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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안에서 성장하는 유럽 청춘 이야기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04-02 20  |  585호 ㅣ 조회수 : 144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2002〉 리뷰


감독:세드릭 클래피쉬


평점:★×8.16(네이버)


 



또 다른 ‘나’를 형성해 가는 주인공


  주인공 프랑스 청년 ‘자비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작가를 지망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비에는 유럽 교환학생 프로그램 ‘에라스무스’를 통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난다. 자비에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룸메이트로 지내게 된다. 각자의 생활 방식이 문화적·언어적으로 극명하게 충돌하면서 웃지 못할 사건들이 벌어지고, 점점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씩 싹터간다.



  영화는 20대라면 누구나 고뇌할 법한 삶, 사랑,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이기도 하고 성장물이기도 하며 로맨스이기도 하다. 영화는 일관성 있는 드라마보다 온갖 재료를 뒤섞어 만든 찌개에 가깝다. 그리고 영화는 수많은 언어와 함께 소란스럽게 진행된다.


  그런 어수선함 속에서도 자비에는 자아를 형성해간다. 자비에는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한 확신이 없는 채 스페인으로 왔지만, 이곳에서 점차 자신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간다. 구속당하지 않는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자비에는 자유롭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유럽의 현재, 그리고 미래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의 원제는 L’Auberge espagnole이다. 이는 스페인의 여관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속어로 ‘여러 문화가 뒤섞여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난장판’이라는 의미가 있다. 영화에는 프랑스인인 주인공을 비롯해 영국, 스페인, 독일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유럽 대학생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탈리아 학생의 침대는 돼지우리 같은 난장판이며, 독일 학생은 책에 줄을 그을 때도 자 대고 그을 만큼 꼼꼼하다. 또, 전화기 앞에는 각국 나라말로 ‘00은 집에 없으니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주세요’라는 메모가 붙어있고, 냉장고 칸마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처럼 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만이 지닌 개별성은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유럽의 축소판과도 같다. 국경을 맞대고 붙어있어 비교적 자유롭게 서로 넘나드는 유럽 각 나라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보여주면서도, 답답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다양성과 공존의 문제 즉, 지금 유럽이 가지고 있는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목적지가 아닌 지도


  누구나 하나쯤은 숨기고 싶은 고민거리가 있다. 자비에를 포함한 영화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스페니쉬 아파트 안에서 방황한다. 이들은 자국이라는 현실과 바르셀로나라는 일탈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정착한다.



  존재에 대한 의문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갖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실존하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등. 삶의 어느 순간에서 한 번쯤 생각나는 이 질문들은 우리를 혼란 속에 빠뜨린다.


  영화 속 자비에는 스스로 묻고 대답하면서 결정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영화는 말한다. 목적지를 가기 전에 지도를 여럿 그려 보라고. 만약 길만 제대로 찾는다면 원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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