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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없는 종합대학? 무늬만 남은 서울 유일의 국립 종합대학
김수진 ㅣ 기사 승인 2018-10-22 15  |  608호 ㅣ 조회수 : 365
  주위 사람들에게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하면 ‘과학 잘해서 갔구나’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마치 과학기술대학교에 문과가 있을 리 없다는 듯이 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자본주의와 실용주의의 영향으로 과학기술 관련 분야나 경제 관련 분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취업에 유리한 이공계 학과나 경제 관련 학과가 학교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학생들은 실용학문 위주로 학습한다.



  국가가 인기 있는 학과와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리고 비인기학과나 기초학문은 재정을 감축하거나 아예 과를 없애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문계열 학과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그 학과 졸업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 “미래에 전망이 있느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조한 인문사회대학의 학과 수



  우리대학은 서울 유일한 국립 ‘종합’대학이다. 그러나 총 36개의 학과 중 겨우 4개의 학과만이 인문사회대학(이하 인사대)에 속한다. 인사대는 영어영문학과, 행정학과, 문예창작학과, 기초교육학부로 구성돼 있다. 기초교육학부는 교양 및 전공기초 분야를 담당하는 곳으로, 특정한 학문을 가르치는 학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인사대에 속하는 학과는 3개에 불과하다.



  인사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보니 한정적인 취업특강 및 어학연수 프로그램 등 상대적으로 인문대 학생에게 향하는 지원이 적다. 인사대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유럽, 미주 지역 대학은 64개 중 단 25개에 그쳤다. 해당 학교들은 학과에 상관없이 학생들을 모집하나, 나머지 39개 학교들은 인사대를 제외한 특정 과의 학생만 모집하고 있었다. 아시아권 대학의 경우에도 전 학과를 모집하는 대학은 총 40개중 31개로 인사대 학생의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대학이 국립 종합대학교라 하지만 공대와 인사대의 비율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대학과 비슷한 다른 국립 종합대학과 비교하면 명확하다. 경북대는 ▲인문·사회계열(경영학부, 경제통상학부, 고고인류학과교육학과, 사회학과, 신문방송학과, 심리학과, 아동학부, 역사교육과, 윤리교육과, 일반사회교육과, 자율전공부 인문사회자율전공계열, 정치외교학과, 지리교육과, 지리학과) ▲어문계열(국어교육과, 영어교육과, 영어영문학과, 유럽어교육학부 독어·불어 교육전공, 일어일문학과, 중어중문학과) 등 우리대학보다 인문계열 학과가 많다.



  특히 우리대학은 어문계열 학과가 영어영문학과 1개에 그치는 반면, 경북대는 다양한 언어의 습득이 가능하도록 영어 외에도 여러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 관련 학과도 세분화돼 영어영문학과와, 영어교육과로 나뉘어 있다.



  충북대는 다른 인문계열을 제외하고 어문계열의 학과(국어교육과, 국어국문학과, 독일언어문화학과, 러시아언어문화학과, 영어교육과,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프랑스언어문화학과)만 8개가 존재한다. 부산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총 42개이며, 전북대는 총 35개로 국립 종합대학이라고 부를 정도의 수준에 있다.



인사대가 바라보는 우리대학의 현주소



  본지가 지난달 29일(토)부터 인사대에 속한 학생 1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사대 학생으로서 학교로부터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학생이 68명(58%)으로 과반수 이상에 달했다.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차별을 느낀 이유로 ▲실속만 챙기려는 학교 ▲공대에 집중된 프로그램(취업, 어학연수 학교선택 등) ▲대학명 ▲학과의 다양성 부족 ▲인지도 ▲과소평가되는 인문대 ▲시설낙후 ▲편향된 학과 지원금 ▲학교 내 선발인원 차이 ▲부족한 교양수업 등 다양한 점을 언급했다.





  우리대학 이름의 영향도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명에서 이미 인사대가 배제됐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았다. ‘우리대학 이름이 인사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약 80%(91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에 다니며 자퇴나 편입을 생각해봤다고 답한 학생도 63명(54%)이나 됐다. 이들은 “교환학생이 가능한 대학, 취업설명회 등에서 인사대가 소외되고 있다”, “어문학과는 영어영문학과뿐이고 다른 인문분야의 학과가 너무 적다”, “비슷한 수준의 타 대학에 비해 문과가 과소평가돼 우리학교 학생으로서 학교와 괴리감을 느낀다”, “공과대학보다 시설이 낡고 학과 프로그램이나 지원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이 꿈꾸는 인사대는 어떤 모습일까



  많은 인사대생이 학교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인문, 어문계열에서 다양한 학과가 개설되고 다양한 종류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의관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과학기술대란 이름으로 인해 공대학생으로 오해받지 않게 방법을 강구해 달라”, “국립 종합대학인 만큼 공대나 인문대나 동등하게 학과가 개설되길 바란다” 등 학교의 관심과 노력을 당부했다.



  인문학은 타 학문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발전해 나가는 학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술, 경제는 인문학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콘텐츠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없는 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사람들에게 외면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탐구하고 구상할 수 있는 바탕은 문학, 사학, 철학 즉 인문학에서 나온다. 인문학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분야, 즉 기술 경제와 그 외의 학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한 학생은 “인문학을 기초로 선진기술을 발전시킨다는 학교의 명분은 좋지만, 기초라는 단어를 바닥의 의미로만 다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대학에서 인문학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waterjean@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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