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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집]공동기자단 특별인터뷰 - 문학도, 소설가를 만나다
홍준표 ㅣ 기사 승인 2013-08-12 00  |  528호 ㅣ 조회수 : 118

  청춘(靑春). 푸르른 봄날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필시 20대를 살고 있는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나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어느 방향을 잡아야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확신할 수 없는 진로는 한창 푸르러야할 우리를 근심에 빠뜨리는 가장 큰 난제로 다가온다.


  여기 글이 쓰는 게 좋아 리대학 문예창작학과로 진학했지만, 우리 또래가 그러하듯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이 많은 2명의 학우가 본지에 SOS 요청을 했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소설가를 만나 진로에 대한 고민과 인생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의 요청에 화답하여 서른에 단편 <풀>로 데뷔해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문단의 유수문학상을 수상한 하성란 작가를 함께 만나 보았다.


  문학도에게 이름난 작가란 그만큼 큰 의미였을까? 홍대의 어느 카페 만난 두 명 여학우의 얼굴에는 아무래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근처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바로 인터뷰에 응해준 하성란 작가는 작가로써의 깊이가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삶의 연륜 때문이었을까 아주 여유로웠다. “이렇게 만난 것도 기회이니 뭐든지 맘껏 물어봐 주세요.” 현직 작가의 여유라기보다는 마치 딸을 대하는 어머니의 모습 같았다.


   -우리 또래의 자녀가 있다고 들었다.


   “올해 큰 딸이 대학에 진학했다.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어줘서 그런지 현재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소설가 어머니를 둔 국문학 전공 자녀라니. 딸의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워 할 것 같다.


  “아마 내 딸은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딸들에게 어머니란 잔소리만 하는 사람이니까(웃음). 처음엔 딸이 대학에 들어가 문예창작 활동을 하는 것 같아 글을 많이 써보라고 해보기도 하고 때론 어머니가 아닌 작가로써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잘 듣지 않는다. 이제는 잔소리를 하기보단 직접 느끼고 깨우치라고 하는 편이다.”


  -우리도 글이 좋아 문예창작학과로 진학했지만, 취업 관련해 고민이 많다. 글을 쓴다는 현실적인 고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딸도 국문학과라 더욱 자신해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문예창작이든 국문학이든 취업에는 걱정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출판업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많은 수의 출판사가 존재한다. 또한 세상에는 아직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세계문학작품이 많으며, 이 중 좋은 작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도 글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사실 나는 근본적으로 취업이라는 문제 때문에 인문학이 외면 받는 사실이 안타깝다.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아직도 세상에는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세상은 반대로 인문학에서 등을 돌리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학문은 모두 인문학 위에서 자란다. 아무리 취업에 불리하다 한들 최고의 지성을 가르치는 대학이나마 이런 인문학을 소홀히 해선 안 될 텐데, 대학들도 점차 인문학과를 폐쇄하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등단의 고민


  -예전 우리들 나이였을 때, 지금 우리가 겪고 것과 비슷한 고민이 있었나.


   “등단이 제일 고민이었다. 글을 쓰는 학과였고 소설가를 꿈꿨기 때문에 등단을빨리 해야겠다는 고민이 있었다.”


  -우리도 시인과 소설가를 꿈꾸기에 등단 때문에 고민이 많다. 졸업하고 나이가 많이 먹어서도 등단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나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등단한 것은 아니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등단했고 습작기간에는 다른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목표가 등단이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등단 이후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 쉽게 등단하는 것보단, 자기 실력이 충분히 갖춰졌을 때 등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은 혼자서 습작을 하는 게 더 나은가?


  “그렇진 않다. 지금의 나이라면 계속해서 투고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신춘문예나 계간지 신인상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작품이 썩 좋진 않아도 투고해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된다. 좋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투고하지 않겠다고 가만히만 있다가 결국 소설가의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주변에 많았다.”








▲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는 김민정 씨(문창·12) 


 


 


 


 


 


  등단보다 중요한 것은 데뷔 그 이후


  쉽게 등단하는 것보단 자기 실력이 충분히 갖춰지는 게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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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등단을 해도 그 이후에 작품을 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사람이 많은데.


  “맞다. 매년 수많은 신인작가들이 등단해서 또 그만큼이 사라진다. 등단 이후에도 계속 활동할 수 있으려면, 비록 전체적인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신인만의 색깔로 다른 사람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게 좋다. 신인만의 패기, 새로움. 이런 것이 중요하다. 맨 처음에는 작가들의 유명 소설을 필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기성작가들의 스타일과 비슷해 질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작품부터는 작가마다의 특성과 문장의 특징을 파악하고 다른 작가들이 시도해 보지 못한 점들을 알게 되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글을 쓴다면 좋은 소득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도란 게 어떤 것인가.


  “정답이랄 게 없다. 여러 가지가 있을 테니까. 새롭다는 것에 서툴고 완성되지 못한 무언가라는 의미가 들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새롭다라는 것은 낯익은 것을 낯선 것으로 보는 데에서 오는 노력이다. 새롭다는 것은 결국 노력 아닐까? 계속 생각하고 습작하는 수밖에는 없다.”


  -대학생 시절에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투고를 했던 건가.


  “나도 처음엔 ‘발칙한 신인이 되겠다’라기 보단 사실 등단 자체가 급했다. 좋은 글을 쓸 수 없었다. 계속 떨어지고 다시 쓰고 그러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등단했다. 습작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습작 기간이 길었다는 것이 내겐 큰 공부였다.”







