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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지, 이건희, 박선 기자   |   2019.06.09   |   6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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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기대 주요뉴스
게임, 뭐 먹고 컸니?   ‘게임의 나라’, 전 세계의 게이머들이 우리나라를 부르는 별명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게임을 잘하고, 또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인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어떻게 성장해왔을까?   1992년 국내 최초로 PC게임 ‘폭스 레인져’가 등장했다. 최초의 국산 게임이라는 상징성과 배급사의 다양한 홍보, 그래픽과 사운드카드의 획기적인 발전 등의 요소를 등에 업은 폭스 레인져 CD는 약 2만 5천장이 판매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후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외국 기업의 게임들이 우리나라에 유입돼 게임 시장을 점령했다. 하지만 넥슨, 넷마블, 한게임 등 우리나라 기업들도 다양하고 수준 높은 게임을 출시하며 게임 산업이 더욱 팽창했다. 특히 최근에는 게임 제작사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우리나라 게임의 명성을 높였다.   E-Sports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대중문화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 프로 게이머의 경기를 보며 열광하고 응원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에 전국적으로 증가한 PC방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스타크래프트 오프라인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발전해 정식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열리고 프로게이머가 등장하는 등 E-Sports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E-Sports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E-Sports만을 위한 경기장도 있다. 용산 E-Sports 스타디움, 넥슨 아레나, LOLPARK 등이 그 예다.   PC게임과 온라인 게임의 인기에 뒤이어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대중적인 보급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이 속속 출시됐다. 특히 (주)카카오 게임즈는 자회사 메신저 어플인 카카오톡과 연동해 모바일 게임의 홍보와 접근성을 높였다. 기술의 발전 속에서 게임은 우리 삶에 점점 더 녹아들었다. 제 탓 하지마세요!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50명의 사망자를 낸 총격 테러가 발생했다. 국내 언론사들은 총격 테러 용의자가 게임을 통해 범행을 계획 했다고 보도했고, 게임의 폭력성과 게임중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달랐다. 용의자는 범행 전 자신의 테러 동기와 목적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스파이로 더 드래곤(Spyro the Dragon3)이 종족 민족주의를 가르쳐줬고, 포트나이트(Fortnite)가 나를 적들의 시체 위에서 춤을 추는 킬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두 게임 모두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용의자는 일부러 게임중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가장했던 것이었다. 범행은 게임과 전혀 연관성이 없었고, 백인우월주의와 이민자 혐오로 인해 발생한 범죄였다. 언론사의 오역으로 뉴질랜드의 테러 사건이 잘못 전달돼 게임의 폭력성과 관련된 후속 기사들이 쏟아졌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게임 자체의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게임 산업의 성장 속에서 1990년대 게임을 즐겼던 청소년층이 이제는 기성세대가 됐다. 그 사이 그들이 자녀들과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큼 게임은 대중적인 문화로 발전했다. 어느 세대보다도 게임을 자주 접해본 세대인 만큼 스트레스 해소, 인간관계 형성 등 게임의 장점을 안다. 여전히 게임중독, 폭력성, 선정성 문제 등 게임의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에서 배운 폭력성이 범죄로 발전된 것인지, 개인의 문제가 범죄로 이어진 것인지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게임중독, 질병인가요?   빛이 있는 곳에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듯 게임 산업이 성장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함께 발생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게임중독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WHO가 규정한 게임중독의 정식명칭은 게임이용장애이다. 게임을 일상생활 보다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또한 WHO는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함이라는 세 가지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이용장애로 판단한다고 제시했다. 치료가 필요해!   게임중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임중독에 관한 규제는 1978년 출시된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중독을 일으켜 일탈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1981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비디오게임 때문에 중독성 논란이 붉어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각종 법 규제를 통해 게임중독을 예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셧다운 제도’다. 셧다운 제도는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인터넷 게임 시간을 재한해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의학계는 게임을 할 때 뇌에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파민이 분비된다고 밝혔다. 도파민은 전두엽에 분비되는데 정상적인 수준보다 많이 분비되면 전두엽의 성장을 저해한다. 또한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도한 게임은 자기조절 기능을 ᄄᅠᆯ어뜨려 중독 지속을 초래하고 다양한 신체ㆍ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에 찬성하는 입장의 주장에서 핵심은 ‘명확히 분류하고 명칭을 붙여 제대로 치료하자’이다. 