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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폭력이 공존하는 두 여자의 엇갈린 운명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05-21 14  |  588호 ㅣ 조회수 : 88

책 : 핑거스미스

(열린책들, 2006)

저자 : 세라 워터스

평점 : ★× 8.33 (네이버 평점)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아름다움

그리고 비밀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주인공 수전이 자신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서술한다. 2부는 또 다른 주인공 모드의 시점으로 1부의 같은 상황·장면·행동들을 서술하고, 3부는 다시 수전의 시점으로 상황을 서술해 나가는 형식을 취한다. 독자는 1부와 2부를 통해 주인공 두 사람의 생각을 모두 알게 된다.



핑거스미스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좀도둑’을 일컫는 은어다. 그리고 주인공 ‘수전’의 직업이기도 하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수전은 소매치기들 틈에서 자란다. 수전은 ‘젠틀맨’이라 불리는 사기꾼과 함께 부유한 상속녀 모드의 재산을 노린다. 수전은 젠틀맨이 모드에게 구혼하는 일을 돕기 위해 모드의 하녀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길고도 복잡한 이야기가.



수전은 가난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리고 키워준 부모 같은 존재인 ‘석스비 부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모드는 갑갑하고 지긋지긋한 삶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기 위해 두 사람은 서로를 속인다. 책은 8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독자들에게 지루해할 틈을 주지 않는다.



책이 더 흥미롭고 매력적인 건 시대극이기 때문이다. 숙녀 모드의 드레스와 페티코트, 그리고 손을 보호하는 장갑 등 그녀를 매력적인 소품들. 또, 빅토리아 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사 하나하나가 깊이 있게 다가온다.



레즈비언 역사 스릴러의 대가



작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인 ‘세라 워터스’는 영국 소설가다. 그녀는 퀸 메리 대학교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에 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성(性)과 성의 표출과 역사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녀는 박사 학위를 준비하면서 감춰졌던 19세기 런던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졸업 후에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데뷔작인 좬벨벳 애무하기좭를 비롯해 두 번째 소설 좬끌림좭, 그 후 세 번째 발표한 좬핑거스미스좭는 그녀의 빅토리아 시대 레즈비언 역사 미스터리 3부작으로 불린다.



이 중 핑거스미스는 그녀가 발표한 빅토리아 시대 레즈비언 소설 중에서 가장 큰 찬사를 받았다. 그녀는 “핑거스미스는 호기심 어린 눈길을 피하려는 여성을 위한 공간을 찾는 소설”이라며 “책에 나오는 모든 속임수들이 독자들을 어떻게 속여 먹을지 상상하는 것을 즐겼다”고 책을 쓴 소감을 밝혔다.



각자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세계



소설의 전개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두 여자의 운명의 장난, 배신과 음모는 마치 한국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여러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소설은 마치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가 서서히 떨어지고, 다시 긴장되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소설의 중심을 잡는 것은 수와 모드의 사랑 이야기다. 서로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자신들도 모른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두 주인공의 감정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이면서 아름답다.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깊이를 드러낸다.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지는, 어쩌면 클리셰일지도 모를 감정(사랑)의 단계는 그로 인해 특별한 것이 되어버린다.



거듭되는 반전, 추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두꺼운 책의 끝장이 보인다. 당초 이 소설의 핵심이었던 많은 유산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지, 숨 막히는 이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무척 궁금해지지 않는가. 자세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겠다.



책 핑거스미스는 지난해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영화 〈아가씨〉를 통해 소설이 영화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피부로 느껴보길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모든 것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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