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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기사 승인 2020-03-16 15  |  628호 ㅣ 조회수 : 31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온 세상이 멈춰 있다. 이젠 코로나 바이러스를 멈추기 위해 우리도 잠시 멈추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까지 등장했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서는 아주 평범한 일상마저도 꺼려지는 요즘, 오히려 그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인 동물인지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외출만 하고 있다. 가끔 나가봐도 거리에 사람이 줄어든 것을 보면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은 개강 혹은 개학이 늦춰져 좋아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만큼 방학이 줄어드는 것이니 우울해야하는건지,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다.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마저도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은 개강을 늦추는 것도 모자라 개강하고 나서도 일정 기간 동안은 원격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이러니 아마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3월의 캠퍼스는 없을 예정이다. 요즘은 서로 조심해야하는 상황이라 누군가를 만나는 일조차 꺼려진다. ‘코로나 끝나면 얼굴 한번 보자’라는 말이 형식적 인사치레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대신할 정도다. 사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형식적인 단어를 만들어내지 않았더라도 이미 우리는 대부분 사회에서 한 발짝씩 멀어져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전에 없던 재난 상황 속에서 방역 당국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 뉴스를 보는 일이 두려울 정도로 확진자의 숫자가 가파르게 늘어났었다. 확진자가 급증했던 대구, 경북 지역 이외에도 전국적인 확산세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불필요한 외출은 다들 알아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2월의 약간 쌀쌀한 겨울날씨 때문에라도 밖에 안 나가는 일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근데 3월이 되니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일단 날씨가 너무 좋아졌다. 올해는 어쩐지 미세먼지도 눈치를 보고 있는지 하늘도 새파랗다. 기분 좋은 날씨에 몸이 본능적으로 밖으로 나가자고 아우성을 치는 느낌이다. 여전히 잊을 만하면 재난문자가 경고를 주기에 조심해야하지만, 생각보다 외출을 자제하는 기간이 길어진 탓에 집에 있는 일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있는 중이다. 물건을 사기 위해 마트를 가고, 친구를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들과 가끔 외식을 하는 소소한 일들이 소소하지 않기 때문일까. 일상적인 자유가 없어지고 나서야 우리에게 자유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다.



  흔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개인 없이 사회는 존재 할 수 없고, 인간은 끊임없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본능을 가진 인간들에게 사회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회로부터 거리를 두고, 타인과 잠시 멀어져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이러한 본능을 억제해야하기 때문은 아닐까. 제아무리 세상이 발전해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다지만, 그 기술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자유로움까지는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다. 정부에서 제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가운데는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우리는 이렇게 불필요해 보이는 외출과 모임 덕분에 자유로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별것 아닌 자유로움에 만족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어찌보면 대단히 단순한 인간들에게 ‘자가격리’, ‘외출자제’를 요구하는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새롭게 등장한 또 하나의 위협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할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이렇게 사회적인 인간들 덕분에 자그마한 희망은 늘 존재하는 것 같다. 전에 없던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수많은 날선 생각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요지경속에서도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신념을 가진 수많은 이름 모를 의료진들은 대구로 향했다. 전국 각지에서 구호 물품이 쏟아지고 따뜻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살 수 없어 모두가 걱정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해 구매를 양보하는 자발적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남의 일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그럼에도 희망을 찾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코로나라는 위기가 끝나더라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관계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사회를 만들어낸 인간들은 이 사회를 지키기 위해 언제든 또 다른 지혜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서로가 조금 더 배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지시에 협조하여 하루 빨리 이 상황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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