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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수영 기자   |   2018.09.03   |   6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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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주요뉴스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독일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공예가가 있다. 바로 ‘한지귀금속’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독일 공예대상을 수상한 김경신 동문(산업디자인·85) 이야기다. 그의 손에서 한지와 귀금속, 두 독특한 소재가 만나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천연재료와 금속을 결합한 전해주조기법은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기술이다. 독일과 한국 양국에서 특허까지 받았다. 본지는 김경신 동문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경신공방’을 찾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산업대학교 당시 산업디자인학과 금속공예를 전공한 85학번 김경신이라고 합니다. 저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유학을 떠났어요. 독일의 세계적인 귀금속학교인 포르츠하임 조형예술학교를 다녔죠. 독일에서 28년간 지내다가 지난 2009년 공방을 유치한다는 서울시의 제안이 마음에 들어 조국으로 돌아왔습니다. Q. 귀금속 공예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났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릴 때부터 만지는 것을 좋아했어요. 입체를 하려면 귀금속뿐이었죠. 하지만 모교에서 산업디자인학과, 그중에서도 금속공예를 공부한 것은 3·4학년 때 뿐이었어요. 배움이 고픈 시기에 독일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죠. 독일에서 전환점을 맞이한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독일 귀금속에는 수 십 가지 종류의 기법이 존재했어요. 다양한 기법을 접할 수 있었죠.   사실 어렸을 때는 그림 그리는 것에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유학 생활 중 제 안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독일에서 교수님과 면담할 때 “넌 왜 응용미술을 하려고 하느냐, 회화를 해도 충분하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자신감이 생겨 디자인과 귀금속을 병행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는 순수조형이 밑받침되지 않은 디자인은 생명력이 짧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전업작가일수록 자기 색깔과 언어가 있는 작품을 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순수조형 기초를 완벽히 다져야 해요. 돌이켜보면 저에게 유학 생활이 큰 도움이 됐어요. Q. 유학 생활 중 힘든 점이 있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예술가는 과거의 것을 쫓아가서는 안 돼요. 자신의 주체성이 없다면 힘들었겠죠. 전 한국인이라는 주체성과 나의 내면에서 나를 발견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굳이 꼽자면 독일어를 배우는 것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처음 유학 갈 때만 해도 독일어를 전혀 몰랐거든요. Q. 한지공예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북촌 한옥마을에서 태어났어요. 한옥에서 태어나면서 한국의 미를 접할 기회가 많았죠. 그중에서도 인상 깊게 본 것이 문창호에요. 빛을 투과하는 유일한 종이가 한지에요. 한지는 손으로 따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아무리 여러 겹을 싸도 빛이 투과돼요. 또 굴절된 빛은 다양한 색채로 나타나요. 아침저녁으로 달라지는 빛의 색깔을 볼 수가 있죠. 독일에서 귀금속을 한지의 아름다움과 결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당시에는 혁신이었어요. Q. 한지공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빛이죠. 빛의 투과가 제일 중요해요. 과거 한지공예는 빛의 투과를 신경 쓰지 않았죠. 다양한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생활에 필요한 한지가 우선시됐었죠.   문제는 오늘날까지 한지공예가 재현에만 국한돼있다는 점이에요. 재현은 18세기까지의 한지를 되살리는, 쉽게 말하면 과거의 기술이에요. 18세기의 한지가 지금 가치가 있느냐? 전혀 아니잖아요. 현대인에게는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실용성이 있는 작품이 필요하죠. 대학에 디자인학과가 생긴 이유도 마찬가지에요. 그럼에도 여전히 전통공예는 답습으로 묶여있어요. 20세기 한국의 전통공예가 없잖아요. Q. 공예를 바라보는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이 있나요?   대학교에서 보내는 4년간 자신의 색깔을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독일의 미술대학은 그 과정을 적극 지원해줘요. 