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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 미 더 모럴
남윤지, 이건희 ㅣ 기사 승인 2019-03-24 15  |  614호 ㅣ 조회수 : 988
 

변질된 인사청문회


 

  우리는 언제부터 공직자의 도덕성을 가리기 시작했을까. 인사청문회 제도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에 법으로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인사청문회란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때 국회는 고위 공직에 임명된 사람의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검증한다.



  하지만 최근 사례들을 볼 때 인사청문회는 정치 싸움의 도구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오는 25일(월)부터 사흘간, 문재인 정부 3년 차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후보들은 각종 논란에 휩싸였고 여당과 야당의 기 싸움은 살벌했다. 특히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딸에게 ‘꼼수 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박사 논문 표절과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기존 5대 기준에서 7대 기준으로 변경된 인사 기준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갈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위장 전입자 ▲논문표절자 ▲세금 탈루자 ▲병역 면탈자 ▲부동산 투기 이력이 있는 사람은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첫 번째 내각 구성부터 이 원칙을 위배해 발목이 잡혔다. 총리와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아들 병역과 세금 탈루에 관한 의혹을 샀고 위장전입 사례는 여러 건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강조하며 임명을 단행했다. 이후 2017년 11월에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를 추가해 검증 기준을 7대 기준으로 수정했다. 기존 5대 기준 중 논문표절을 연구 부정행위로 넓게 수정했고 부동산 투기도 불법적 재산 증식으로 바꿨다.



  인사 기준 사항 변경에 관해 인사 검증을 강화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완화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위장전입과 연구 부정행위는 기준을 구체화 하는 단서가 추가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자녀의 진학을 위해 위장 전입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 조항으로 인해 시기상 기준에 위배되지 않았다.



  바르고 능력 있는 공직자를 가려내야 할 인사청문회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논란이 있더라도 인사 기준을 바꾸면서까지 후보자를 관직에 임명하려고 한다. 반대로 야당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무조건적인 시비를 걸고 있다.


 

인사청문회의 각종 문제들


 

후보자의 ‘신상털기’가 반복되는 인사청문회  



  고위공직자는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정부 정책개발 및 집행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고위공직자의 능력과 자질이 시민의 삶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통한 선발 과정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국무총리,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 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국무위원(각부 장관) 등 총 61명이다.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학력, 경력 ▲병역신고 ▲재산 신고 ▲세금 납부 실적 ▲범죄 경력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언론은 후보자의 명단을 추려서 하마평(下馬評)을 진행한다. 하마평이란 관직의 이동이나 승진 등에 관련해 세상에 떠도는 소문이다. 언론은 자료조사를 통해서 후보로 언급되는 사람들의 이력과 성향을 매체를 통해 전달한다. 공직자를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는 않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시민들은 어떤 후보자가 적합한지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하마평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각종 언론에서 같은 시기에 하마평을 진행하다 보니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또한 가십성 보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공직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이 없는 인맥, 취미, 특이한 경력을 보도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보도의 적절성도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론을 통해 사생활이 노출된다. 적격의 후보자로 평가받는 인물들이 부적절한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이 때문에 공직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인사청문회 과정은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 판단이 아닌 후보자의 신상털기에 집중한다. 야당 의원은 정부와 여당에 권력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후보자의 개인이나 가족 문제, 병역, 재산 등을 집중 공격한다. 이 과정이 시민들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구실로 각종 매체에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이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개인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고 인사청문회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실속 없이 가짓수만 늘어난 7대 배제 원칙

  문재인 정부는 초기 고위공직자 인사 5대 배제 원칙에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를 추가하며 7대 배제 원칙을 제시했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시행된 이후, 약 300명이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이 중 48명이 논란이 됐다. 대부분 공직자 도덕성에 관련된 문제였으며, 납세회피,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순으로 많았다.



  최근 사례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이 있다. 유은혜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 내내 위장 전입 의혹, 병역문제, 정치자금 용처 잘못 신고, 상습 교통질서 위반 등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교육을 담당하는 수장이 위장전입 의혹을 받을 뿐 아니라 교육과 관련된 직업(교사, 교육직 공무원 등)의 경험도 없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서 자격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한, 19대·20대 국회의원 시절 교통 법규를 59차례 위반해 총 236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한 이력도 있었다. 공직자가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모습에 시민들은 유 부총리의 도덕성을 의심했다. 심지어 국민청원을 통해 유 부총리의 임명을 철회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대선 공약에 따라 원칙을 마련해 시행했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오히려 고위공직자 인사 5대 배제 원칙으로 인해 공직자 선발 과정에서 큰 논란만 생겼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기 내각 구성에서 처음 지명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을 시인하며 문 정부의 공약과는 어긋났다. 이후 차관급 이상 7명이 낙마하는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내각이 가까스로 출범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 원칙을 위배했다는 논란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국민과 야당 의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후 고위공직자 인사 7대 배제 원칙이 구체적으로 마련됐다. 잦은 문제를 일으키던 위장전입은 2회 이상, 음주운전은 최근 10년 내 2회 이상 적발, 성 관련 범죄는 1996년 이후 처벌받은 경우를 기준으로 추가했다. 일각에서는 ‘배제 기준이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 야당은 이 기준이 ‘범죄 경력자’를 배제하는 수준일 뿐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공직자 임용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고위공직자 인사 7대 배제 원칙은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다. 당장 3월 말부터 장관 후보자 7명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능력 VS 도덕성


 

  변질된 인사청문회 속 우리는 어떤 것을 중요시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진다. 공직자의 능력과 도덕성 중 어떤 것을 우선시 해야할까. 단편적인 예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도덕성보다 능력을 우선한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신 헌법을 개정하고 독재 정치를 펼쳤다. 또한 노동자, 군인을 외국으로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였다. 노동자들이 벌어온 돈을 국민에게 투자하지 않고 국가발전에만 사용한 탓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됐다. 국가 발전 사업에 사용할 자금마련을 위해 일본과 한일 협정을 맺고 한일 관계에 독도나 위안부 같은 여러 문젯거리를 남겼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정책을 거치며 우리나라가 전쟁의 피폐함을 단기간에 떨쳐버리고 급격한 성장을 할 수 있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바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청렴함을 무기로 당선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능력 있고 국민을 이해하는’ 정부의 건설을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그는 일반적으로 외교나 경제 분야에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그의 실패가 온전히 그의 능력 부족 탓은 아니다. 재임 기간에 그의 업적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고유가, 고인플레이션, 세계정세의 긴장국면 속에서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능력과 도덕성에 관한 문제는 고위공직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교수의 부도덕함이 문제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몇몇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문제가 됐다. 이후 학교 측에서는 해당 교수들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지만,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학생들은 성범죄는 2차 피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가벼운 징계의 선례로 인해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처분으로 인해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교수는 학문이나 기예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우리대학 교수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학력과 전공 분야의 전문성, 연구 실적, 경력을 중요시한다. 이후 두 번의 면접 과정을 거쳐 교수로 선발된다. 면접은 교수로서의 인품, 자질, 대학발전 기여 가능성을 적합·부적합으로 심사한다. 교수의 역량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학생 이해 ▲동기부여 ▲수업 전달 ▲창의적 사고 ▲융·복합적 사고 ▲의사소통 등을 교수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으로 분석했다. 교수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최근에는 학생들과 공동으로 연구, 실험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인생, 진로를 상담해주는 역할까지 한다. 여러 대학에서는 교수학습센터를 통해 교수의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다. 전문지식만이 아닌 다양한 역량을 가진 교수가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공직자는 물론 비공식적인 단체 활동에서 대표를 뽑을 때조차 능력과 도덕성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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