기존에는 게임중독 자체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질병으로 규정돼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병원 진료시 우울증으로 분류해 치료 해야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게임 중독에 관한 전문적인 분석이 이뤄지고 그에 맞는 대책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게임은 병원균이 아니야!   WHO의 결정에 국내 게임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게임이 질환을 유발한다는 과학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리나라는 E-sports 강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임요환, 페이커 등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도 있다. 이런 상황에 게임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해도 모자랄 판에 WHO의 질병 분류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WHO는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게임을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WHO의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 측은 게임 자체가 문제가 있어 중독이 발생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즉, 개인의 심리·사회적 측면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범죄자가 범죄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거나 사회적 의무 회피에 게임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다른 중독처럼 게임중독의 금단 증상이나 내성에 대한 기준도 없다. 질병 지정에 앞서, 충분한 선행 연구와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질병으로 지정하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다. 반대 측은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에 의한 것인지 사회적 문제 때문인지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게임에 질병 이미지를 씌웠다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알쏭달쏭 어려운 게임중독   지난 2013년 신의진 前 국회의원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하려 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 법률안은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해 국가가 게임 콘텐츠의 생산, 유통, 판매를 관리하고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률안 발의에서 논란이 됐던 것은 게임에 대한 정의이다.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라는 포괄적 대상을 중독물로 규정하려 한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인터넷, 영화, 음악, 웹툰 등 매체를 통해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가 중독물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카카오톡이나 개인 SNS도 마찬가지다. 결국 게임 업계의 반발, 불명확한 기준, 근거자료 부족으로 인해 법률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인은 다른 곳에?   심리학,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게임 이용자의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게임중독의 원인으로 꼽았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 우리나라 입시제도, 가정환경 등이 개인의 자기 통제력을 약화하는 원인이라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특히 자기 통제력이 취약한 청소년 시기에 현실에서 도피하려 게임 과몰입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개인에 얽혀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 게임 자체가 중독의 원인이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지난 4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제4회 게임문화포럼’에서 정의준 교수는 청소년과 게임의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정 교수는 지난 4년간 약 2,0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적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게임 과몰입에 대한 특별한 조치가 없었는데도 50~60%의 게임 과몰입군 청소년들이 1년 안에 정상 범주 돌아왔다. 2,000명의 실험 학생 중 약 1.5%만이 게임 과몰입군에 남아, 게임 과몰입은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현상이고 중독에 이르는 경우는 극소수임을 밝혔다. 또한 청소년 시기에 자기 통제력이 발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게임 시간과 상관없이 게임 과몰입 증상에 언제든 빠질 위험성이 정상적인 학생에 비해 높았다. 정 교수는 자기 통제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경우 ▲부모나 타인의 지지가 부족한 경우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과잉 기대를 하는 경우 등 심리적 불안정 상태일 때, 게임 과몰입을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많았다. 따라서 부모,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학생의 자기 통제력이 높아지면 부모나 사회가 걱정하는 게임중독자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 해당 연구의 결론이다.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공부는 긍정적이고 게임은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게임을 통해 국가 위상의 상승과 그에 따른 경제 개발, 문화 발전 등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게임의 나라에서 게임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은 제시하지 못한 채, 정책으로 게임을 규제하고 다른 사회적 문제를 게임 자체의 탓으로 돌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게임중독에 대한 재해석과 보다 명확한 대책 마련돼야 하며, 차후 어떤 방식 논의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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