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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환, 전은지 기자   |   2019.10.05   |   6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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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주요뉴스
  내가 흘린 피땀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여기 불합리한 유통구조로 땀의 제값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농민이다.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을 제값 받고 팔 수만 있어도…” 농민들의 한탄이 이어진다. 현 유통구조에서는 아무리 자식처럼 잘 키웠다 해도 마음대로 가격측정을 할 수 없다. 풍년이 농민의 즐거움이던 시대는 끝났다. 풍년이 오면 공급 과잉으로 경매가가 폭락한다. 아무리 좋은 상품도 제값을 받을 수 없다. 풍년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다. 농민들은 언제나 가격폭락과 산지 폐기 사이에서 살아간다.   지난 9월 24일(화) 오후, 전국적인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전북 장수지역 농민들이 사과값 폭락사태에 소극적인 행정조치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군청 앞 광장에 10kg 사과 상자 6,200개를 쌓아 분노를 표출했다. 추석을 앞두고 계속되는 강우와 태풍의 북상으로 전국 도매시장에 사과 물량이 폭증해 경매장에서 사과값은 커녕 사과 박스값도 못 받는 상태가 됐다.   소비자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뉴스에 나온 농민들은 폭락한 가격에 울상이라는데 소비자 가격은 그대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제주도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제주 감귤의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 마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49.4%다. 이 중 물류비(운송비, 하역비), 포장선별비, 수수료 등 직접비용이 24.4%다. 나머지 25%가 중도매인과 소매점의 유통마진이다. 다른 농산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농식품부 자료 및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4개 주요 농산물의 평균 유통비용 비율은 49.2%였다. 청송군은 농가에 5억원의 택배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판장 출하 대신 농산물 직거래의 비중을 높여 농가 소득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경상북도 이철우 도지사는 “판매 걱정 없이 생산에만 전념하는 새로운 유통체계를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농민사관학교를 확대 개편한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을 출범 시켜 경상북도 내 농식품 홍보와 마케팅, 신규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경상북도는 이 ‘신유통 경로’를 통해 불과 1년 만에 유통비용을 최대 20%까지 절감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여태까지 20%의 유통거품이 포함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수입상품은 2007년 수입가격과 도입가격이 2003년에 비해 하락했으나,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수입상품은 유통업체와 외국의 수출업자의 배를 불리고 있다. 한국 유통업체는 높은 유통마진을 남기고 있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판매 수수료는 판매액의 10~40%에 달한다. 또한 다른 선진국보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단계를 거쳐야 한다. 틈새시장이 활성 돼 있지 않고, 유통업체 수가 적어 담합 가능성도 높다. 해외 수입제품 같은 경우 베블렌 효과*를 노린다. 일부 소비계층의 허영심을 이용한 유통업체가 고가정책을 유지해 막대한 유통마진을 얻기도 한다. 동일한 명품의 가격을 일본에 비교해 봤을 때 한국을 100으로 본다면 일본은 66에 그쳤다. 대부분의 물품을 다른 나라보다 고가의 가격으로 수입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나 일본 이온과 같은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직영매장이 많아 직접 상품을 조달한다. 제품을 대량으로 직접 수입하기 때문에 도매상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 현지 생산자→수입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 같은 많은 유통구조를 거치게 돼 수입 와인이 원가의 10배가 넘는 경우도 많다. *베블렌 효과: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 ▲ 최종 비용에서 각 유통단계가 차지하는 비율     거품 많은 유통구조에 불만을 가지고 유통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거래’가 대표적인 예시다. 특히 유통가격 때문에 생산가에 비교해 구매가가 높은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직거래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농산물 직거래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비자 생협 운동과 환경운동 등에서 직거래 방식의 농산물 판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농산물 제값 받기 운동’으로 농산물 직거래운동이 시작했다. 종교단체, 신협 등이 도시지역과 연계된 단체를 통해 영세 농어민의 생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농산물 직거래의 시초다. 초기에는 생산자 주도의 직거래였지만,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직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지자체도 글로벌 푸드에 대항해 ‘로컬 푸드(local food)’ 개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지역 경제 순환에도 도움이 돼 직매장을 개설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직거래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3년 직거래 지원사업이 추진된 후 국내 로컬푸드 직매장은 32개소에서 지난해 229개로 증가했다. 규모 또한 2013년 1조 6,362억원에서 지난해 4조 51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농산물 직거래는 온라인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다. 