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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거짓말의 진실
전유진 ㅣ 기사 승인 2017-04-02 19  |  585호 ㅣ 조회수 : 311

  뚝딱뚝딱! 제페토 할아버지는 장난꾸러기 나무 인형 ‘피노키오’를 만들었어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를 손자처럼 예뻐했지만, 피노키오는 학교도 가지 않고, 할아버지가 사 주신 책도 팔아버리고 인형극을 보러갔죠. 피노키오는 점점 말썽꾸러기가 돼 갔어요. 피노키오는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한 번, 두 번…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았어요. 그런데,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피노키오의 나무 코가 길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쑥, 쑤욱, 쑤우욱. 피노키오의 코는 무서우리만치 빠르게 자라났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약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눈치를 보느라, 예의를 차리느라 우리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자주 한다. 심리학자 로버트 펠트먼의 책 이름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는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이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다. 해명이랍시고 늘어놓는 거짓말들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꼬리를 무는 거짓말 때문에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는 말 또한 이런 거짓말에 속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거짓말도 있다. 리플리 증후군이 그 종류인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허언증’이다. 리플리 증후군은 자신이 만들어 낸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하는 증상이다. 보통은 강렬한 욕구가 있으나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을 때 많이 발생한다.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피해의식이 발현되면 반복적인 거짓말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통 리플리 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을 거짓말의 소재로 많이 삼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자기자랑이 심한 허풍쟁이로 보일 수 있다.(사실 리플리 증후군은 여러 정신 질환에서 발생하는 증상 중 하나로, 그 자체를 정신질환으로 보기는 어려워 리플리 증후군 환자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현실부정이나 자기합리화 또한 거짓말의 일종이다. 회피하고 싶은 상황을 직면했을 때, 종종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일종의 자기방어인 셈이다. 이런 상황은 욕망과 욕망을 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충돌했을 때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욕망이 금기를 이기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대며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는 일단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확증 편향에 관련된 거짓말도 있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려는 심리를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사람들은 대개 확증 편향 심리가 있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고자 한다. 확증 편향 심리가 있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사실을 왜곡해 거짓말을 하고, 그가 원하는 답을 해주기 위해 상대방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테면 ‘답정너’에게 거짓말로 답을 해주는 경우다.





보통 거짓말은 악행의 도구라고 여겨진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대부분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웬만한 드라마의 악역들은 모두 거짓말 때문에 악의 길을 걷는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의 악역 박신애(임수향 분)는 자신이 재벌 김덕천(변희봉 분)의 손녀 김미풍(임지연 분)이라며 거짓말을 하고, 드라마의 내용은 이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면서 흘러갔다.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도 악역 차민호(엄기준 분)가 자신의 쌍둥이 형 차선호(엄기준 분) 행세를 하면서 모든 악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모든 거짓말이 꼭 악의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악의가 없는 거짓말도 있는데, 이를 하얀 거짓말(White lie)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하는 것도 일종의 하얀 거짓말이다. 보통 이런 하얀 거짓말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데, 우리는 종종 하얀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부른다. 탈무드에서는 ‘친구가 이미 구입한 물건에 대해서 물을 때는 그것이 당신의 눈에 좋아보이지 않아도 훌륭하다고 대답해야 한다’, ‘결혼한 친구에게는 무조건 ‘부인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라고 덕담해야 한다’는 하얀 거짓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하얀 거짓말은 종종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소설 ?마지막 잎새?는 하얀 거짓말의 긍정적 효과를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폐렴에 걸려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주인공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웃 베어만 할아버지는 존시의 창 밖에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 나뭇잎이 떨어지면 자신은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존시는 베어만 할아버지가 그려준 떨어지지 않는 나뭇잎 덕에 용기를 얻고 건강을 회복한다. 하얀 거짓말은 이처럼 듣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 또한 하얀 거짓말을 설명하는 데 자주 쓰이는 단어다. 플라시보 효과란, 실제로 전혀 효과가 없는 약을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실험자에게 허위로 인식시키고 복용하게 했을 때 실험자의 증상이 실제 완화되는 효과를 말한다. 거짓말로 인한 심리적 효과가 실제로 작용함을 보여주는 예시다.

