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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 제가 맡은 역할은 '열정'입니다.
김지연 ㅣ 기사 승인 2017-02-13 01  |  582호 ㅣ 조회수 : 636



연습도 실전처럼



  성신여대와 한성대 사이에 위치한 지하 1층의 연습실에서는 연극 〈니들 꼬라지가?〉연습이 한창이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연습실에서는 배우 김세환과 두 명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연출자와 두 명의 연극 관계자들이 연습을 지켜봤다. 연기하는 상황은 주인공이 자신이 거주할 집을 중개자와 함께 찾아가는 상황. 연습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는데, 연출자가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즉각적으로 조언을 해 주거나 상황에 맞게 그 자리에서 대사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니들 꼬라지가?〉가 창작극인 만큼 배우들끼리도 현장에서 소통하며 상황에 맞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몇 가지 소품들을 갖고 연기하는 배우들이었지만, 마치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약 15분을 쉬고 다시 연습에 돌입했다. 아까 연습하던 장면에 이어 이번에는 함께 집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중개인의 모습에 집중된 연습이었다. 집까지 가는 길이 험해 여러 험난한 상황이 연출되는 장면이었다. 어려운 상황을 겪는 모습을 연상시켜주는 효과음을 배우들이 직접 내며 실재감을 더했다. 또한 배우들이 차를 타고 정글을 헤쳐가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배우들이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연기를 추가해 극에 해학성을 더하고, 관객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냈다. 한 배우는 자동차를 연상하는 소품으로 의자는 너무 진부하다며 물통 두 개를 바퀴형식으로 엮은 후 위에 널빤지를 얹어 새로운 소품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습이어도 실전처럼 생각하고 연구하는 배우들의 모습 속에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그들이 가진 열정과 애착이 얼마나 큰지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무대를 준비하는 극단과 배우들



  늦은 점심겸 이른 저녁을 먹은 후 김세환 배우는 버스를 타고 연극 〈검열 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 진행될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했다.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는 큰 블랙텐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블랙텐트는 일반 소극장만한 크기로, 무대 뒤에 있는 무대대기실 및 준비실, 무대, 그리고 계단식의 관객석이 있었다. 8시에 시작되는 연극이라 그는 여유 있게 무대 뒤편에 있는 배우 대기실에서 헤어 세팅과 메이크업을 받았다. 옆에는 배우들이 입을 많은 의상들이 걸려있었는데 연극 도중 5벌 정도의 다른 옷들을 바꿔입어가며 연기할 거라고 했다. 준비를 하고 있는 도중 다른 동료 배우들이 도착했고 곧 그들도 준비를 시작했다.



  6시 반까지 모든 배우들의 의상 및 메이크업 준비가 끝이 났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에 앞서 배우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극단원들과 함께 둘러 모여서 종이 차기 게임을 하는 단원들도 있었다. 극본과 책을 읽는 배우도 있었다. 김세환 배우는 맡은 대사를 한 번 더 검토한 후, 극단원들과 함께 종이 차기 게임을 했다. 단체 활동에서 단체 구성원들의 마음이 잘 맞아야 준비한 일들이 더 잘 진행되듯이, 공연이 시작하기 전 긴장을 풀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드림플레이 연극 단원들만의 방법인 것 같았다.



  휴식! 이라는 말과 함께 각자 개인의 방법으로 무대를 준비하던 배우들이 흩어져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대와 조명 세팅이 최종적으로 완료됐고 블랙텐트 밖에서는 티켓 판매가 시작됐다. 본 연극을 앞둔 김세환 배우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대사를 암기하고 연기를 연습했다. 그렇게 30분간 맹연습이 계속되고 7시 30분이 되자 모든 드림 플레이 단원이 모여 단합 구호를 외쳤다. 취재 당시 2월 3일은 광장 극장 블랙텐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시즌 2가 계속 되긴 하지만 이번 공연의 마지막 날인 만큼 모두가 이번 공연에 그 어느 때보다 큰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8시, 연극 〈검열 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 시작됐다. 이 연극은 정부의 문화 검열 및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몇몇 문화부 장관과 문화예술위원장역을 맡은 배우들이 그들을 패러디하며, 그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위원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그들을 풍자하기도 했다. 또한 연극은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있던 문화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 사건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논평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까지 명백히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현실을 이 연극에서도 보여줬다. 연극이 끝날 때 연극단원 모두가 무대에서 촛불을 들고 돌았다. 이는 정부의 문화 검열 사태와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국민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기다릴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한 시간 반 동안의 공연이 끝났다. 극 중 여러 인물의 역할을 맡았던 김세환 배우였지만, 각기 다른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며 인물을 다르게 표현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연극인이자 배우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다. 무대 뒤라 보이지 않았지만 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바쁘게 돌아갔을 무대 뒤편의 김세환 배우와 다른 배우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무대에서와 무대 뒤편에서 바쁘게 움직였을 배우들은 공연이 끝난 뒤 서로 수고의 인사를 건내며 배우의 값진 미소를 보였다. 2월 마지막 공연을 연기한 김세환 배우와 드림플레이 극단원들은 뒤풀이를 가지며 서로 지난날의 노력들을 축하하기로 했다.



