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소개 l 공지사항 l PDF서비스 l 호별기사 l 로그인
친절한사회부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09-03 23  |  590호 ㅣ 조회수 : 54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군함도’는 하루 만에 누적 관객 수 99만명을 기록하면서 첫날 관객 수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는 개봉 첫 주 만에 관객 수 400만을 돌파하며 천만돌파는 시간문제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군함도는 역사 왜곡 논란과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흥행 돌풍은 첫 주 만에 끝났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의 가장 큰 원인은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지 않은 시스템입니다. 그 중심에 우리나라 3대 멀티플렉스 극장(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이 있습니다. 이들은 국내 스크린의 92%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CGV’와 배급사 ‘CJ E&M’은 같은 CJ 계열회사이고,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함께 롯데쇼핑주식회사에 속해 있죠. 군함도가 2천여 개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군함도의 배급사가 ‘CJ E&M’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영화계에서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갑니다. 해당 법안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규제와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에 대한 스크린쿼터제 등을 주요 골자로 삼고 있습니다.



스크린쿼터(Screen Quota)란 자국의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의 국적에 따라 상영일수를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정책입니다. 쉽게 말해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할 때 일정 기간 이상은 반드시 자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규제하는 것이죠.



우리나라가 스크린쿼터제를 처음 도입한 때는 1966년, 영화법 개정을 통해서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영화법을 개정하면서 전국 모든 영화관에서 1년 중 5분의 2, 즉 146일 이상 한국영화를 반드시 상영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보호막 속에 오랫동안 안거하던 한국영화산업은 큰 위기를 맞게 되는데요. 때는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미국은 투자협정(BIT)을 체결하려 했습니다. 헌데 이 때 미국은 한국의 스크린쿼터제가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한하므로 폐지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이는 영화계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BIT 체결은 결국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2006년 1월 27일 정부가 스크린쿼터 일수를 기존 146일에서 절반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합니다. 그러자 며칠 뒤인 2월 4일 국민배우로 불리는 안성기 씨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박중훈, 최민식, 장동건 씨 등 유명 인기스타들을 비롯해 많은 영화관계자가 1인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고, 현재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과거의 절반인 73일로 축소돼 시행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을 때 영화계는 불안에 떨었습니다. 영화인대책위는 “할리우드의 독과점 견제장치를 풀어버린 한국영화는 이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영화산업은 중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져 극장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한국영화는 최근 6년간 절반이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국내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우위를 점했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시장 점유율은 높아졌지만 갈수록 한국영화 시장에서 다양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승자만이 독식하는 시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죠. 지난 7월 극장에 가서 시간에 맞는 영화를 고르는 관객에게, 군함도가 아닌 다른 영화를 선택할 자유는 없었습니다.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가 나아갈 토대를 지키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극장과 연관된 제작사와 배급사의 이익만을 보장하고, 오직 대형 자본을 등에 업은 영화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한국영화계는 진정으로 부흥하고 있는 걸까요? 한국영화시장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예술 영화, 독립 영화들의 설 자리마저 모조리 빼앗고 있는 건 아닐까요. 스크린쿼터제부터 독과점까지, 다시금 한국영화계의 방향을 돌이켜 볼 때입니다.



 


기사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I 통합정보시스템,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하여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확인
욕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01811] 서울시 노원구 공릉로 232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 최초발행일 1963.11.25 I 발행인: 김종호 I 편집장: 김선웅
Copyright (c) 2016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