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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이 보여
강진희, 유미환, 박지영 ㅣ 기사 승인 2019-05-26 19  |  618호 ㅣ 조회수 : 5535





  우리는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눌까. 친구와 가족을 직접 마주보며 대화를 나눌 뿐 아니라 사이버 상에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SNS에서도, 친구와의 채팅에서도 대화를 이어간다. 사이버 상에선 주로 글자와 숫자들을 이용해 소통한다. 하지만 단순히 문자로 주고받는 대화는 다소 딱딱하고 제한적으로 느껴진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거나 통화할 때에 비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모티콘’을 사용해 대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단순한 이야기도 이모티콘과 함께 한다면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화의 풍부함을 가져온 이모티콘은 어떻게 나오게 됐을까?



  이모티콘은 1982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에 공지문 하나가 붙었다. ‘채점자들은 이 문자들을 사용하기 바란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 우리에겐 익숙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 바로 이모티콘의 시작이다. 카네기멜론대학의 스코트 펠만이 이 표시를 최초로 사용했다. 초기에는 주로 웃는 모습으로 표현됐기 때문에 스마일리라고 불렸지만, 이후에는 ‘감정’을 뜻하는 ‘emotion’과 ‘기호’를 뜻하는 ‘icon’이 합쳐져 ‘emoticon’ 즉, 이모티콘으로 불리게 됐다. 이모티콘은 아스키 문자를 사용해 감정을 표시하는 기호를 뜻한다. 채팅이나 이메일, 인터넷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감정이나 설명하기 곤란한 상황도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모티콘은 다양한 특징이 있다. 나라마다 주로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다르다. 문화에 따라 이모티콘의 특징이 다르며 같은 문화권인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이모티콘을 만들고, 일본은 키릴 문자, 반각 가타카나 문자 등을 사용한다. 동양에서 만들어진 이모티콘들은 주로 눈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웃는 모습을 ^0^, ^_^ 등으로 표현해 눈이 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입의 모양을 가지고 감정을 표현하고 기본 이모티콘들이 주로 누워있다. 예를 들어, :D, =) 등 누워 있는 모습으로 웃는 입을 표현한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이후, 이모티콘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분량이 제한된 초창기 문자메시지에서 이모티콘은 매우 효율적인 표현 수단이었다. 과거 인터넷 채팅이 유행할 때, 상대에게 호의를 표시하려면 문장 끝에 ^^을 붙이곤 했다. 난처할 때는 웃으면서 진땀을 흘렸고(^^;;), 낙담하거나 위로를 바랄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ㅠㅠ). 그림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인터넷 메신저는 이모티콘의 신세계를 열었다. MSN 메신저, 네이트온 같은 PC 메신저는 문장 기호가 아니라 그림으로 된 이모티콘을 선보였고 단순한 얼굴부터 하트, 생일 케이크, 꽃다발 등 다양한 이모티콘이 나왔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더 생생하고 개성있게 전해주는 이모티콘의 매력에 빠졌다.



  나아가, 유니코드 체계를 이용해 만든 그림 문자로 ‘이모지’가 등장했다. 이모티콘은 텍스트의 조합으로 감정을 나타내고 이모지는 이미지로 감정을 나타낸다. 모바일 운영 체제를 개발하던 구글(Google)과 애플(Apple)의 제안으로 2007년 유니코드 기술 위원회에서 유니코드 이모지 기술 표준이 제정됐다. 이로써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모지는 SNS 활성화로 빠르게 확산됐다. 광대역 이동통신으로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져 애니메이션 형태의 이모지인 스티커(sticker)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모지는 인종과 성별, 장애 유무에 따라 특정계층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드러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에 따라, 모든 인종이 자신의 피부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했고 다양한 가족 형태와 장애인의 생활 모습들을 더욱 다양하게 담을 수 있도록 했다. 2019년에 업데이트될 이모지에는 보청기, 인공 팔다리, 안내견, 휠체어 등이 있는데 하반기부터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늘날 SNS의 발달과 함께 이모티콘이 새로운 시장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이미지로 표현되는 이모티콘은 기존에 문자 부호로 간단한 감정을 표시하던 것을 넘어서 사용자의 감정과 상황을 더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국내 메신저 카카오톡에 따르면 지난해 2,700만 명이 하루 6,667만 건, 한 달에 20억 건의 이모티콘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한다. 캐릭터 이모티콘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2012년 한 해 280만 명이 4억 건의 이모티콘을 발송한 것과 비교하면 이모티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연간 온라인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모티콘 캐릭터 연관상품을 포함한 규모는 3,000억으로 추정된다. 이모티콘에 사용된 캐릭터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인기가 상당하다.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오프라인 매장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겨 방문한다. 그야말로 캐릭터 산업의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모티콘을 인지도 있는 기존 작가뿐 아니라 개인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유통할 플랫폼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에서 누구나 나만의 이모티콘을 카카오에 제안할 수 있다. 직접 만든 이모티콘이 카카오스토어에 올라오기까지는 ▲이모티콘 제안 ▲이모티콘 심사(약 2주 소요) ▲제안 승인 ▲상품화 ▲출시 후 판매 단계를 거친다. 판매되는 이모티콘의 수익은 작가 35%, 카카오 65%의 비율로 나눈다. 또 다른 플랫폼인 라인도 비슷하다. 라인의 경우 이모티콘 외에도 스티커, 테마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등록 ▲텍스트와 이미지 제출 ▲검토(약 2주 소요) ▲심사 통과 ▲판매 시작의 단계를 거친다. 수익의 50%가 판매자에게 돌아간다.



