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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8-04-17 09  |  601호 ㅣ 조회수 : 11


  지난 6일(금) 펼쳐질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5경기 중 3경기가 취소됐다. 비가 온 것도, 꽃샘추위 때문도 아니었다. 프로야구리그 37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TV, 신문, 인터넷에서 날씨예보와 함께 미세먼지 예보가 전해진다. 미세먼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애꿎은 고등어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봄철이면 찾아오는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사시사철 방문하는 불청객이다.





▲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크기를 머리카락과 비교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은 1000분의 10mm보다 작은 먼지를 뜻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보다 대략 1/5 정도 작다. PM2.5는 1000분의 2.5mm보다 작은 먼지다. 머리카락 지름의 1/20~1/30 크기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매우 작은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 호흡기를 거쳐 폐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들어가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코의 점막과 기도에서도 걸러지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부터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인체에 특히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2.5)는 국제암연구소에서 석면, 흡연과 같은 등급의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입경이 작을수록 표면적이 넓기에 더 많은 유해물질이 흡착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이루는 성분은 발생지역, 계절, 기상조건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는 대기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해 형성된 덩어리(황산염, 질산염 등)와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류와 검댕 지표면 흙먼지 등에서 생기는 광물 등으로 구성된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자연적 발생원은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등이 있다. 인위적 발생원은 보일러나 발전시설에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가 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배출원은 제조업의 연소공정이다. 다음으로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오염원이 뒤를 잇는다. 이동오염원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PM2.5가 92%를 차지할 정도로 유해성이 심각하다.



  한편,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의 300여개 측정소에서 측정돼 실시간 대기오염 실시간공개시스템(에어코리아, www.airkore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어코리아는 대기 오염도를 이해하기 쉽도록 지수화해 색상으로 표시한다. 지역별 대기오염물질 농도와 함께 날씨 등 기상정보는 물론 미세먼지 예보와 경보상황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인 ‘우리동네 대기질’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미세먼지는 농도(㎍/㎥) 등급에 따라 ▲좋음(0~30) ▲보통(31~80) ▲나쁨(81~150) ▲매우 나쁨(151 이상)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의 도시와 비교해보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까닭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돼 있어 단위 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리적 위치, 기상 여건도 좋지 않다. 지리적으로 편서풍 지대에 있어 주변국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리나라 주변에 자주 형성되는 대륙성 고기압으로 인한 대기 정체는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에 한몫한다.



  계절별로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봄에는 이동성 저기압과 건조한 지표면의 영향으로 황사를 동반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비가 내리면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빗방울에 씻겨 제거됨으로써 대기가 깨끗해지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는 다른 계절에 비해 기압계의 흐름이 빠르고 지역 대기의 순환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난방 등 연료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이 되면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공기질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미세먼지(PM10) 기준에서는 맞다. 환경부가 미세먼지를 처음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서울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8㎍(1995년)에서 48㎍(2016년)으로 개선됐다. 2002년까지 잠시 증가세를 보인 뒤 이후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건강 위해성이 미세먼지보다 큰 초미세먼지(PM2.5)다. 환경부가 PM2.5를 공식적으로 측정한 것은 2015년이다. 이전 결과는 알 수 없다.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기준이 이전보다 강화됐다. 미세먼지 수치는 같더라도 예전에는 ‘보통’이었다면 지금은 ‘나쁨’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내 초미세먼지 비율도 급격히 올랐다. 3월만 비교했을 때 2015년 48%였던 비율이 이듬해 61%, 그리고 작년은 75%의 비율을 차지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딱 짚어 규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미세먼지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대부분 연구기관이 중국을 지목한다. 중국은 전 세계로 공급하는 제조업 생산기지의 역할을 담당한다. 제조업 생산과정에서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석탄 및 석유 화력발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대도시와 산업지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5~6월 환경부와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의 기여율이 국내 52%, 국외 48%로 조사됐다.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5월과 6월은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다. 고작 한 달 동안의 실험을 통해 공기질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기 오염도의 일변화 폭은 매우 크므로 연평균 값, 계절이나 월평균 값으로 계산해야 한다.





  중국의 영향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수치로 말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대기는 그릇에 담아 놓은 물과는 다르다. 대기는 항상 변화하고 그 변화를 인간이 예측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세먼지 농도는 계절마다 다를 것이고 기후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게 조사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에 중국이 기여하는 정도는 그때그때 기상 조건에 따라 다르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국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걸러주지 못한다. 마스크 포장에서 찾아야 할 단어는 KF(Korea Filter)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즉,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전용(KF80,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KF80은 미세먼지 및 황사용, KF94는 방역용이다. 미세먼지를 확실하게 차단하고 싶다면, KF94를 착용하면 된다. 단, KF94를 착용할 경우 호흡이 어려울 수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는 다른 개념이다. 황사는 중국 내륙에 위치한 내몽골 사막에서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래와 흙먼지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황사는 3~5월경에 발생한다. 황사의 경우 인위적인 오염물질에 오염된 적이 없다면 유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미세먼지는 주로 화석연료 연소, 공장, 자동차 등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하며 중금속·유해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어 호흡기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







▲ 우리나라의 대기오염도를 알려주는 사이트인 에이코리아의 메인페이지



  지난 1월 14일(일)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지난해 7월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이었다. 이 조치는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 50㎍/㎥를 넘어 ‘나쁨’ 수준을 나타내고, 다음 날도 ‘나쁨’ 수준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당시 서울시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 정책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1월 15일(월)과 17일(수), 18일(목) 세 차례 대중교통 요금 면제가 적용됐다. 그러나 교통량 감소가 1.7%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결국,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 면제 중단 결정을 내렸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지금까지 1월 3차례를 포함해 지난달 26일(월)까지 총 4번 발령됐다.



  현 정부에게도 미세먼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공약의 한 축은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기여도 1위를 차지하는 경유차 감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30년까지 개인용 경유차를 퇴출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정부는 미세먼지 노출 저감에 대한 대책으로 미세먼지 경보 발령제를 시행하고 있다. 야외활동 제한 등의 단계별 생활수칙을 권고하지만,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경우 실내생활이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국민들이 할 수 있는 대처는 바깥으로 최대한 나가지 않고, 외출 시 마스크를 쓰는 정도가 한계다. 공기청정기도 직접 사비로 구매하는 등 개인의 차원에서 예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정부의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 정책이 달라졌다. 일관성, 지속성이 없는 정책은 효과적일 수 없었다. 환경부가 만든 미세먼지 종합대책 홈페이지는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지 못한다. 미세먼지를 개인 차원에서, 지방 차원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제기된 ‘국내의 심각한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에 항의해 달라’는 청원에 서명인이 20만명을 넘었다. 중국의 석탄 사용억제 등 미세먼지 저감 자체 노력 유도가 필요하다. 지난달 30일(금) 문 대통령이 중국 대사와의 만남을 통해 중국 측으로부터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려 환경협력센터 도입에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냈다.



  미세먼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세먼지는 현상이 아닌 재난이다. 우리대학 환경공학과 김대근 교수는 “공공기관의 잘못된 환경의식이 국가적 환경재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국가는 국민의 환경권을 보장하고, 국민은 환경의식을 강화하는 등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환경정책을 펼쳐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미세먼지 재난 문제는 환경세를 도입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관측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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