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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시절 홍콩 영화
손명박, 변인수, 오지수 ㅣ 기사 승인 2017-09-04 00  |  590호 ㅣ 조회수 : 505
전 세계 쿵후 붐을 일으킨 이소룡, 수많은 아류작을 양산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90년대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왕가위 감독의 멜로 영화까지. 80년대부터 90년대 중후반, 타국 사람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만큼 홍콩영화는 전성시대를 누렸다. 그때 사람들은 홍콩을 두고 ‘동방의 할리우드’라 불렀다. 그러나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 영화의 시기는 저물어 버렸다. 지금은 기억 속에 남은 영광뿐이다. 이제는 홍콩 사람들과 홍콩영화 팬들의 향수가 돼버린 그때 그 시절, 추억의 홍콩영화를 소개한다.

(※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홍콩영화 산업이 흥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홍콩영화 흥행의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야기는 청나라의 아편전쟁 패배로부터 시작한다. 19세기 중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는 ▲홍콩 ▲주룽반도 ▲신계 지역을 영국에 넘겨줬다. 이후 영국의 지배 아래 홍콩은 20세기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이자 자본주의의 메카로 도약했다.



홍콩의 부상과 중국 본토의 정치적 혼란으로 홍콩을 행선지로 택하는 난민이 급증했다. 홍콩은 작은 도시다. 인구밀도는 계속 과열됐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일상 속에서 홍콩인들은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에 빠져들었다. 이때 영화가 홍콩인들의 마음속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홍콩영화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이소룡 ▲성룡 ▲장국영 등의 걸쭉한 베테랑 배우들의 활약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승승장구한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홍콩영화는 침체기에 들어선다. 이 무렵 홍콩영화의 특징인 배우 돌려쓰기와 비슷한 장르의 반복은 홍콩 대내외 관객들이 홍콩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게 했다. 당시 아시아 전체를 급습한 경제 위기 또한 홍콩영화 시장에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1997년으로 예정된 홍콩의 중국 귀속이 점차 현실화되자, 홍콩 영화산업에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외국 투자자들이 홍콩에 투자한 자본을 무르기 시작했다. 이에 홍콩영화 산업은 더욱 위축돼갔다.



물론 중국 귀속 후에도 홍콩영화 시장은 〈소림축구〉(2001), 〈무간도〉(2002), 〈색계〉(2007) 등의 명작을 배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위상은 옛날만 못하다. 중국 본토 영화시장의 급부상과 함께 홍콩 배우와 제작진들이 중국 본토로 대거 빠져나갔다. 한때 ‘동방의 할리우드’라고 불리기도 했던 예전의 화려했던 모습을 뒤로 하고 정체된 것이 오늘날 홍콩영화의 현실이다.



홍콩영화계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액션 ▲멜로 ▲누아르 등은 주요 장르다.



액션 장르의 대표적 배우는 ▲이소룡 ▲견자단 ▲이연걸 등이다. 순수한 신체의 기예에 주목한 이소룡의 등장 이후 홍콩의 액션 장르는 칼을 중심으로 싸우던 무협적 요소에서 신체를 기반으로 한 권법적 요소가 첨가된 장르로 변모했다. 이소룡의 죽음 이후에도 성룡이 쿵후 영화의 성공 가도를 이어갔다. 다만 성룡은 이소룡처럼 절대 강자의 모습보다 인간미를 겸비한 영웅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성룡의 액션 영화는 코미디 장르와 융합된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더했다. 이들의 대표적인 영화로 〈용쟁호투〉(1973), 〈취권〉(1979) 등이 있다.



멜로 장르에 대표적인 배우는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등이다. 장만옥은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의 친구인 장미옥의 별명으로 언급된 바 있다. 임청하는 중성적인 매력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고 남장 여자 역할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멜로 장르의 대표 영화는 〈천장지구〉(1990), 〈중경삼림〉(1994), 〈첨밀밀〉(1996) 등이 있다.



홍콩영화계는 〈영웅본색〉을 계기로 범죄 세계 속 남자들의 의리를 강조한 누아르 장르를 개척했다. 이 장르를 통해 ▲장국영 ▲유덕화 ▲주윤발 등이 스타덤에 올랐다. 장국영은 ‘응답하라 1994’에서 주역 인물 중 하나인 삼천포의 별칭으로 언급된 바 있다. 유덕화와 주윤발은 각자 투유 초콜릿과 밀키스 CF를 찍을 정도로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누아르 장르의 대표적인 영화는 〈영웅본색〉, 〈무간도〉, 〈첩혈쌍웅〉(1989) 등이 있다.



한편 1990년대 초반 홍콩영화계가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4명의 배우가 있었다. 이 4명의 배우는 홍콩 4대 천왕이라 불리며 중화권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사했다. 홍콩 4대 천왕은 ▲유덕화 ▲여명 ▲곽부성 ▲장학우가 있다. 여명의 대표작은 〈첨밀밀〉이 있으며 한국어로 노래 〈사랑한 후에〉를 불러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곽부성은 〈천장지구2〉(1992)에 출연했고 영화뿐 아니라 가수로도 활동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흔히 “영화 음악이 좋았어”라고 말할 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영화 음악 자체가 완성도가 뛰어났다는 것. 둘째는 완성도는 물론이고 극 중에 흐르는 영화 음악이 영상과 함께 잘 어우러져 관객의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 모두를 만족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제 1997년 이전 홍콩영화 대표작 두 편을 선정해 그 작품과 그 속에 수록된 영화 음악을 간단하게 소개하려 한다. 여기서 영화 음악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 개별 영화들에 더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소개할 곡들은 관객의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 모두를 만족한 곡들이고, 개별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곡들은 그 완성도와 해당 영화의 국내 흥행 성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종종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거나 라디오에서 한 번씩 흘러나오는 명곡으로 남았다.



