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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편
박수영,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7-12-10 10  |  596호 ㅣ 조회수 : 608
찬성 - 실질적 평등으로 가는 첫 걸음

현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추진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고질적인 학력주의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지방대와 전문대생들의 ‘블라인드 채용’ 찬성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당연한 결과다. 학력과 출신 지역, 신체정보를 보지 않고 오직 업무에 필요한 스펙으로만 보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전체 국민의 찬성 비율도 약 68%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취지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리얼미터.2017). 하지만 소위 ‘SKY’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의 명문대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학 입학을 위한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데 불만을 느끼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형평성이라는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과연 수능 한 번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하는 게 정당한 일인가? 명문대가 취업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명문대의 교육환경 때문이다. 다른 학교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문대 졸업생들은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뒷받침되는 각종 필기시험과 업무테스트를 통해 능력을 증명하면 그만이다. 대학의 차이는 교육 환경의 차이지 그것이 곧 능력의 차이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의 이름이 마치 골품제처럼 취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실 학계에서는 학력과 실무능력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랭크 슈미트 아이오와대 교수와 존 헌터 미시간주립대 교수의 1998년 논문 ‘인사 심리학의 선발방식에 따른 타당성과 유용성’을 보면 학력과 실무능력의 상관관계는 0.1에 불과하다(1에 가까울수록 관련도가 높고 0에 가까울수록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해당 기업에 맞춘 정밀한 인재 선발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학력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이것은 블라인드 채용의 단점으로 지적된 명확한 선발 기준의 부재가 설득력을 잃는 이유다. 인재 선발 시스템의 미비는 우리나라 기업의 전반적인 문제였다. 오히려 이번 블라인드 채용이 체계적인 인재 선발의 계기가 될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면접만 잘 보면 그만이 아니다. 앞으로 기업들도 학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무능력 중심의 선발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우리나라 취업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다. 기울어진 위치에 있는 쪽은 아무리 해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블라인드 채용은 진정한 의미의 능력주의 사회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



반대 - 능력까지 블라인드하는 모순 정책



가족관계, 신체조건, 외모, 자격증, 지역, 출신학교, 학점. 이 중 개인의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항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출신학교, 자격증, 학점은 개인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서두에 말한 모든 사항이 사라진다.



블라인드 채용은 일관성이 없는 정책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항은 블라인드 해야 한다. 지원서에 사진이 금지된다면 외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면접관이 외모를 접하는 대면 면접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출신지를 가린다면 거주지도 마찬가지다. 출신지를 통해 드러나는 지역이 문제라면 거주지를 통해 드러나는 지역도 문제다.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뽑는 데 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착실하게 준비해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은 ‘성실성’이라는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성실성이 직무능력과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 성적, 전공은 구직자의 ‘능력’을 반영한다. 그러나 정부는 능력을 배제한 채 인재를 채용하겠다고 나섰다.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적인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모든 스펙을 가지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블라인드 채용은 매우 제한된 정보로 유능한 사람을 뽑아야 하기에, 자기소개서·논술 등 ‘취업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즉, 어떠한 형태로든 줄 세우기는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회가 요구한 능력을 착실하게 쌓아온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맞다.



또, 정부에게 제대로 된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으로 인해 서류심사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만큼 필기시험과 면접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행해지는 면접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



혹자는 학력이 높다면,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이를 토대로 좋은 결과를 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학력이 부족해 취업할 때 불공정함을 느낀다면, 노력을 증명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것이 맞다. 노력 없이도 잘 사는 사회가 정상이 아니라, 노력이 보상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노력 없이 동등한 결과의 평등이 보장되면 사회주의다. 블라인드 채용은 노력과 능력을 무시하는 로또식 제도에 불과하다.



정책을 시행할 때 시행착오는 반드시 생긴다. 블라인드 채용도 마찬가지다. 교육 정책은 입시에 맞춰 유예기간을 둔다. 채용 정책 또한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블라인드 채용은 시간을 두고 시행해야 한다. 채용은 능력이 우선이지, 결과적 평등이 우선시 돼서는 안 된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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