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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夜시장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05-08 00  |  587호 ㅣ 조회수 : 195

 여기저기서 봄기운이 꿈틀거린다. 포근한 날씨가 더해져 곳곳의 관광명소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저녁 6시. 다른 가게들과 달리 저녁이 다 돼서야 장사를 준비하는 곳들이 있다. 바로 야시장이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내놓는가 하면 잡화나 골동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해가 지기 전 야시장엔 가족과 연인, 친구가 삼삼오오 모인다. 전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야시장엔 낮보다 더 화려한 밤이 펼쳐진다. 함께 밤을 먹는 사람들이 넘치는 ‘야시장 여행’을 떠나보자.





 야시장은 동남아시아,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성행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야시장의 시초는 중국으로 전해진다. 중국 최초의 야시장은 당나라 동한 시대(B.C. 25~220)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당나라의 수도 장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지로 세계무역의 중심지였다.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으로 들어온 페르시아 상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장안 일대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부유한 페르시아 상인들을 비롯해 많은 무역상의 비즈니스호텔 역할을 담당했던 장안은 동서 무역로의 거점이 됐다. 이때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야시장은 송나라 북송 시대(B.C. 960~1127)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다. 중국 야시장은 각종 구이와 속을 채운 만두, 마른 과일 등을 판매하는 세련되고 잘 조직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중국 야시장은 주로 사회 하층민이 많이 이용했다. 시간이 흘러 청나라 시대(B.C. 1644~1911)에 접어들면서 신분에 상관없이 하층민부터 귀족까지 다양한 소비자들이 이용했다. 오늘날에도 야시장은 중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 대부분 도시에는 야시장이 있다. 중국인들은 여가활동을 하거나 쇼핑을 할 때 야시장을 찾는다. 화려한 네온등이 하나둘 켜지는 해질녘이 되면 사람들은 야시장을 방문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고 휴식도 취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 야시장이 처음으로 열린 건 1926년 일제강점기였다. 종로 보신각 앞에서부터 종로3가 네거리까지 전찻길 북쪽에 위치한 야시장은 1926년 6월 성대한 발대식을 치렀다. 당초에는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뤘다고 전해진다. 그 후 추운 겨울을 빼고 상설로 열리게 되면서 야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1926년에 최초로 열린 야시장은 현재 ‘서울밤도깨비 야시장’까지 이어져, 한강의 야경과 함께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야시장으로 발전했다.



 더운 동남아 지역은 사람들이 서늘한 저녁에 나와 먹고 쇼핑을 하기에 야시장과 야식 문화가 자연스레 발달했다. 태국 방콕은 다양한 야시장이 곳곳에 위치해 전 세계인들의 단골 관광코스가 됐다. 지난해 유럽풍으로 새롭게 단장한 아시아티크 야시장은 초대형 야시장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야시장하면 흔히 떠올리는 일본은 야시장이 보통 주말에 열린다. 일본 야시장은 음식뿐만 아니라 행진·거리공연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일본의 분위기를 가까이 체험해볼 수 있다.





 지난해 약 330만 명이 다녀간 서울밤도깨비 야시장(이하 도깨비 야시장)이 지난 3월 24일(금) 다시 개장했다. 도깨비 야시장은 오는 10월 29일(토)까지 ▲여의도한강공원 ▲동대문디자인프라자 ▲반포한강공원 ▲청계천 ▲청계광장 시즌마켓 등 서울 5곳의 명소에서 열린다. 청계천을 제외한 4곳은 매주 금·토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청계천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도깨비 야시장은 도매, 비밀 판매 등이 일어나는 비상설 시장 형태의 도떼기 시장에서 비롯됐다. 도깨비 야시장이라는 이름은 서울 황학동과 방학동 등의 재래시장 상권에서 오래전부터 쓰인 단어다. 밤이면 열렸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도깨비 같은 시장이라는 의미의 도깨비 야시장은 특정한 시간이 되면 새로운 공간, 새로운 장이 열린다는 콘셉트를 지녔다.

도깨비 야시장 명물 중 하나는 푸드트럭으로, 도깨비 야시장의 모든 음식점은 푸드트럭이다. 푸드트럭에서는 컵 스테이크, 파스타, 핫도그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어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격은 2,000원부터 1만원까지 다양하다. 인기 있는 푸드트럭은 줄까지 서야 할 정도다.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가죽공예, 방향제, 수제 액세서리 등 각종 살거리도 가득하다.



 또한, 도깨비 야시장은 서울의 명소가 가진 공간적 매력을 극대화해 밤도깨비들과 함께 떠나는 새로운 서울형 야시장을 연출했다. 도깨비 야시장은 이름에 담긴 뜻에 걸맞게 매주 토요일 흥겨운 리듬에 맞춰 풍등과 함께 행진하는 풍등퍼레이드를 열기도 하고, 버스킹 공연·마술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도깨비 야시장은 5개의 야시장에 푸드트럭 143대와 핸드메이드 200개 팀이 4개 조를 이뤄 3~4주 간격으로 이동하는 ‘참여상인 순환제’를 도입했다. 카드결제기도 비치돼 불편함이 줄었고, 상점들의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서울밤도깨비 야시장 앱’도 선보일 예정이다. 도깨비 야시장은 경관과 문화, 특화된 상품과 상인, 운영시스템을 통해 서울의 밤을 바꾸는 신개념 야시장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부산에 위치한 부평 깡통 야시장(이하 깡통 야시장)은 2013년 개장했다. 국내 상설 야시장으로는 1호다. 깡통 야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이 야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깡통 야시장은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힌다. 깡통 야시장은 매일 저녁 7시 30분에 이동판매대 30여 개가 줄지어 입장하며 개장한다.



