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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 다시 만나요
김선웅 ㅣ 기사 승인 2017-03-02 04  |  583호 ㅣ 조회수 : 237

다시, 만나고 싶은



  지난 2014년 10월, 인터넷에는 가수 EXID의 멤버인 하니의 ‘직캠’ 영상이 게시됐다. 해당 동영상은 각종 SNS를 뜨겁게 달궜고, 이미 활동을 종료했던 곡인 EXID의 ‘위아래’는 음원 순위에 다시 등장했다.



  또한, ‘위아래’의 역주행 신화에 힘입어 EXID는 공중파 음악방송에 다시 출연했고, 심지어는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하니의 직캠 영상으로 인해 대중들이 노래를 다시 듣고, 무대를 다시 보고 싶어 한 결과다.



  이처럼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인해 무언가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느낀다. 오래전 봤었던 영화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다시 한번 극장에서의 감동을 느끼고 싶거나, ‘위아래’처럼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을 다시 찾는 것이 그 예다. 최근 ‘다시 만나는 것’이 문화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재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32만 3,660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재개봉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또한, <노트북>, <죽은 시인의 사회>,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등 다양한 장르의 명작들이 재개봉돼 관객들은 다시 한번 극장에서 명작의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문화계의 ‘다시’ 열풍은 극장가를 넘어 서점에도 찾아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속 작가들의 작품을 초판본으로 복간하는 ‘초판 복간본’이 대거 발행됐기 때문이다. 2015년에 단 3권의 복간본이 발행된 것과 달리 2016년에는 그의 7배인 21개의 복간본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대표적으로는 백석 시인의 <사슴>,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 등이 과거의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났고, 이중 윤동주 시인의 서거 71주기 기일에 맞춰 복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時>는 종합 베스트셀러 46위를 기록해 인터파크의 ‘2016 최고의 책’ 후보에 올랐다.



  한 해, 혹은 하루에도 수많은 작품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문화계에서 기존의 작품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기존 작품들의 ‘작품성’을 재확인받는다는 의의가 있다. 새롭게 쏟아지는 신작들 사이에서도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과 작품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기존의 작품들만이 다시 한번 대중들을 만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개봉 이후에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이터널 선샤인>은 처음 개봉했을 당시 전 세계에서 약 4,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죽은 시인의 사회> 역시 1989년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팬들 사이에서 끝없이 회자되던 명작이었다.



'다시'의 이유있는 반향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존의 작품들을 다시 보고 싶다고 느낄까. 원론적으로 다가서자면,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다시 보는 것은 처음의 감동을 다시 얻게 할 수 없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의 감동을 다시 한번 온전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그 작품을 TV 다시 보기나 인터넷에서가 아닌 극장, 초판본을 통해 만나야 한다. 그리고 대중들의 ‘다시’에 대한 열망에 출판계와 영화계가 반응해 다양한 재개봉 영화와 복간된 초판본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재개봉 영화와 복간된 초판본 등은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접하기에는 여러 가지의 어려움이 있다. 다시 대중들 앞에 나타난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미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과 결말 등이 전부 알려졌고, 영화의 경우는 낮은 화질, 책의 경우에는 한자가 혼용되고 과거의 어휘가 사용된 점 등의 문제가 있어 사람들이 작품을 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개봉하거나 초판본으로 발행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흥행과 수익 면에서 새로운 작품들에게 전혀 뒤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신작들을 앞지른 작품도 있었다.



  또한, 최근 재개봉되거나 복간된 작품들의 경우 대중들에게 새로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얼마 전 재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흑백 버전으로 재개봉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에서 가장 큰 호평을 받았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지난 1월 25일(수), 기존 상영시간에서 64분이 추가된 확장판으로 재개봉됐다.

출판계 역시 복간된 작품들을 예약 구매하면 부록을 증정하는 등의 새로운 방식을 차용했다. 지난 2015년 복간된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은 구매자에게 경성의 김소월이 직접 소포를 보내는 콘셉트로 대중들의 호응을 얻었고, 백석 시인의 <사슴> 초판본을 예약 구매한 구매자에게는 나무 펜과 펜촉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계의 ‘다시’ 열풍은 새로운 작품들을 제작하는 문화계 종사자들에게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니다. 신작의 입장에서는 과거에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명작들과 다시 한번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출판사와 배급사는 다시 개봉하거나 복간되는 작품들이 기존에 큰 인기를 누렸거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데다가 다양한 마케팅과 편집기술을 이용하면 현재의 대중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재개봉과 초판본 복간이라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덜 유명한’ 신작들은 다시 대중들에게 찾아온 작품들보다도 낮은 성적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또한, 재개봉 영화 대부분이 극장의 예술영화 상영관에서 주로 상영되는데, 이는 결국 새롭게 개봉하는 독립·예술영화에게는 ‘자리 뺏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즉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처음의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계의 ‘다시’ 열풍은 긍정적이지만, 새로운 작품은 부활한 기존 작품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지난 1월 22일(일) 아프리카 TV 스타크래프트 리그 시즌 2(이하 ASL 2)가 막을 내렸다. 벌써 오래전 유행이 지난 스타크래프트 1의 리그가 진행됐다는 것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스타크래프트 1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심지어는 각종 뉴스에서 ‘스타크래프트 1 리마스터링’에 대한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ASL 2 경기가 진행될 당시 관중석에는 ‘스타크래프트는 예술이었고, 문화였으며, 우리의 학창시절이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있었다. 이처럼 ‘다시’ 본다는 것은 처음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우리 모두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결국, 문화계에서 ‘다시’라는 키워드가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 혹은 자신의 추억에 대한 열망 때문이 아니었을까.



  김선웅 기자

  hitjsdnd@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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