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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호 기자수첩
김수진 ㅣ 기사 승인 2019-05-18 06  |  617호 ㅣ 조회수 : 198



김수진 기자

(영문·18)



  기자는 ‘한국근현대사의 이해’ 수업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보고서를 써야 했다. 보고서에 누구보다 몸소 느낀 기자만의 3·1운동 의미를 담고자 주저하지 않고 서울 이화마을에 남아 있는 적산가옥을 탐방하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처음엔 보고서 작성이 적산가옥 탐방의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적산가옥 탐방 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뭉클함을 느꼈다. 이 뭉클함은 한국인으로서의 애국심일 수도, 조상들에 대한 존경심일 수도 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3·1운동 100주년을 뜻깊게 기념한 점은 확실한 것 같다. 3·1운동은 일제 강점기의 참혹한 현실을 일깨워 준다. 3·1운동에 대한 대다수의 생각은 딱 여기까지다. ‘우리 조상들이 이런 수모를 겪었구나. 대단하다.’ 그저 담담한 태도로 받아들일 뿐이다. 물론 치욕스러운 역사지만, 그만큼 몸소 느끼며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도 분명하다.



  적산가옥을 탐방하면서 느낀 3·1운동의 가장 큰 역사적 의미는 ‘한국근현대사의 상징’이다. 3·1운동은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임과 동시에 한국근현대사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다. 사실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다. 즉, 적산가옥은 ‘일제가 지었다가 패망하고 떠나면서 남기고 간 건물’을 일컫는다. 솔직히 적산가옥을 둘러보기 전까지는 ‘이런 걸 굳이 남겨야 하나’ 생각했다. 나쁘고 참혹한 기억만 주는 일제의 잔재를 남겨 현재까지 그 상황을 회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문화재적 가치의 유무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졌다. 하지만 적산가옥을 둘러보며 보존할 가치가 있는, 보존해야 할 ‘한국근현대사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문화재란 국가적으로 위상을 높여주며 뛰어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국가에서 보존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적산가옥은 치욕적인 역사를 대표한다. 이런 적산가옥을 과연 문화재로 보존해야 할까? 기자의 대답은 ‘Yes’다. 적산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보다 수탈당한 재산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재해석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아무리 적산가옥이 식민지 때의 치부를 드러낸다 한들 보존해야 한다. 적산가옥을 역사의 본보기로 보존해 후대 자손들까지 간접적으로나마 역사 속 상황을 느끼고, 잊지 말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3·1운동도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국근현대사의 상징’임에 틀림없다. 역사에는 귀천이 없다. 자랑스럽든 자랑스럽지 않든,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음으로 느낀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교훈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적산가옥은 일제의 침략 증거이자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한다. 적산가옥과 마찬가지로 3·1운동의 ‘대한독립만세’도 일제가 남긴 침략의 증거를 대변하고, 교훈의 대상으로 삼아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길잡이 역할은 역사를 부끄러워하는 이들에게 ‘교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부끄럽다고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전 세계에 알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일이 치욕을 씻는 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느낀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반성’이다. 3·1절을 ‘삼점일절’이라고 읽는 역사 까막눈들에게 적산가옥 탐방은 특히 좋은 ‘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홀로코스트 관련 건물을 역사의 본보기로 보존해놓고 반성하는 기회를 준다는 사례가 있다. 이런 사례를 본받아, 적산가옥을 역사의 본보기로 정하고 앞으로는 역사에 무지한 태도를 변화시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부분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유관순 열사가 얼마나 대단한 독립운동을 했는지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가거나 박물관 등을 방문할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보여준 당찬 면모와 의지에 감탄하며, 그때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는 적산가옥을 다녀옴으로써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3·1운동의 100주년을 기념해봤다. ‘우리의 역사를 잊지 말자’, 머리에 새겨져 있으나 정작 몸에 배어 나오지는 못했던 말. 이번만큼은 몸소 실천했던 것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역사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를 준 ‘한국근현대사의 이해’ 수업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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