  집필의 조언


  -필사로 당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푸른수염의 첫 번째 아내〉를 많이 써봤다. 인물의 풍부한 묘사에 놀랐는데, 어떻게 이러한 설정이 가능했는가?


  “소설을 쓸 때, 실제로 쓰는 과정은 30퍼센트고 나머지 시간은 스토리와 인물구상을 한다. 만약 인물 구상에 어려움이 있다면, 글을 쓰기 전에 이런 인물들을 머릿속에서 만들어서, 그 인물들이 머릿속에서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그 인물들과 놀아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내 경우에는 등장인물들이 내면에서 자라면서 이들이 나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를 기다리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소설 속 그 가상의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설득력 있는 묘사가 녹아들어가게 된다.”


  -보통 우리는 좋은 소재가 생기면 글을 먼저 쓰고 보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글을 먼저 쓰고 본다. 줄거리도 생각하지 않고 인물도 생각하지 않고 글을 먼저 쓰다보니깐 이야기가 저렇게 갔다가 이렇게 갔다가 나중에는 결말도 못 내는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첫 문장에서 마지막 문장까지 한 이야기를 레고블록처럼 꽉 차게 만든 다음에 시작해야 한다. 처음 문장 시작할 때 마지막 문장까지도 머릿속에 들어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지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지. 무작정 ‘써야겠다!’ 하고 앉아만 있으면 안 된다. 그렇게 글을 하나 완성하고 나면 또 다른 글을 위한 구상을 시작하는 것이다.(웃음)” -글을 쓰다보면 내 작품이 아무에게도 읽혀지지 않을 일기로 남게 될까봐 두렵기도 하다.“ “그건 누구든지 그렇다. 나도 얼마 전에 소설을 발표했는데, 당시엔 글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쓰레기 같은 글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창작하는 사람들은 극과 극을 왔다 갔다 한다. 이건 피카소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분이 들더라도 겁먹고 머무르는 게 아니라. 힘을 내서 글을 계속 써내다보면, 시행착오를 통해 점차 나아진다. 노력해가면서 바뀔 수도 있는 거고 어느 날 다른 이들의 눈에 띌 수 있는 것이니까. 두렵고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모든 문제는 글을 쓰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담배, 술 그리고 여성작가


  -(하성란 작가가 우리들에게) 담배 피우나?


  “골초는 아니지만 피운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다시 하성란 작가가) 나도 예전엔 담배를 피웠지만, 담배는 안 피우는 게 좋지 않을까.(웃음) 건강이 나빠지고 글을 쓰는 체력이 떨어진다. 글은 체력싸움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술도 많이 하면 할수록 책을 읽을 시간은 물론 낭비되는 시간이 많아진다. 문학하는 사람이라면 술과 담배 대신 책을 정말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웃음)”


  -왜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


  “독서량이 부족한 작가는 밑천이 금방 드러난다. 내가 어디 나가서 ‘이 책을 읽어봤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어떤 문장을 쓰느냐에 따라 그 독서량이 묻어나오게 되어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다른 글을 읽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여러 가지 이야기는 필요 없더라도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 유기 아닐까? 독서장을 만들고 단 한 줄이나마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여자 그리고 여성작가로써 겪는 고충은 있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겪는 고충은 (작가인) 나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비슷하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이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여 성과를 만드는 것처럼, 작가도 좋은 소설을 써야 한다. 그런데 여성으로써 사회에서 요구되는 결혼과 출산의 의무를 다하다 보면, 일적인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희생이라는 표현에도 반박할 이들이 많은 것이다. 물론, 결혼과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들이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자기가 문학에 열중하고 싶다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일과 결혼 사이에서의 고충은 여성작가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들의 고충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결혼을 하고 애기를 낳았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정말 좋은 글을 쓰기위해 매달려야 한다면 하나쯤을 희생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있다. 욕심이 지나쳤다. 내 경우는 장편소설을 쓸 수가 없다. 장편에 전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글을 쓰다가도 애기가 울면 애기를 봐야하고, 시간이 되면 밥을 차려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글을 쓰는 흐름이 끊기고, 다시 글을 쓰기 위해서 흐름을 찾는 데에 몇 시간이 소요된다. 장편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어쩌면 핑계일는지도 모른다.(웃음)”


  -연애는 어떠한가? 주변에서 문학하기 위해서는 문학하는 남자와 사귀어보란 이야기를 듣는다.


  “내 아이에게도 연애는 많이 해보라 한다. 그런데 그걸 꼭 문학을 위해 해야겠다는 생각은 욕심이다. 물론 연애를 통해 사람과 사람사이의 갈등구조를 배워갈 수 있고 또, 가장 쉽게 인간에 대해 알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연애를 할 때는 글과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사실 젊을 때 연애를 많이 하게 되면 글 쓸 시간도 뺏기고 책 읽을 시간도 뺏기기도 해서…(웃음). 독서가 중요하지만 책 밖에서도 우리는 많은 걸 배우게 되니까. 다만 무엇이든 적당히 하지는 말길 바란다.”


  모든 질문을 마친 이후에도 하성란 작가와 두 문학도의 이야기는 30분이나 더 이어졌다. 하성란 작가의 이야기는 그들의 가슴에 어떤 울림을 남겼을까. 처음 긴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같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같은 문학도임과 동시에 어머니와 두 딸의 모습처럼 다정해 보였다. 홍준표 기자 사진 오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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