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소중함을 소중히
유미환 ㅣ 기사 승인 2019-11-25 23  |  625호 ㅣ 조회수 : 87



유미환

(ITM·18) 



  얼마 전, 기자는 문득 엄마와의 문자 기록을 보다 멍해진 적이 있다. 10월 14일(월) ‘딸 잘자’, 10월 17일(목) ‘딸 잘 지내고 있니?’, 10월 23일(수) ‘딸 잘자^^’. 10월 23일(수) ‘딸 바빠?’ 4건이나 되는 안부 물음에 단 한 건의 답문도 보내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하루 24시간을 휴대폰과 함께하는 사람이 엄마의 안부 문자에는 답 한번을 하지 않은 점이 죄송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도 문자보단 심각함이 덜했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10월 15일(화) ‘딸 오늘 공강이네’ 등 엄마가 먼저 기자의 안부를 묻고 대화가 이어졌다. ‘부모님은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라고 스스로 되뇌어 왔고 그에 상응해 부모님께 자주 안부를 묻는다고 생각했는데 휴대폰이 보여주는 기록은 정반대였다.



  대학 입학 후 처음 시작한 부모님과 따로 살기는 대학 생활을 더 즐겁게 보낸 중요한 요인이었다. 한 집에 부모님과 함께 살던 때는 성인이 됐을 때와 미성년자였을 때 관계없이 밤 11시만 돼도 기자에게 집에 올 것을 당부하는 문자 메시지나 전화가 으레 왔다. 대학에 입학하며 불가피하게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자 부모님은 기자를 믿는다고 했다. 바로 볼 수 없는 거리에 있으니 불안함은 당연하지만 지금껏 행동했듯 혼자서도 잘 생활할 것이라는 믿음이 밤마다 오던 문자를 대신했다. 부모님께 말없이 밤늦게 기숙사에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지만 부모님이 걱정할 것이 싫어 낮에 틈틈이 안부를 전했고 틈나는 대로 부모님을 뵈러 거의 매주 집에 다녀왔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시작한 2학년에서 기자는 틈이 없음을 느꼈다.



  말로만 듣던 6 전공, 1학년과 차원이 달랐던 전공의 깊이, 팀 프로젝트 등은 부모님께 연락 드리는 횟수를 줄이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고, 때로는 죄송하게도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전보다 바빠진 것이 사실이지만 평범한 20대로서 핸드폰이나 노트북과 24시간 함께하는, ‘언제나 세상과 연결된’ 상태에서 부모님께 한 번 연락을 안 한다는 것은 마음이 소홀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에 자주 들리는 것은 불가할 수 있으나, 정말로 연락할 틈조차 없다는 것은 단순한 핑계가 아닐까.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그래도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깊다고 홀로 애써 변명해 봐도 점점 줄어드는 부모님께 드린 연락의 횟수는 기자가 소홀해졌음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것이다’라는 박명수의 어록이 있다. 지금보다 더 늦기 싫은 마음에 최근 기자는 2주 연속으로 집에 다녀왔다. 언제나 과제가 쌓여있고 집에 다녀오면 그 기간 동안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했으나 한 번이라도 우선순위를 우선순위답게 지켜보자는 마음에서다. 아무리 부모님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소중히 여긴다고 스스로 주장해도 실제 행동에서 우선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라면 우선순위인 것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다녀왔을 때는 겨우 한 끼 식사만 엄마와 함께하고 다시 돌아왔다. 아빠의 출근과 기자의 도착 시간이 엇갈렸고, 핑계일지 정말일지 모르지만 남아있는 할 일 때문이다. 집에 다녀온 후 기자가 간 곳은 학교 근처 자취방이 아닌 도서관이었고 자취방에 들어갈 때는 자정을 훨씬 넘긴 후였지만 한 번이라도 더 엄마를 보고 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기자가 다시 집에 가게 될 날은 아마 종강 후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충분히 많이 남은 그 기간, 이전에 후회했던 일을 반복하지 않고 부모님께 안부를 전하길 바란다. 또한, 이 마음이 의무감으로 변질되지 않고 소중함과 고마움이라는 감정으로 오롯이 남길바란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