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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占)의 이야기 욕망의 이야기
권나경,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8-03-02 17  |  598호 ㅣ 조회수 : 337
  점의 역사는 욕망의 역사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욕망, 더 가지고 싶다는 욕망이 점을 만들어냈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도 점은 여전히 그 지위를 잃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앞날은 두렵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욕망이 있는 한 점은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점은 미신에 불과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점을 단순히 미신이라 치부하더라도 점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점은 전근대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오늘날도 그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대의 점은 개인의 고민이 아닌 국가의 중대사를 책임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점성술이다. 점성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농사의 풍·흉년, 국가의 흥망성쇠를 묻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영국의 전성기를 이끈 엘리자베스 1세도 점성술을 신봉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점성술사의 말에 따라 주요 정책을 결정했다. 고대 로마 제국도 통치에 점성술을 이용했다. 로마 제국의 제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는 점성술사였다. 폭군으로 유명한 제5대 황제 네로는 점성술을 신봉해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이곤 했다. 네로는 혜성이 하늘에 나타나자 불길한 징조라며 불안에 떨었다. 급기야 혜성은 반란을 예견한 것이라 여겨 귀족들을 대거 숙청하는 비극을 일으켰다. 이런 네로의 기행은 혜성이 불길한 징조라는 인식을 확립시키고 말았다.

  여기까지만 보고 점성술을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연금술이 화학의 아버지이듯, 점성술도 천문학의 아버지이다. 과거 점성술은 천문학, 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일종의 ‘과학’이었다.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천문학과 수학이 발달할 수 있었다. 요하네스 케플러,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유명한 천문학자도 점성술의 전문가였다.



  고대 중국은 점성술 외에도 ‘거북 점’으로 국가의 중대사를 판단했다. 기원전 1,200년 전 상(은)나라는 이 거북점을 왕이 직접 주관해 국가의 주요정책을 결정했다. 거북 점은 구멍을 뚫은 거북이의 등딱지나 배딱지를 불 속어 던져, 껍데기의 균열과 터진 모양으로 점괘를 보는 것이다. 상나라는 껍데기에 점을 친 날짜, 점의 결과 등을 글자로 새겼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갑골문자다. 갑골문자는 이후 한자의 원형이 된다. 점을 뜻하는 한자 卜(점 복)도 껍데기의 균열과 균열이 터지는 소리(복)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갑골문자는 허구의 나라로 간주하던 상나라가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갑골 위의 기록을 통해 상나라의 정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점을 치고 남은 것이 역사의 ‘미싱 링크’를 이어 맞춘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중시해 왔다. 조상들의 자연관인 풍수(風水)에서 인간이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자연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묏자리나 집터, 궁궐터를 정하는 데 풍수지리를 애용했다. 조선 시대에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풍수에 의지하는 모습도 보이곤 했다. 대표적으로 흥선대원군은 “제왕이 나올 명당이 있으나, 제왕이 두 분만 나올 것입니다”라는 지관의 말을 듣고,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옮기기까지 했다.

조선 초 천도문제에서도 풍수는 중요한 화두였다. 무학대사와 하륜은 각각 계룡산과 무악(신촌 일대)이 명당이라며 대립했다. 이 논쟁은 정치적 실권자인 정도전에 의해 종로로 결론이 났지만, 우리 조상이 풍수지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토정비결은 우리에게 익숙한 점 중 하나다. 토정 이지함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토정비결은 태어난 연도, 월, 일을 통해 한 해의 운수를 점친다. 토정비결은 운수를 4언 3구의 시구로 표현하고 있다. ‘봄바람에 얼음이 녹으니 봄을 만난 나무로다’처럼 다소 모호한 것이 토정비결의 특징이다. 18세기 우리 선조의 삶을 잘 묘사하고 있는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연초에 토정비결로 한 해를 점쳐보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저 때나 지금이나 토정비결을 통해 한 해의 운세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1. 타로



  타로는 토정비결이나 사주와 달리 20·30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 카드를 뽑기만 하면 된다는 간편함과 타로의 예술적인 그림 등이 인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타로는 원래 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타로는 트럼프 카드처럼 놀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18세기경 점술가 에텔라는 타로와 이집트 신화 속 지혜의 신인 토트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면서 타로를 점술용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심리학과 결합하면서 타로는 심리분석의 도구로써도 주목받고 있다.

