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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다! 도서 정가제 편
박수영,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7-10-02 15  |  591호 ㅣ 조회수 : 37
찬성 - 도서정가제…비정상의 정상화

도서정가제는 중소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2014년에 개정됐다. 개정안의 취지는 할인율을 도서정가의 최대 15%로 제한해 가격경쟁의 과열을 줄이자는 것이었다. 도서정가제는 시행 기간인 3년이 지나 폐지냐 연장이냐의 갈림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갈등은 시장의 자유 대 정부의 개입이라는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대기업 규제, FTA와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는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다.



도서정가제 반대론자들은 주로 시장의 논리에 기초를 둔다. 그들은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의 가격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도 도서정가제를 반기지 않는다. 도서정가제 시행 전의 책값은 최대 50%의 할인으로 거의 헐값이었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더는 싸게 살 수 없으니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도서정가제의 핵심은 할인율 제한이 아닌 정가 보장이다. 정가를 보장받고 상품을 사는 것은 시장의 유지를 위한 상식적인 일이다. 정가도 보장받지 못한 채 가격경쟁에만 몰두했던 기존의 도서시장은 비상식적이었다.



할인을 통해 이득을 보는 것은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뿐이다. 공급률을 낮춰 이윤을 남기기 때문이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책의 정가 대비 비율이다. 예를 들어 정가가 1만 원이고 출판사가 책을 6,000원에 서점으로 넘긴다면, 공급률은 60%가 되는 것이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은 중소서점보다 5~15% 정도 낮다. 더 많이 팔릴 거란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만 원짜리 책을 반값에 팔아도 공급률이 40% 정도면 1,000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중소서점은 가격경쟁에 밀려 사라지는 것이다. 중소서점의 몰락에 따른 대형서점의 독점은 역설적으로 소비자의 가격결정권을 무력화한다. 경쟁 상대가 없는 시장은 담합과 비리의 온상에 불과하다.



지금도 중소서점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하지만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중소서점의 감소는 약 3% 둔화됐다. 또한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독립서점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통해 가격에서는 대형서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 독립서점에서는 다양한 강연을 비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독점 상태의 시장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변화들이다.



물론 도서정가제는 도서시장을 살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도서정가제는 도서시장과 중소서점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치료제는 아닐지언정 인공호흡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장의 자유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시장의 자유는 몽상일 뿐이다.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



반대 - 그들이 아닌 우리의 현실을 보라



지난주 기자는 교보문고에서 전공 책을 3권 구매했다. 총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책이 출간된 지 10년, 20년이 지났음에도 가격은 변함이 없다. 바로 도서정가제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인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017년 키워드를 주제로 한 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2017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고 값은 내려가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도서정가제 덕분에 10년이 지나도 정가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서정가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사실 도서정가제의 목적은 ‘경제적 효율성’ 추구가 아니다. 제1의 목적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해 적극적으로 창작활동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문학적 가치를 육성’하고 ‘출판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출판사는 돈이 되는 책들만 내놓고 있다. 출판사는 돈이 되는 책들을 적게, 또 비싼 가격에 출간해 단기간에 이익을 취하고 품절시키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출판생태계의 다양화인가?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큰 이득을 본 집단은 대형 인터넷서점이다. 이들은 도서정가제라는 날개를 달고 중고서적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반면, 소비자와 오프라인 서점들은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



첫 번째 이유는 도서시장 자체가 황폐해진 데 있다. 그 전부터 도서시장은 축소되고 있었는데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도서시장 위축이 가속화됐다. 정부가 시장에 가격 규제 형태로 직접 개입하는 경우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도서정가제도 다르지 않았다. 도서정가제는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반응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충분치 않았다.



또, 도서정가제가 강화되면 인터넷서점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오프라인 서점으로 수요가 이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순진하고 위험한 생각이었다. 현재 인터넷서점들은 카드사 제휴를 통한 할인으로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팔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중소형서점은 그런 여력이 없을뿐더러, 교통비용 등 추가 지출이 발생해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다.



단언컨대, 도서정가제는 실패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작용과 오류의 수정 없이 도서정가제를 더 강화하려고 한다. 선한 의도를 가진 정책이니 이해하고 지켜봐달라는 헛소리는 그만 듣고 싶다. 글을 마치며, 정부에게 정책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는다. 국민 다수인가? 소수의 기업인가? 다양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국민들을 얼마나 희생시켜야 만족하는가?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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