  이모티콘 상품은 기존 캐릭터가 이모티콘 시장을 공략하는 경우와 이모티콘 시장에서 처음 캐릭터가 등장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네이버 웹툰 ‘대학일기’의 작가 ‘자까’의 웹툰 캐릭터는 기존 캐릭터가 이모티콘 시장에도 등장하는 경우 중 하나다. ‘자까’ 작가의 캐릭터가 기존에 지닌 인기는 대학일기 이모티콘의 인기로 이어졌다. 웹툰의 연재가 종료된 지금도 대학일기 이모티콘은 웹툰만큼 사랑받고 있다. 카카오 이모티콘의 시초인 ‘카카오프렌즈’는 이모티콘으로서 모습을 처음 드러낸 캐릭터다. 명실상부 카카오의 대표 이모티콘이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이모티콘 중 하나다. 카카오의 이모티콘 캐릭터로 등장했지만 다양한 이모티콘 시리즈뿐 아니라 수많은 굿즈가 제작돼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될 정도로 단순한 이모티콘의 가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등장한 ‘공주티콘’은 여타 이모티콘과는 다르다. 처음 카카오의 이모티콘 출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정식 발매됐다. 발매 직후 인기순위,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며 개성을 뽐냈다. 카카오 이모티콘으로 등장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열렬히 내뿜는 캐릭터다.



  하나의 산업이 된 이모티콘. 이모티콘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행을 타고 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모티콘의 키워드는 ‘엽기’, ‘단순하게 생긴’ 이었다. 기존에는 정교하고 완성된 그림체의 귀여운 이모티콘이 인기였으나 지난해에는 간단하고 재치 있는 이모티콘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귀여운 이모티콘의 인기는 꾸준하지만, 올해는 ‘엄마’, ‘아빠’와 관련된 이모티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부모님께 ‘부끄러워서’ 등의 이유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딸, 아들들이 주구매자이다.



  이모티콘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며 이모티콘 작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나만의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모티콘 학원도 등장했다. 캐릭터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기초적인 포토샵 기술과 gif 만드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모티콘 학원은 좋은 방법이다.





  본지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제작 과정과 이모티콘의 인기 배경을 자세히 알아보려 직접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인기 이모티콘 〈똘망똘망 다람이〉의 ‘재수’ 작가(이하 재)와 〈공주티콘〉을 제작한 ‘소략’ 작가(이하 소)가 그 주인공이다.



  Q. 이모티콘의 표정이나 텍스트는 어떻게 구상하고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재: 주로 아내와 대화(메신저 포함)할 때 아이디어를 많이 얻습니다. SNS에서 팬 분들의 의견을 받아서 참고하기도 합니다.

  소: 평소 ‘SNS 사진’이나 ‘*쪰’ 같은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곳에서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Q. 이모티콘을 제작하실 때 가장 추구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요?



  재: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좋지만 대화창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인지를 가장 신경 쓰는 편입니다.

  소: 활용도에 대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이모티콘이라도 여러 상황에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Q. 이모티콘을 만들 때 혼자 만드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어시스턴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재: 혼자 만듭니다.

  소: 모두 혼자 제작합니다.



  Q. 이모티콘 홍보를 할 때 노출이 많이 되는 경로 어디인가요?



  재: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세 곳에서 동시에 노출합니다. 어느 곳이 가장 많이 되는지는 그때그때 달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소: 평소 하는 SNS가 트위터인지라 저는 트위터를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작가들의 SNS를 보면 이모티콘 승인이 나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리는 것 같던데, 어떤 승인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재: 시안을 제안하고 통과되면 진행되는 식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안하고 계신 상황이니 피드백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단계를 거쳐 많은 인기를 얻은 이모티콘의 경우, 상대적으로 빨리 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소: 이모티콘 파일을 만든 후 카카오에 제안을 합니다.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승인이 오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Q. 향후 이모티콘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 시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는 이모티콘이라는 양식이 대화창 속에서 기호를 넘어 언어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모티콘 표현에 있어서 비윤리적 표현을 항상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쁜 언어가 만들어지면 보다 쉽게 나쁜 생각으로 이어질 테니까요.

  소: 아직 나오지 않은 이모티콘도 많고 발전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또 생각하고 있는 이모티콘이 있으신가요?



  재: ‘힝고’라는 고양이 캐릭터와 ‘똘망똘망 악동 다람이’ 후속 시리즈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소: 있습니다만 본업이 바빠서 제작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습니다.



  Q.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재: 최근 이모티콘 제작과정을 구독자분들과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께서 시간과 정성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는 것을 알고는 놀라셨고, 제가 만든 이모티콘을 귀한 창작물로 여겨주셔서 기뻤습니다. 창작물을 정당한 경로로 구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소: 부족한 이모티콘을 사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밈:인터넷 상의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





▲ 카카오프렌즈





▲ 웹툰 대학일기의 자까





▲ 똘망똘망 다람이





▲ 공주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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