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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사회부-인우보증제도 편
박수영 ㅣ 기사 승인 2017-10-02 15  |  591호 ㅣ 조회수 : 35
사람은 하나, 신분은 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2014년 한 노인이 지적장애인의 딸을 집으로 데려온 뒤, 자신의 손녀로 가짜 신분을 만들어 낸 충격적인 사건이 밝혀졌습니다. 이름, 생년월일 등 서류상으로는 다른 두 사람이지만 얼굴은 물론 지문까지 똑같았습니다. 출생증명서도 없이 출생 신고까지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 인우보증제도의 허점 때문입니다.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낡은 제도

매년 끊이지 않은 부작용



인우(隣友)보증제도는 글자 그대로 이웃(隣)과 친구(友)가 보증을 선다는 뜻입니다. 즉, 병원의 출생증명서가 없어도 보증인으로 성인 2명을 세우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제도이지요. 이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제도로, 병원이 없거나 멀어 집에서 출산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우보증제도는 보증인만으로 출생 신고가 가능해 많은 부작용을 야기했어요.



지난 8월 승무원으로 일했던 여성이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2명의 아이를 허위로 출생 신고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서류상으로 이 여성은 두 여자아이의 어머니였고, 그녀는 양육수당과 고용보험 등으로 수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이처럼 허위 출생 신고를 통해 양육수당을 챙기거나, 신용불량자가 통장개설을 하는 등 인우보증제를 악용한 사례는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는 영아유기, 불법입양, 외국인 불법 국적 취득 등 중범죄에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인우보증제도가 아동의 인권을 위협하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바로 인구 행정이 신고에만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신고자가 허위로 신고해도 담당 공무원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공무원 무사안일주의의 한 예라고 볼 수 있죠. 카이스트 문송천 교수는 인우보증제도가 행정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인우보증제 폐지됐지만 출생 미신고는 여전

국가의 관심과 국민의 성숙한 의식 필요



2013년 8월이 돼서야 인우보증제의 폐지를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인우보증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의사가 작성한 병원의 출생증명서를 첨부하거나, 병원의 출생증명서가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허점은 남아있습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는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그러나 기한을 넘기더라도 법적인 제재는 ‘과태료 5만원’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법을 무시하거나, 아이를 출산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신고하는 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개월 이내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무려 46건에 달합니다. 또, 교육부의 올해 전국 초등학교 입학예정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약 500명의 아동이 소재가 불분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중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가상 아동’도 포함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출생뿐만 아니라 임산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국가를 속이는, 무엇보다 인간의 생사를 이용하는 출생 허위 신고는 큰 범죄입니다. 국가는 엄격한 행정 처리가, 국민은 발전된 성숙한 국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수영 기자 sakai1967@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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