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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과 대안적 영상보기의 실천
강경래 ㅣ 기사 승인 2018-06-19 19  |  604호 ㅣ 조회수 : 169

강경래 교수


(기초교육학부)



 



  2018년 5월 시민청 갤러리에서 안세홍 작가의 사진전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이 열렸다. 1990년대부터 일본군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증언을 기록하고 안정되지 못한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안세홍 작가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 남겨진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이들의 증언을 듣고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는 도쿄와 오사카 등 일본 여러 지역에서의 전시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재와 아픔의 역사를 한국과 일본에 알리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시청도서관 지하에 자리한 갤러리 입구에는 작은 진열대가 놓여 있고 하얀 벽면을 따라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이 줄지어 걸려 있다. 나란히 정렬된 직사각의 액자 속에는 켜켜이 새겨진 주름과 허공을 향해 응시하는 피해자들의 얼굴이 남루한 현실의 공간들을 배경으로 담겨져 있고, 이들이 겪었을 전쟁 당시의 아픔과 법적 사회적으로 복권되지 못한 현재의 고통들이 하나의 순간 속으로 응축돼 전달된다.



  전시장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이들의 고통은 새로운 서사를 갖는다. 왼쪽 코너의 작은 프레임들에 전시된 피해자들의 젊은 시절 모습과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증언 영상들은 이들의 고통에 대한 서사를 중층적으로 풀어낸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 공간은 감상자들이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엽서들로 채워진다. 이와 같이 사진 속 이미지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순간의 강렬한 인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전시장 내 무빙이미지들이나 다른 벽면의 젊은 시절 사진들과 후대의 엽서와의 병렬적 시선 속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증언하고 그들의 고단한 과거와 오늘을 하나의 총합적 서사로 전달한다.



  안세홍 작가의 작업이 지닌 힘의 원천은 사진적 영상이 지닌 힘에 더해 그가 영상 속 피해자들을 발굴하고 기록해 내는 부단한 작업 속에 있다. 특히 그가 진행해 온 중국 피해자들을 위한 집고치기 프로젝트나 니콘을 상대로 한 소송 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성을 띤 대항의 몸짓이며, 피해자 할머니들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가의 모습을 넘어선다.



  실제 일본 니콘 전시장에서 진행된 전시는 일본 우익들의 방해와 위협 속에서 저항의 몸짓으로서 진행됐으며, 이렇게 볼 때 그의 전시는 일본 사회에 부재한 기억으로서의 위안부 담론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대안적 공론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라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잊혀진 목소리로서의 증언을 기록하는 일, 그리고 이러한 사진기록과 증언을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가시화되지 않은 한국과 일본 사회 속에서 드러내고 가시화시키고자 하는 부단한 작업은 실제 자크 랑시에르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미지의 새로운 시각성을 찾는 과정이자 사회 내 가시성의 새로운 경계짓기의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안세홍 작가의 전시를 따라 걸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역사적 부채의식일 듯하다. 나아가 그의 작품과 전시는 현대의 영상기술과 변모된 미술관 서사방식들을 차용함으로써 사진과 증언에 대한 고전적이고 윤리적인 태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할리우드 액션물이나 블록버스터에 열광하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비문화 속 광고 이미지들에 의해 소비주체로 호명되는 삶을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안세홍 작가의 작업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시회는 우리의 일상 속 영상 소비가 갖는 이데올로기성과 이에 대한 비판적이고 윤리적 자세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나아가 우리의 일상적 영상 소비를 넘어서는 다양한 영상 보기를 실천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대안적인 영상보기의 기회들이 많이 열려 있다. 크고 작은 영화제들은 벌써 20주년 행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사진전이나 미술 작품전시회 또한 우리에게 열려있는 기회이다. 이러한 대안적 보기의 방식들에 눈을 돌려 영상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상상력을 키움으로써 영상문화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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