그러나 하얀 거짓말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만약 불치병에 걸린 시한부 환자가 있다면, 그에게 불치병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알리지 말아야 하는지는 하얀 거짓말과 관련해 이어지는 논쟁 중 하나다. 시인 릴케는 이에 대해 “시한부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는 것은 그 사람의 죽음을 훔치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하얀(선의)’과 ‘거짓말’이라는 단어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얀 거짓말의 정당성을 논하는 것은 도덕적 규범에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으로 치환될 수 있다. 목적론적 윤리관의 관점에서 보면 도덕은 그 행위의 목적에서 결정되므로, 선의에서 비롯된 하얀 거짓말은 도덕규범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의무론적 윤리관에서는 어떤 의도든 도덕적 규범에는 예외가 없기 때문에 하얀 거짓말은 사회적 도덕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결국 하얀 거짓말의 정당성에 관한 질문에 정답은 없다.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 피노키오가 되는 날이 있다. 매년 4월 1일, 이날만큼은 거짓말을 쳐도 심하지만 않다면 용서가 된다.

만우절의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만우절이 프랑스의 신년 축제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그레고리력(양력)을 도입하기 전 프랑스의 신년은 4월 1일에 시작됐는데, 그레고리력을 도입하고 나서도 신년이 1월 1일로 바뀌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이 계속 4월 1일에 신년축제를 열었던 데서 만우절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활절 상연 기적극이나 로마의 농업 여신 케레스의 기념축제, 인도의 춘분 수행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외국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만우절을 맞아 거짓말 보도를 하는 경우가 잦다. 대표적인 것이 1957년 영국의 BBC에서 이상기온으로 인해 스위스에 있는 나무에 스파게티가 열렸다는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농부의 사진도 함께 보도돼 이 보도에 속은 많은 사람들이 BBC로 전화를 걸어 재배법을 물어봤다고 한다.

만우절의 기원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에서는 만우절 장난에 속는 사람들을 ‘4월의 물고기’이라고 부르는데, 4월은 태양이 물고기자리를 벗어나는 시기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름에 걸맞게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에 아이들이 종이 고등어를 만들어 다른 사람의 등 뒤에 몰래 붙이는 장난을 많이 한다.

중국의 만우절은 ‘위런지에(愚人節)’라고 하는데, 해마다 위런지에에는 만우절 특별메뉴가 생겨난다. 칵테일이 숨어있는 샐러드나 아이스크림을 품은 오리고기 같은 것들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다양한 만우절 장난감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물을 뿜는 사진기, 물을 묻히면 폭발하는 비누 등은 인기있는 만우절 아이템이다.



 





지난 2008년, 당시 미국 버락 오바마 前 대통령과 함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던 힐러리 클린턴은 심각한 표정으로 필라델피아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기자들은 모두 클린턴이 ‘중대한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클린턴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해 제안할 사안이 하나 있다”고 운을 뗐다. 몇 초 뒤, 그녀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오바마 의원에게 볼링 경기로 대선 후보를 결정하자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여기 필라델피아에서 지금 승부를 가립시다.”





구글은 매년 재미있는 만우절 장난으로 눈길을 끄는 기업이다. 2005년에는 구글에서 ‘Google Gulp’이라는 음료수를 판매한다는 거짓말을 쳤고, 2008년에는 사투리 번역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제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의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하거나 반대로의 서비스도 가능했다. 2012년에는 캥거루의 머리에 카메라를 달아 들판을 촬영해 스트리트 뷰에 적용하겠다는 황당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구글 지메일에 ‘마이크 드롭’이라는 버튼을 달아 버튼을 눌러 메일을 보내면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미니언즈 캐릭터가 메일 본문에 추가되는 기능을 선보였다.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일종의 랩배틀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장난이었다. 그러나 마이크 드롭으로 메일을 받은 사람이 답장을 보내면 사용자가 그 답장을 받을 수 없는 버그가 발생해 구글 역사상 최악의 만우절 장난으로 남게 됐다.



 





2005년 중앙일보는 6면에 만우절 특집 가상 기사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대당 통합에 합의했다”는 기사를 발행했다.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前 대표와 민주당 한화갑 前 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는 사진 밑에 ‘지난달 31일 박 대표와 한 대표가 합당 기자회견을 끝내고 악수를 하고 있다’는 사진설명까지 달아 그럴싸한 기사였다. 이에 당시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중앙일보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중앙일보가 만우절을 빙자해 합당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웃자고 한 일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웃는 동안에 다른 사람 상처 입는 것도 생각하는 것이 책임 있는 언론의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2008년에는 영국의 만우절 특집 거짓 기사를 그대로 번역 보도해 오보 정정 보도를 내는 소동도 겪었다.



 



  전유진 기자

  uzj109@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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