〈중경삼림(重慶森林)〉(1994)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스치며 살아간다. 그 가운데 인연을 맺고 깊은 관계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말 그대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한때는 깊은 인연을 맺었지만, 다시 스쳐 가는 관계가 돼 버릴 때도 있다. 만남과 헤어짐 그 속의 쓸쓸한 감정. 영화 중경삼림은 이를 주제로 그렸다.



중경삼림은 두 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다. 1부는 경찰 233(금성무)과 마약 딜러(임청하)의 미묘한 하룻밤 만남을, 2부는 경찰 663(양조위)과 스낵바 알바(왕정문)의 사랑 얘기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소개할 노래 ‘California Dreamin’과 몽중인은 모두 2부에서 배경으로 활용된 음악들이다. 그렇다면 중경삼림 2부의 줄거리는 뭘까.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낵바에서 카운터를 보는 페이는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다. 스낵바에 들러 애인에게 줄 매번 똑같은 샐러드를 사가는 경찰 663이 그 대상이다. 어느 날 663의 애인이 찾아와 663이 오면 전해주라며 이별 편지와 663의 아파트 열쇠가 담긴 봉투를 맡긴다. 페이는 663에게 봉투를 건네지만, 실연에 잠긴 그는 페이에게 잠시 동안만 봉투를 맡아달라 부탁하고 가버린다.



페이는 봉투 속의 열쇠를 이용해 몰래 663의 집에 들어가 옛 애인의 흔적을 하나둘 지우며 새롭게 꾸며나간다. 실연의 슬픔에 빠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던 663은 언제부터인가 자기 집이 변해가는 걸 깨닫고, 영화는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2부의 첫 장면, 즉 경찰 663이 스낵바 카운터 직원 페이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그 시작과 함께 California Dreamin’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 사실 이 곡은 홍콩과는 별 연관 없는 1965년 미국 팝송을 영화 내부에 배경 음악으로 수록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곡은 극 중 배우들의 연기와 너무 잘 어우러져 있다.



중경삼림의 한국 흥행 성공과 더불어 이 곡 또한 뒤늦게 90년대 중반 한국에서 히트해 5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이룩한다. 또한, 이러한 인기 덕분에 이 곡을 부른 Mamas & Papas의 내한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기도 했다.



페이가 봉투 속 열쇠를 이용해 663의 집을 꾸미는 장면에서는 몽중인(夢中人)이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 몽중인은 중경삼림 2부에서 페이 역할로 나온 왕정문이 직접 불렀다. 중경삼림의 흥행과 더불어 두 곡은 2017년 지금도 홍콩영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첨밀밀(甛蜜蜜)〉(1996)



등려군은 1970~90년대 중화권과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대만 출신 여가수다. 한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가수지만, 그가 부른 첨밀밀(甛蜜蜜)과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들려주면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영화 첨밀밀은 등려군이 부른 동명의 노래에서 제목을 차용했다. 영화는 가수 등려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중국 본토 출신 두 남녀 주인공 간의 사랑 얘기를 다루고 있다. 이제부터 영화 첨밀밀의 줄거리를 알아보자.



상하이 출신 소군(여명)은 홍콩 드림을 꿈꾸며 홍콩으로 건너온다. 어수룩한 소군은 같은 중국 본토 출신의 이교(장만옥)를 만난다. 소군은 홍콩에서 성공한 뒤 고향에 있는 약혼자를 데려와 결혼하는 게 꿈이고, 이교는 홍콩에서 크게 돈을 버는 것이 소원이다. 가수 등려군을 좋아한다는 사실과 낯선 홍콩의 타향살이 서러움에 서로는 빨리 친해지고, 의지하며, 사랑에 빠진다.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은 이때 영화 속에서 처음 등장한다. 소군과 이교는 첨밀밀을 같이 부르며 서로 친밀감을 느낀다.



이후 이교는 힘들게 번 돈을 주식에 몽땅 투자한다. 하지만 결과는 빚더미뿐이었다. 소군은 이런 이교에게 더욱 힘이 돼주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이교는 소군과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지속할 수 없음을 안다. 결국 이교는 이별통보를 하고, 모종의 이유로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중략) 시간이 흘러 소군도 미국으로 떠난다. 둘은 등려군 사망 소식을 알리는 전자제품 판매점 앞에서 운명처럼 마주한다. 그리고 노래 첨밀밀이 다시 흘러나오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영화 첨밀밀의 또 다른 대표곡 월량대표아적심은 이교와 소군이 운명처럼 해후하는 순간까지 서로가 정처 없이 미국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첨밀밀과 월량대표아적심은 워낙 명곡이다 보니 많은 한국 가수들이 재해석해 부르기도 했다. 월량대표아적심의 경우는 홍진영이 한국어로 리메이크해 부르기도 했고, 혁오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자신의 음색으로 재해석해 부르기도 했다.



좌 : 등려군 -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우 : 등려군 - 첨밀밀(甛蜜蜜) 홍콩영화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매력을 선사한다.



우울할 때 홍콩 코미디 영화를 보며 혼자 웃는가 하면, 삶이 무료할 때 박진감 넘치는 홍콩 액션 영화에 열광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우리는 첨밀밀을 보고 주인공과 함께 슬퍼하거나 영웅본색을 감상하며 의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계기를 마련한다. 우리가 지내온 삶을 홍콩영화에 빗대어 돌아보며 우리의 추억을 의미 있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손명박 기자 grampus@seoultech.ac.kr



변인수 기자 dlstndlayoda@seoultech.ac.kr



오지수 디자인기자 ohjisu@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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