  타로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로를 해석하는 사람이다. 해석하는 사람인 리더는 질문자의 처지와 질문 등을 고려해서 카드를 해석한다. 카드의 의미를 완전히 숙지하는 것은 물론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타로는 22매의 메이저 아르카나와 56매의 마이너 아르카나로 구성돼 있다. 메이저 아르카나는 자신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나타낸다. 대략적인 흐름만 봐도 되는 경우엔 약식으로 이 메이저 아르카나만 가지고 점을 치기도 한다. 카드에는 광대, 교황, 탑 등이 그려져 있으며 모두 제각각의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광대 카드는 순수·시작(동시에 끝이라는 의미도 내포) 등을 의미하며, 교황은 지도력·지혜를, 탑은 붕괴·위기·시련을 뜻한다. 물론 이런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니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마이너 아르카나는 트럼프와 비슷하게 구성돼 있다. 이 카드는 지팡이, 성배, 검, 동전이라는 조로 분류되며 각각 시종, 기사, 여왕, 왕, 1~10까지 14개의 카드가 한 조에 속해 있다. 카드마다 의미가 다르며, 크게는 지팡이는 불, 성배는 물, 검은 바람, 동전은 땅의 의미가 있다.

  카드를 뽑는 방식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간단하게 한 장만 뽑아서 점치는 원 카드부터 3장을 뽑아 과거-현재-미래나 몸-마음-영혼 등 세 부분을 보는 3 카드 스프레드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2. 관상

  관상은 말 그대로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특징을 읽고 그 사람의 성격과 운명을 보는 것이다. 관상은 만나는 사람과의 관상에 따라 그 관상의 길흉화복이 변한다. 따라서 어떤 얼굴이 좋다, 나쁘다를 따질 수는 없다. 다만 관상에서 볼 때 좋은 얼굴의 특징은 콧구멍이 보이지 않는 코, 색이 맑고 도톰한 입술, 각지지 않고 둥글고 넓은 턱, 가늘고 길며 맑은 눈 등이다. 물론, 모든 점이 그렇듯 믿거나 말거나라 맹신할 필요는 없다.

  관상에서는 사람의 얼굴을 동물에 비유해 표현하기도 한다. 대개 특정 동물과 대응하는 얼굴일 때는 그 동물의 특성과 유사한 성격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살쾡이상은 홀로 활동하길 좋아하며 공격에 능하고 민첩하다고 평가받는다. 곰상은 겉보기는 미련해 보이나 사실 재주가 많은 상이며, 호랑이상은 카리스마가 있고 리더 기질이 있는 상이라 불린다. 이런 동물들 말고도 두꺼비상, 복어상, 까마귀상같이 다소 의외인 동물 상도 존재한다.



3. 점성술

  점성술은 현존하는 점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하늘 위 빛나는 천체가 곡예를 하듯 춤추는 모습은 고대인에게는 황홀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별과 별자리, 행성이 인간과 국가의 길흉을 담당한다고 믿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생일 별자리는 바빌로니아와 지중해 인근에서 시작됐다. 생일 별자리는 태양의 지나는 길인 ‘황도’에 위치한 12 별자리 ‘황도 12궁’으로 구성된다. 황도 12궁은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사수), 염소, 물병, 물고기자리가 있다. 각각의 별자리는 특정 성격을 상징한다. 예를 들어 3월 21일~4월 20일의 별자리인 양자리는 활동적이고 신념이 강한 성격을 나타낸다.

  생일 별자리는 심심풀이에 가깝고 자신의 인생을 엿보고 싶다면 자신이 태어났을 때의 하늘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상징하는 별자리와 각 천체 간의 위치를 다각적으로 판단해서 결과를 보는 것이다. 이때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으로 구성된 일곱 천체가 중요하다. 이 일곱 천체는 천체의 특징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의미가 부여된다. 수성은 유일한 광채인 태양 주위를 빠르게 돈다. 이는 왕을 보좌하는 책사나 전령을 연상시키며, 소통, 지혜를 상징한다. 반면 토성은 태양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빛을 못 받고 있으므로 죽음, 가난을 상징한다. 가장 길한 별은 목성이다. 목성은 부귀영화, 정신적 안정 등을 상징한다.