현실로 돌아와서



  대학로 연극배우의 하루는 열정으로 가득 찬 하루였다. 연습실 안에서 의자 몇 개와 테이블 그리고 몇 가지 소품들로 누군가의 지시 없이 스스로 연기하는 모습은 창작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기자가 하루 동안 본 것이 연극배우의 모든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부업을 병행하면서도 연기연습을 하며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로써의 삶은 충분히 보람으로 꽉 차 보였다.



  또한 공연이 끝났을 때 배우들의 표정이 보여준 것은, ‘이제 힘든 일이 끝났구나’가 아니라, 마지막 공연을 한 아쉬움, 그리고 무엇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그들을 보면 자신의 직업에 확고한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충만한 삶, 그것을 보는 우리들에게도 내적 풍요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하는 좋은 자극제이기도 했다.



  연극배우들은 자신의 직업이 고된 일일지 몰라도 배우 일을 함으로써 행복을 느끼고,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하고 고심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무대 후 내려오는 배우들의 얼굴에서 진정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배우’라는 직업이 더욱 빛을 발휘하고, 배우가 아닌 일반인인 모두가 품격 있고 문화적인 결과물을 제공받는 것임에 틀림없다.



배우 Q&A



  Q: 현재 연극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데, 연극배우가 된 계기가 뭔가?



  A: 대학교에서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연극 동아리에서의 활동이 출발점이 됐다. 우연히 접한 연극의 세계였지만 너무나도 재밌었고 연극배우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현재 소속돼 있는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A: 대학교 때부터 들어가고 싶었던 극단이었다. 학교 선배님께서 우연치 않게 그 극단과 관련된 공연을 제안해 주셨고 우연히 배우 한 자리가 남았었는데 대본 등의 같은 오디션을 보고나서 들어가게 됐다.



  Q: 현재 연극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A: 딱히 없다. 연기하는 것이 좋고,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고 있다.



  Q: 공연을 준비하면서 배우들끼리 싸우기도 하는가?



  A: 싸움이라기보다, 창작극 같은 경우 각자 배우끼리 의견을 내면서 연극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배우와 연출끼리 의견대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연출과 배우들끼리 친하기 때문에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자유롭고 또 그것들을 통해 더 좋은 연극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보통 연극의 준비기간은 어떻게 되며, 대본을 외우는데 자신만의 비법이 있는지?



  A: 창작극 같은 경우 대사가 당일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6주에서 8주 걸리는 것 같다. 대본을 외우는 비법이라면, 대본에 해당하는 대사를 말하기 전 그 캐릭터가 가진 생각과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더 대본을 쉽게 숙지할 수 있는 것 같다.



  Q: 공연하고 있는 연극 수가 많은 만큼 맡고 있는 캐릭터들도 다양할 텐데, 그 대사들이 헷갈리지 않는가?



  A: 헷갈리지 않는다. 연극들의 성격이 비슷한 경우 헷갈릴 수 있겠지만, 현재 하고 있는 연극들의 색깔이 달라서 크게 대사에 혼란은 없는 것 같다.



  Q: 연극배우들 중에서 연극 말고도 다른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 같던데 김세환 배우도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A: 연기 레슨도 한다. 주로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학생들 연기를 가르치는 일이다. 또한 무대 설치나 조립일이 들어오면 하는 편이다.



  Q: 마지막으로 대학로 연극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대학로 연극이나 모든 연극들이 공정했으면 좋겠다. 현재 배우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배우’라는 꿈을 향해 달려온 사람들인 만큼, 연기를 잘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배우로써 성공하고 빛을 보는 그런 시스템이 확립됐으면 한다. 또한 배우로 활동하는 연극계 선배들, 후배들 모두가 더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도록 서로 끌어 당겨 주는 연극계의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지연 기자

  jiii9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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