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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민구 ㅣ 기사 승인 2018-05-07 22  |  602호 ㅣ 조회수 : 131
김민구

(기자차·14)


  21하면 각자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이 숫자를 보면 이것부터 떠오른다. ‘군대’. 21살에 입대한 후 21개월의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대변하듯 군시절에는 천천히 흘렀고 전역한 지금은 빠르게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2015년 7월 의경시험에 붙어 그로부터 5개월 뒤인 12월 기말고사가 끝난 직후 쉴틈도 없이 입대했다. 의경을 지원한 이유는 단지 의경을 나왔던 형의 모습이 부러워서였다. 대학생이었을 때보다 의경이었을 때 형을 더 많이 봤다. 의경을 갈 이유가 충분했다.



  훈련소의 짧고 굵었던 4주가 지나고 후반기 교육을 받은 뒤 수서경찰서로 발령받았다. 서울에 있는 여러 방범순찰대 중 좋다고 유명한 방범순찰대란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에 전입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기가 코를 풀러 갔다는 이유로 담배 피는 곳에서 욕을 먹었다. 또, 동기가 화장실 갔다고 해서 똑같은 장소에서 욕을 먹었다.



  담배 피는 곳에서 평생 먹을 욕을 다 먹고 이제는 힘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또한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차 민중총궐기였다. TV에서 시위자들이 폭력적으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본지 얼마 안됐을 때다. 필자가 그 속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겉으로 티는 안냈지만 두렵기도 했다. 맞는 건 고사하고 실수해서 또 담배 피는 곳에서 혼날까봐 무서웠다. 예상대로 또 불려 나갔다. 잘못을 했지만 이정도로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다시 한 번 고통의 시간을 가졌다.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 주 토요일 3차 민중총궐기에 나갔다. 지금은 십 몇 차례의 민중총궐기가 있었다는 걸 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5차 이내에 끝날 줄 알았다.



  민중 총궐기는 박근혜 前 대통령의 탄핵 이후로 잠잠해졌다. 물론 필자에게는 탄핵자체만으로도 바쁜 하루하루였다. 탄핵이 확정된 뒤 다 끝난 줄 알았지만 하필 특검사무소가 필자가 있는 방범순찰대의 관내에 있었다. 다시 또 알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름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최 양과 이 군 등 많은 유명인들을 봤고 앞으로 평생 나올 일 없는 TV에도 자주 얼굴을 비췄다.



  큰 사건사고들이 있었지만, 사소하고 재밌던 일들도 많았다. IS테러 때문에 공항에서 근무도 하고 지하철에서도 근무하며 말로만 듣던 서울역 노숙자도 보고 뜬금없이 교통중대로 바뀌어서 상쾌한 매연을 마시며 뻘건 불 봉을 흔드는 도로 위의 마법사가 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청주로 의경 할걸 괜히 서울로 와서 고생하나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은 못해본 경험과, 다양한 상황을 접해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의경을 두고 꿀경이라고 놀리거나 의경은 군대 다시 가야한다고 험담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자주 나온다는 점에서 다들 편해 보이고 필자가 생각했을 때도 다른 친구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 휴가나 외출을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위와 훈련을 겪었는지 모를 것이다. 외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은 채 근무해야 한다. 평상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어난다면 대개 뉴스에 나올만한 큰 사건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몸에 전사의 피가 흐른다거나 억압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군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미필들에게 만약 군대에 가게 된다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도 있고 부대만 잘 발령받으면 매주 부모님과 식사를 할 수도 있는 의경을 가는 것을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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