다양한 커리큘럼과 자유분방한 실험을 가능하게 해주죠. 반면 한국의 미술 교육은 많이 아쉬워요. 교수는 학생 개개인이 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탤런트를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하면 돼요. 학생에게 교수의 입김이 들어갈 필요도 없고요. 제가 대학생때 지도교수님이었던 故 신권호 교수님께서는 전혀 간섭하지 않았어요. 교수님은 전업작가를 대하듯 저를 대했고, 덕분에 저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죠.   약 10년 전 한국에 돌아와서 유학을 꿈꾸는 미대생의 말을 듣고 심각성을 느꼈어요. 교수가 학생에게 취직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취직 계획서를 내라고 한다는 얘길 듣고 한국은 미대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궁극적인 목표를 짚어주는 교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교수는 학생보다 과거의 사람이에요. 학생들에게 과거 자신이 배웠던 것들을 주입하면 안 돼요. 교수와 학생이 갑을관계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이죠.   미대생들이 졸업 후 전업작가를 희망하거나, 디자이너 혹은 취직을 목표로 하든 간에 4년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해요. 자기의 개성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취직에 대한 계획서를 쓰라고 하면 돈 버는 기계에 불과하지 않겠어요?   한국은 취업률이 몇 %인지에 따라 학과의 존립이 결정되고 있어요. 또, 한국은 국립 미술대학이 없고 학생이 돈을 다 내야 하잖아요. 독일은 모든 대학이 국립이에요. 독일에서 교수는 왕이에요. 그렇지만 교수들은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해요. 한국도 자유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죠.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아끼는 작품이 있나요?   특별히 애착을 두는 작품은 없어요. 남에게 작품을 전달하는 것이 전업작가의 사명이에요.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제 작품은 제가 보관했었어요. 그러나 독일에서 ‘프로라면 너의 작품은 남에게 전달되어야지 쌓아놓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프로라면 자신의 작품을 남에게 전달하고 다시 다른 작품을 만드는데 토해내야죠. 매 순간 순간 최선의 작품이 나와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 작품이 최선이겠지만 내일은 내일의 작품이 최선이 돼요. Q. 앞으로의 목표, 꿈이 궁금합니다.   60세가 넘고 30년 가까이 세계 반 바퀴를 돌다 보니 생각이 넓어졌어요. 한국을 위해서 힘쓰려고요. 어디에서든 나는 한국인이다 라는 주체성과 함께 한국의 미를 세계시장에 알리고 싶어요. 훗날 누군가 저거 한국의 한지네 라고 말하고, 우리 후배들이 세계시장을 두드릴 때 한국인이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를 통해 세계시장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와 한국의 문화가 전달될 수 있다면 죽는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하겠어요. Q. 김경신 동문에게 공예란?   대학 시절 직업윤리 강의를 들었는데, 교수님께서 직업은 천명이라고 하셨어요. 천명은 하늘로부터 주어지는 명령이에요. 모든 사람이 다르듯이 사람들에게 주어진 천명은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돌을 두드리고 연마하는 일이 천명이고, 어떤 사람은 시장에서 채소를 팔면서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천명이겠죠.   직업에는 귀천이 없어요. 중요한 점은 천명이 무엇인지 자기가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요. 저의 천명은 공예에요. 공예는 저에게 있어 산소이자, 취미이자, 삶, 결국에는 연명해 가는 모든 것이죠. 휴가를 가도 1주일만 지나면 지루해요. 이 작업장이 힐링 장소니까요. Q.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쟁 대상을 옆에 두고 하지 마세요. 자기 내면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개성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남의 것을 베끼면 오래가지 못해요. 지금은 나의 개성이 남들보다 볼품없어 보여도 이는 훗날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해요.   특히 예술가는 고독해야 해요. 자기만의 길이 있어야 하죠. 예술은 과학하고 똑같아요. 과학자가 계속 실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듯이 예술도 계속된 실험을 통해 작품이 나와야 해요.   예술가는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지혜를 쌓기 위한 자기 수련이 필요하죠. 누구에게나 공감을 사야 하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똑같이 살아간다면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미대를 들어왔잖아요. 그 정도 용기는 내 볼만 하지 않겠어요? 예술가 되고 싶다면 자기 개성이 무엇인지 내면을 들여다보고 수없이 되새기길 바라요.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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