온라인 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담당 생산자와 식품 수확일이 표시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가격 거품도 빠져 대형마트보다 10~20%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근성이 유리하기 때문에 온라인 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새로운 직거래 채널로 급속히 성장 중이다. 2001년 처음 집계된 농축산물 온라인 거래 시장규모는 1,013억원이었으나 2015년 1조 4,3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거래액 성장이 2006년까지 완만했으나 이후 급성장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직거래에 이어 공동구매(이하 공구) 방식 소비도 등장했다. 공구란 대량으로 동일 품목을 구매할 때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점을 이용해 다수의 소비자가 공통으로 필요한 제품을 함께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총대’라고 불리는 개인주최자가 판매업자와 저렴한 대량구매를 약속한 후 소비자가 입금하고 참여하는 형태다. 대량구매를 통해 차별적인 가격 할인으로 다수의 구매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 거래 방식과 다르게 판매자 중심 상품 판매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거래 축이 이동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맘카페 등에서 공구가 이뤄졌으나 SNS 등 일반 커뮤니티에서도 농수산물·옷·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의 거래가 이뤄진다. 공구를 통해 소비자들은 시중 가격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도 쉽게 구매한다. 공구 특성상 사업자 등록 없이 개인이 거래를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시장 규모 파악이 어렵지만, 전체 공구 시장은 작게는 연간 5조원에서 크게 연간 10조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충분히 성장한 상태다.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일반 개인이 구매를 주최하기도 하지만, 공구만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고 SNS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증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공구가 등장하고 있다. 직거래와 공구 외에도 해외 상품을 해외 판매처에서 직접 주문하는 해외 직구, 기존 유통에서 벗어난 여러 방식으로 소비자는 필요를 충족하고 있다.   직거래나 공동구매와 같이 새로운 구매 방식의 등장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는 더 합리적으로 물건을 사고팔 수 있지만, 늘 그렇듯 꼼수를 부리는 사람은 등장한다. 인스타그램 ‘팔이피플’이 그 예다. 팔이피플은 ‘팔이’와 ‘사람’의 합성어로 SNS를 통해 인기를 얻으며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을 말한다. 지난 4월 호박즙 곰팡이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인스타그램 쇼핑몰 ‘임블리’가 팔이피플의 예이다.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통해 판매한 제품의 하자와 부작용에 적절한 피드백을 하지 않았고, 고객의 불만이 담긴 글을 삭제했다. 공동소송을 준비 중인 고객에게 협박 및 회유를 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을 해 충성 고객이 안티로 돌아서는 사태가 빚어졌다.   임블리 사태의 시발점은 곰팡이가 핀 호박즙 환불 요구 거절이다. 호박즙의 경우 임블리와 제조사가 협력해 함께 판매한 상품이지만, 공구 진행에서도 상품 수령 이후 교환 및 환불을 거절하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교환이나 환불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이지만 처음부터 버젓이 ‘공동구매 특성상 교환 및 환불이 불가하다’라고 고지한다. 일반 쇼핑몰에 비해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하기도 한다. 물건에 하자가 있을 때도 해결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판매자와 연락을 못 해 포기하는 일은 공구 시장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공구에 일찍 참여했어도 판매자가 정한 수의 사람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상품 생산 전에 공구 모집을 하면 물건 배송까지 한 달 가까이 기다리는 일도 빈번하다. 제품 안정성 문제도 불거진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맘카페를 비롯한 23곳에서 이뤄진 100개 제품 중 57개 제품을 불법 유통이나 허위·과대 광고로 적발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렴하게 제품을 사려고 참여한 공구인데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유튜버 박에스더 씨는 일부 공구의 비양심적인 진행을 폭로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박 씨에게도 공구 진행을 제안하는 연락이 자주 온다. 박 씨는 “판매자와 인플루언서가 계약을 맺으면 판매자는 쇼핑몰에서 판매하던 해당 상품의 기존 가격을 인상한다”라며 “기존 가격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비싼 가격에 공구를 진행해도 홈페이지에 정정된 상품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공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공구에 참여한다”라고 ‘짜고 치는’ 공구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이렇게 공구 과정 중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인플루언서는 수수료로 차익을 챙긴다. 판매자는 저렴하지만,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고를 올린다.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올린 하나하나의 제품이 선의로 올린 제품일지 홍보를 통한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를 통한 구매가 증가하는 만큼 신중한 구매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탈세 문제도 SNS 마켓의 문제점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려면 세무서에서 사업자등록을 한 후 관할구청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하지만, 공구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를 비롯한 SNS 마켓 판매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구매자의 피해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에서 개인이 주최하는 방식으로 공구가 열리면 개인 간 거래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소비자 분쟁 해결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가 친근하고 일상에 밀접한 관심사로 구독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즐거움을 주지만, 그들이 소개하고 홍보하는 제품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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