군대다. 이번 추석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은‘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이러시는 건가’하고 마치 인사말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 추석에는 군대에 대한 걱정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군대에 이어서 공무원 시험이 따라붙는다. “지금부터 공무원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정신 차려야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는다” 등 자기계발서의 제목 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친척들 입장에서는 조카를 아끼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일 것이다. 물론 기자에게는 한 귀로 흘려버리는 잔소리겠지만.



  사실 기자에게 친척이란 어떤 노래 가사처럼 ‘다른 점만 다른’ 사이다. 각자 사는 지역이 다르고, 만날 일이 명절 빼곤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어색한 사이에 불쑥 던져지는 말들은 당혹스럽다. 가뜩이나 퍼석하고 서먹한 마음에 흙을 맞는 기분이다. 어릴 때는 친척 어른의 이야기를 들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기자의 마음이 달라진 걸까.



  이런 기분이 기자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학원이나 카페 등에 ‘명절대피소’라는 말이 붙었을까. 명절이, 집이 피해야 할 존재가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어른들은 잘되라고 하는 소린데 왜 잔소리라고 생각하는지 의아해할 것 같다. 어쨌든 어른들의 잔소리는 듣기 힘들다.



  가족들 사이에서까지 연봉, 직업 등 처지를 비교하는 이런 모습이 싫다. “남자는 군대 빨리 갔다 와야 한다.”, “살 좀 빼고 외모 좀 가꿔라”, “다른 누구는 취업했다더라” 같은 말들은 친척의 사회적 지위를 ‘걱정’하는 말일 것이다. 듣는 사람 처지에서는 가뜩이나 낮은 자존감을 들춰내고, 경쟁 사회로 내모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경쟁도 하지 않은 21세 기자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우습겠지만, 집만큼은, 그리고 가족만큼은 이런 ‘줄자’가 없는 성역이기를 바란다.



  한국 사회는 ‘경쟁중독’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돈, 실력, 외모는 물론이고 페이스북 추천 수까지 경쟁하고 있다. 이런 경쟁에서 한 발 빼고 있으면, ‘낙오자’, ‘아웃사이더’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참 무서운 사회다. 나이의 첫 자리가 1에서 2로 넘어갈 때, 친척들은 대학은 어디 갈 건지, 모의고사 등급은 몇 등급인지 물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이제는 군대, 공무원, 취직, 결혼까지 미래의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의 경험으로 일반화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사소한 비교와 질문도 우리에겐 너무 버거운 듯하다.



  줄세우기에 충분히 담금질 된 어른들과 달리, 기자는 아직 미숙한가보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 줄 세웠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한 치 앞도 알기 어렵기에 20대에겐 미래를 묻는 말은 잔인하다. 그저 간단한 안부와 “잘하고 있어”라는 소소하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를 바란다. 스트레스 없는 명절은 거짓말이겠지만, 가족 간에는 경쟁 대신 격려가 있는 명절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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