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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다는 것
최진주 (건시공·16) ㅣ 기사 승인 2017-11-26 09  |  595호 ㅣ 조회수 : 134


당신은 당신의 스무 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대충은 기억하고 있을 수 있어도 그때 그날의 자세한 기억은 흐릿할 것이다. 필자는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꼭 잠들기 전에 쓰는 일기가 아닌 수시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물론 수첩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일기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하루를 기록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5년 동안 일기를 꾸준히 써왔지만 사실 큰 장점은 못 느꼈었다. 솔직히 의무감에 쓴 것도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귀찮아서 그만두기에는 이미 이 습관으로 많은 칭찬을 들었던 터라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 꾸준히 쓰게 된 것이 5년째다. 그러던 중 올해 유독 힘든 일이 있었고 그 일로 자책을 하다 보니 나 자신이 형편없고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졌다. 그때 보게 된 게 그동안 써온 일기들이다. 하루하루 읽어 나가다 보니 작년 생각도 나고 갓 스무 살이 됐을 때의 설렘이 글씨에서부터 느껴졌다. 생각보다 나는 많은 일들을 했었고 내 삶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보였다. 계속 자책만 하며 빠져나올 생각을 안 할 수도 있었지만 다이어리를 찾아서 읽어봤다는 것도 해결할 의지가 있는 거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많은 위로가 되었다.



필자가 수첩에 기록하는 것들은 이렇다. 해야 할 일, 현재의 감정, 오늘의 키워드, 낙서, 하루 마무리 등이다. 보통 해야 할 일 같은 경우는 전날에 적어두는 편이다. 그래야 다음날 빠르게 일을 끝낼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감정과 오늘의 키워드 같은 경우는 수시로 기록한다. 예를 들면 현재 전공수업에 와 있는데 지각을 해서 우울하다든가 내일은 일찍 오자는 다짐 등 사적인 것들 말이다. 수첩의 가장 위 칸에는 오늘의 키워드들을 적는다. 보통 하루 중 가장 중요했던 일 또는 특별했던 일들이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하고 싶은 말을 적고 나면 하루 기록이 완성된다. 구성이 저렇게 된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 이 글을 읽고 관심이 가는 학우가 있다면 꼭 저런 구성을 추천하진 않는다. 자유롭게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적어야 재미가 붙고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루 일과를 시간별로 기록하는 다이어리들도 있지만 필자는 그냥 자유롭게 기록하는 편이다. 주로 저런 식으로 적긴 하지만 매일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은 그림이 추가될 때도 있고, 글 대신 그림으로 대신할 때도 있으며 심지어는 낙서로 하루를 꽉 채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그날의 나기 때문에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신 꼭 지키는 것이 있다면 날짜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가끔 기록을 못 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 하루가 비었다고 슬퍼할 필요도 없고 기억을 더듬어서 기록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글자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손으로 눌러쓰는 한 글자 한 글자에 무의식 중 감정이 담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제와 오늘의 글씨체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날의 기록은 그날 끝내야 한다는 고집이 있는 것이고 수첩을 굳이 들고 다니며 수시로 기록하는 이유도 이런 데에 있다.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하루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하루를 기억하게 해 주는 행위인 것 같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순간순간을 되돌아볼 수도 있고 한 달이 아닌 하루하루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필자에게 기록이라는 것은 소중하다.



누군가는 이러한 습관의 비결이 부지런함 때문이라 말하지만, 절대 필자는 부지런한 편이 아니다. 생각보다 기록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기계같이 일 년 365일 수첩을 꽉 채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록하는 것이 필자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듯이 모두들 각자의 의미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펜과 수첩만 있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이제 연말이니 돌아오는 새해부터 쓴다는 생각은 버리고 오늘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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