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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서 꽃 피는 예술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03-19 17  |  584호 ㅣ 조회수 : 120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 4층에 그려진 그래피티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 내려 출구를 향해 올라가다 보면, 지하 3층 한편에 눈길을 사로잡는 그래피티가 수놓아져 있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의 작품들이다. 2014년 외국인 두 명이 몰래 지하철에 그래피티를 그리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이 사건을 역으로 이용해 그래피티의 멋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자고 결심, 레오다브에게 그래피티를 그려달라고 제안했다. 녹사평역 그래피티는 지난해 6월 15일(수)부터 9월 19일(화)까지 약 100일간에 걸쳐 완성됐다.



City Color Camo Crew



  레오다브가 녹사평역 그래피티에 사용한 얼룩무늬는 ‘City Color Camo Crew’라는 레오다브 그래피티 스타일이다. 이는 C4로 불리는데 자신만의 색을 가진 사람들이 카모플라쥬 무늬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진다. 레오다브가 녹사평역에 처음 그린 그래피티는 지하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레오다브는 지하철 홍보실 부장을 지휘자로 표현했다. 지휘자의 얼굴과 손을 노랑, 빨강, 파랑, 하양 4가지 색으로 표현해 화려함이 돋보인다. 화려한 얼굴과는 달리 걱정에 가득 찬 표정에서 평범한 노동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벽면 중앙에서는 비상구 표시를 활용한 센스가 돋보인다. 한 사람이 비상구 표시를 손으로 잡고 돋보기로 관찰하고 있는 모습을 그래피티에 담았다. 돋보기 안에는 왕관, 다이아몬드, 사랑, 돈 등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보인다. 또, 그림 주변에 ‘Money’, ‘Dream’, ‘Life’ 등이 쓰여 있다. 이를 통해 그래피티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알아봐 주는 사람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꿈이 담긴 그래피티



  녹사평역 그래피티 한 귀퉁이에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그림은 형형색색으로 머리를 칠한 여자다. 작가를 꿈꾸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직원을 표현했다. 여자의 얼굴 주변에 김수영 시인의 시가 낙서처럼 적혀있다. 그 외에도 여러 시의 구절들이 쓰여 있다. 레오다브는 풍자를 넣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다.



  바로 옆에 플라스크를 집어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여자가 그려져 있다. 이 또한 과학자를 꿈꿨던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을 표현한 그래피티로 그림 주변에 ‘Mg’, ‘Na’, “Ca’ 등 여러 원소기호가 쓰여 있다. 레오다브는 “지금은 지하철에서 일하고 있지만 각자의 꿈이 있을 것”이라며 “이들의 꿈을 그래피티로 대신 이뤄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신채호, 안중근, 유관순 등 10명의 독립운동가도 그래피티로 그려져 있다. 레오다브가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프로젝트로 독립운동가의 명언이 눈에 띈다. 우리를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작품마다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다. 레오다브가 작품을 그릴 당시는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500일가량 지났을 때였다. 레오다브는 “세월호 리본으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살아있었다면 노란리본을 달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 그려 넣었다”고 전했다.



  매일 바쁘게 지나가는 지하철역이지만 녹사평역 그래피티로 잠시나마 지하철 안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협소한 공간임에도 수준 높은 그래피티를 볼 수 있어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녹사평역뿐 아니라 더 많은 지하철역에서 그래피티를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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