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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진실 혹은 거짓- 유럽 중세시대 편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8-04-17 09  |  601호 ㅣ 조회수 : 210
  우리는 유럽의 중세시대를 ‘암흑기’라고 부른다. 미신과 무지몽매가 판쳤던 시대. 근대의 계몽주의자들은 중세를 부정하며 중세와의 단절을 시도했다. 이런 시각을 21세기의 우리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하지만 중세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로운 시기였다.



  중세는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5년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1,000년에 이른다. 한국사로 치면, 고구려의 전성기부터 조선 전반기까지의 기간이 유럽의 중세인 것이다. 이런 긴 시간을 모두 암흑기로 단순화하기에는 섣부르다. 르네상스가 부활, 부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중세는 ‘죽어있던 시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르네상스는 중세에 이뤄진 점진적 발전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스 고전 문화의 보전과 체계적인 대학 교육 등 르네상스의 주춧돌은 모두 중세 때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등 르네상스의 과학자들은 우리에게는 일종의 영웅이다. 교회라는 불의하고 비합리적인 권력에 맞서 진실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세의 가톨릭을 마치 악의 축처럼 생각하고 있다. 마녀사냥을 벌이고, 십자군을 일으켰으며 사람들을 억압했다고 말이다. 물론 가톨릭이 그렇게 한 경우도 분명 많았고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세 전반에 걸쳐 가톨릭이 탄압을 자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톨릭은 고대 그리스의 유산을 보호한 ‘보루’ 역할을 했다.



  서구 지성사의 금자탑이라 불리는 ‘신학대전’은 13세기 성직자인 토마스 아퀴나스가 쓴 책으로, 가톨릭 신학생들에게 교본으로 읽혔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을 통해 “이성과 믿음은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는 그 당시 가톨릭의 보편적이 주장이기도 했다. 그리스의 철학과 그리스도교 윤리를 결합한 철학을 스콜라 철학이라고 하며, 앞으로 이어질 이성주의적인 철학사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우리의 생각처럼 가톨릭은 그리스의 고전을 파괴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마녀사냥을 이용한 탄압도 주로 근세에 일어났던 일이다. 근세에 가톨릭의 권위가 흔들리면서 가톨릭이 강경책을 펼친 것이다. 특히, 개신교와 가톨릭의 다툼인 30년 전쟁 당시 약 4만명에 이르는 여성 및 반교회 인사들이 희생됐다.(마녀사냥의 희생자는 여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녀사냥이 가톨릭이 남긴 역사의 비극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마녀사냥으로 애꿎은 중세가 그 이미지를 모두 뒤집어썼다.



  르네상스와 비교되는 중세의 회화도 중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중세의 회화 기술 및 표현력이 르네상스보다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미술 양식의 발전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쾰른 대성당(13세기에 착공, 19세기에 완공), 샤르트르 대성당 모두 11~13세기 중세의 유산이다. 성당이나 학교에 사용되던 이러한 양식을 고딕양식이라고 한다. 높이 솟은 첨탑과 균형감 있는 건물의 외관은 중세의 미가 결코 르네상스나 그 이후에 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물론, 예술을 일직선상에 놓고 좋고 나쁨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섬세하고 다채로운 표현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중세 때부터 이어진 예술적 기법이 발전된 결과다.



 



  20세기 최고의 인문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움베르토 에코는 중세를 ‘근대의 뿌리’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있는 서양 문화는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다. 중세의 연속적인 발전과 진보가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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