  동양에서도 목성은 제왕을 상징하는 길성(吉星)이다. 기록에 따르면 한나라가 세워진 해 동정(東井)이라는 별자리에 목성이 위치했다고 전해진다. 곧이어 목성 주위로 4개의 행성이 목성을 따라 모여들었다. 이는 목성은 한 고제 유방을 상징하며, 유방이 제후들을 이끌고 천하의 주인이 됨을 예견한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실제 이런 천문현상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목성을 제왕과 동일시했던 모습을 알 수 있다.





1. 새

  고대 로마는 새를 이용한 점을 선호했다. 하층민부터 고위층까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은 새의 종류, 울음소리, 비행 방식을 관찰해 점을 쳤다. 그 중 닭은 싸움 결과를 예측하는데 사용됐다. 신전에서 특별하게 기른 닭 앞에 곡물을 뿌린 뒤 닭이 곡물을 먹는 속도나 방식을 신관이 살펴보고 로마군의 승패를 예언했다.



2. 뼈

  과거 뼈를 점술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작은 뼈를 모아 던져 바닥에 흩어진 모양으로 점을 쳤고, 고대 중국은 뼈에 점을 치고 싶은 내용을 적고 금이 갈 때까지 불에 구운 뒤 균열의 모양이나 크기로 점을 쳤다.



3. 보리

  보리를 이용한 점술은 고대 수메르 시대에 사용되던 방법이다. 체포된 범죄 용의자는 신성한 보리로 만들어진 빵을 먹어야 했다. 용의자가 무죄라면, 빵을 먹고 아무 일도 없거나 빵이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유죄라면 복통 또는 소화불량을 일으켰다고 한다.



4. 진주

  고대인들은 진주를 신성한 물건으로 여겼다. 이 진주를 이용해 점을 치기도 했다. 이 방법은 진주를 냄비에 넣고 가열한 후 점쟁이가 옆에 서서 범죄 용의자 이름을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진주에 오랫동안 열을 가하면 균열이 생기다 결국은 부서진다. 이때 진주가 부서지거나 냄비 안에서 움직이면 그 순간 읽힌 용의자가 범인인 것이다.



5. 쥐

  고대의 많은 문화에서 쥐는 불운과 재앙의 상징이었다. 또한, 쥐는 모든 문제의 징조이기도 했다. 고대 사람들은 쥐의 움직임과 날카로운 울음소리로 점을 쳤다. 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울거나 로마의 사원에서 쥐가 보물을 갉아 먹으면 로마의 내전을 예언하고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독재자 막시무스가 세력을 읽고 지위에서 물러난 것은 쥐가 울고 난 직후라고 한다.





  점은 우리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과학이 지배하는 시대에서 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바넘효과’ 때문이다. 한 번쯤 점을 보거나 인터넷에서 심리테스트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면이 있다’, ‘좋아하는 것은 열중하는 경향이 있고 싫어하는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짜증을 많이 참는 편이다’같은 결과를 보고 “저건 내 이야기다”라고 믿지는 않는가?

  앞에서 열거한 특성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이다. 1940년대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는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동일한 설문지를 나눠줬다. 그리고 설문지에 나와있는 특성과 자신의 특성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결과는 평균 5점 만점에 4.26점으로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이러한 심리는 점 뿐만 아니라 혈액형별 성격론같은 유사과학에도 요긴하게 이용된다. 혈액형 성격론에 따르면 A형은 ‘책임감이 강해 맡겨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경향이 있다’, ‘조용한 환경에서 중요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낯가림이 심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표현을 잘 하지 못 한다’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특징인데도 말이다.

  광고나 정치 등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아야 할 분야에서도 이 바넘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바넘효과라는 말을 처음 탄생시킨 서커스 사업가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은 ‘서커스의 제왕’과 ‘희대의 사기꾼’ 이라는 상반된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는 사기적인 행각을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무언가가 있습니다’라는 말로 합리화했다. 그의 행적은 옹호할 수 없지만, 그의 말만은 남아 바넘효과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점이 신빙성을 얻는 것은 바넘효과 덕이 크다. 점을 재미로 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재미나 참조를 넘어 믿음으로 가는 것이 안되는 이유다.



권나경 기자

mytkfkd1109@seoultech.c.kr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i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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