 깡통 야시장은 국내 최초 상설 야시장답게 먹거리가 다양하다. 공고를 통해 응모한 사람 중 기존 시장에서 판매하는 품목을 제외한 업종 등 엄정한 조건과 심사를 거쳐 입주한 26개 음식점이 110m의 통로에 위치한다. 입구부터 오색찬란한 천장을 따라 들어가면, 음식 매대에 많은 손님이 줄지어 있다. 음식 냄새가 순식간에 골목을 채우고 아케이드 천장에 색색의 조명이 들어와 분위기를 돋운다.



 가격은 대략 1,000원부터 5,000원까지로 부담이 없으며 국내뿐 아니라 외국 음식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삼겹살에 채소를 넣어 만든 ‘채소 삼겹말이’, 달걀·돼지고기·채소 등을 얹어 둘둘 말아주는 중국 하얼빈 ‘녹차 냉면 구이’ 등은 평일에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넓은 시장 안에 패션 거리, 한복 거리가 들어섰고 의류·침구류·잡화·농산물·육류·수산물 등 품목도 다양하다. 여기에 패션 타투 헤나, 석고 방향제 등 플리마켓도 시장에 활력을 보탠다.



 개장과 함께 인산인해를 이룬 야시장의 열기는 자정까지 계속된다. 야시장에서 산 음식을 먹을 장소가 마땅치 않거나 조용한 곳을 찾는다면 2층 고객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깡통 야시장이 날로 인기를 끌면서 부산 중구청은 오는 연말까지 100m 구간을 추가하기로 하고, 현재 깡통 야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동의를 받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간이 확대되면 매대 30개가 추가돼 보다 다양한 음식과 눈에 띄는 상품들이 들어설 전망이어서 야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연인과 함께 깡통 야시장을 찾은 현동훈(대전 중구) 씨는 “남포 광복동에 여행하러 왔는데 저녁에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깡통 야시장을 찾았다”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먹거리도 풍부해 마치 걸어 다니며 즐기는 뷔페에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전통시장 부활과 문화 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각 지자체의 지원 등으로 전국에 야시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생겨난 야시장 가운데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운영난에 문을 닫는 시장도 있다.



 부산에서 성공한 깡통 야시장을 본보기로 수영구 팔도 야시장(이하 팔도 야시장), 부산 동구 초량 야시장이 뒤를 이어 개장했다. 팔도 야시장은 ‘세계의 맛과 팔도시장의 만남’을 슬로건으로 2015년 12월 개장했다. 팔도 야시장은 초반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인도네시아, 대만, 터키 등 8개국의 다양한 음식과 액세서리 등을 팔며 손님이 몰렸다. 그럼에도 차별화된 콘텐츠 부재로 점차 손님이 줄었고, 지난해 5월 결국 문을 닫았다. 지난해 7월 수영구는 팔도 야시장 사업자 공모 공고를 냈지만,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예산 1억원을 넘게 들여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팔도 야시장은 지난달 28일(금) 약 1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수영구 관계자는 전국 팔도의 길거리 음식을 들여와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등 단점으로 지적됐던 시장성을 크게 보완했다고 전했다.



 부산 동구에 위치한 초량 야시장은 2015년 10월 개장했다가 손님이 줄고 내부 갈등이 터져 1년도 안 돼 개점휴업했다. 초량 야시장은 지난해 재개장으로 도약을 꿈꿨지만, 다시 침체에 빠졌다. 재개장하며 선보인 외국 음식 코너는 이미 철수했고 매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팔도 야시장과 초량 야시장은 차별화된 콘텐츠는 물론 연계 상품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개장 초반의 반짝 특수가 이런 지적을 잠재우나 싶었지만, 운영 중단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타 지역 야시장의 성공 사례를 따라하기에 급급했던 팔도 야시장과 초량 야시장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무작정 야시장을 개장하면 손님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색다른 개성이 필요하다.



 전남 목포에 자리 잡은 남진 야시장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 개장 이후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따 2015년 12월 개장한 남진 야시장은 남도 음식과 다문화 음식을 판매해 개장 후 1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등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전남 순천 아랫장 야시장은 다양한 먹거리, 지역 문화예술인의 소규모 공연 등으로 순천 관광의 필수코스로 떠올랐다.



 대구 서문시장은 중장년층 위주의 고객층을 젊은 층으로 옮기며 대구시의 대표 관광명소로 변모했다. 이병두 서문시장 글로벌명품시장 육성사업팀장은 “청년 판매자를 선정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야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 분위기도 밝아졌다”고 밝혔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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