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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고태영, 이승훈, 김윤경 ㅣ 기사 승인 2019-11-10 17  |  624호 ㅣ 조회수 : 279



필요악



  영화 제작자이자 교육자인 프랑크 다니엘은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드라마틱한 상황이 필요하다고 했다. 드라마틱한 상황은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대단히 노력하는데, 그 일이 성취하기 힘들 때 발생한다.



  주인공의 열망이 높을수록, 성취하기 위한 난도가 높을수록 관객은 이야기에 몰입한다. 따라서 갈등을 통해 주인공이 목적을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꾼이 필요하다. 그 인물이 바로 악당이다. 또한, 악당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통로이다. 이러한 악인의 등장은 극적인 전개를 만들어내며, 작품에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악당은 단순히 생각하면 주인공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다. 선의 가치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는, 관객이 악인의 파멸을 지켜봄으로써 느끼는 카타르시스에 악당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악당은 작가의 사회적 가치관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 동시에 원초적 욕망을 분출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복합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19년에 개봉한 <조커>에서 등장하는 아서 플렉이 있다. 영화는 사회적 빈민계층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표출한다. 아서 플렉은 대중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그러한 원초적 욕망을 우연한 살인으로 충족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조커가 된다.



  악인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사회와 질서로부터 일탈을 시도한다. 작가는 이러한 일탈의 과정을 상세하게 표현한다. 일탈의 과정에는 사회적 이해관계에 따른 악을 용인하는 모습 등이 자세하게 나타난다. 이를 통해 영화나 소설 속에서 현실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즉, 관객이 현실의 본질을 직시하게 한다. 악이 드러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관객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이해하고 공감한다. 매력있는 악당과 반대로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다양한 매체 속에서의 악당은 악이 발현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들은 악인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선악을 판별하기 힘든 아동에게 선을 추구하게 하려는 교육적 장치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다양하게 표출한다. 욕망의 분출 방식이 선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식일 때 악행이라고 한다. 인간의 욕망을 분출하는 수단 중 하나가 영화나 소설이다. 작가는 대중이 욕망을 표출해 쾌락을 느끼도록 소설이나 영화에 장치를 마련한다. 이러한 욕망의 표출을 간접적으로 하게 해주는 인물이 바로 악당이다. 예를 들어 악인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악행의 심각성을 완화하기도 한다. 이렇게 완화된 악행은 선에 대한 강요와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를 통해 대중은 도덕적 일탈을 부담 없이 즐기게 되며, 간접적으로 원초적 욕망의 분출을 즐긴다. 다른 예시로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악인이 있다. 저항은 대중이 사회를 향해 지닌 심리적 충동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충족감은 사회적 질서나 권력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클수록 커진다.



  악당은 현실적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른 등장인물보다 대중과 더 가까운 존재이다. 또한, 사회적·개인적 욕망의 분출구로서 희열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광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인 허약함과 불확실로부터 완전히 일탈한다. 그로 인해 얻은 야수성이 신성시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악당에게 매력을 느낀다. 최근 악당의 매력과 히어로가 결합한 <데드풀>, <베놈> 등의 안티 히어로*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안티 히어로: 전통적인 주인공과 달리 도덕성이나 정의감이 결여된 영웅이다.



말레피센트





  본인을 소위 ‘디즈니 덕후’라 부르는 이중 최근 더 강력하게 돌아온 영화 <말레피센트 2>의 개봉 소식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원작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등장인물인 말레피센트는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마녀’로서 당당히 주인공을 차지하게 됐다.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힘을 지닌 말레피센트는 디즈니 역사상 가장 사악한 마녀로 불린다. 거대한 뿔, 날카로운 광대뼈, 매혹적인 붉은 입술 등 시선을 압도하는 비주얼과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약간의 개그와 사악함이 적절히 뒤섞인 기존 디즈니 악당과는 달리, 그녀는 시종일관 사악한 악당이다. 또한, 화려한 언변이나 도구로 주인공들을 조롱하지 않는다. 순수한 힘만으로 그들을 괴롭힌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올해 할로윈 시즌은 말레피센트의 메이크업, 코스튬 코스프레가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으로 배우 김희선 씨, 가수 쯔위 씨, 뷰티 유튜버 이사배 씨 등 많은 유명인이 말레피센트로 분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말레피센트는 공주에게 저주를 걸 수밖에 없었던 마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려낸다.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받지 못해 심술부리는 사악한 마녀에서 누구나 납득할 만한 사연이 있는 마녀로 탈바꿈했다. 영화 <말레피센트>에서 말레피센트는 태생부터 악당이 아닌 숲속을 지키는 요정이자 수호자다. 스테판과의 만남, 사랑 그리고 배신은 끝없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그녀가 악의 존재로 변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복수심과 분노로 스테판의 딸 오로라 공주에게 저주를 내리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을 오래도록 엿보며 연민과 미안함을 느낀다. 이와 같은 말레피센트의 모습은 악당이 가진 무서운 외형과 달리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요정의 두 날개를 꺾은 스테판은 죄책감과 사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계속해서 말레피센트를 공격하고 짓밟는다. 이는 끊임없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요정 세상과 인간 세상이 공존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그녀가 왜 악당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혹은 정말 악한 존재가 맞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권선징악에 의한 징벌의 대상이 사악한 마녀가 아니라 인간인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볼드모트





  볼드모트의 본명은 톰 마볼로 리들로,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악당이자 ‘죽음을 먹는 자’의 리더이다. 마법사인 톰 리들의 어머니는 머글* 남자를 짝사랑했고 그에게 사랑의 묘약을 먹여 톰을 임신했다. 하지만 그는 약효가 사라지자 도망갔고, 그녀는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톰의 탄생 배경으로 보았을 때, 볼드모트와 해리포터의 가장 큰 차이점이 ‘사랑’임을 알 수 있다.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K. 롤링은 한 인터뷰에서 “볼드모트가 사랑을 모르는 이유는 진짜 사랑이 아닌 사랑의 묘약으로 인해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호그와트를 졸업한 볼드모트는 영생을 얻기 위해 영혼을 쪼갠다. 그 일부를 물건에 담는 호크룩스 마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죽음의 저주마법을 이용해 그의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6명을 살해했다. 호크룩스를 완성한 이후, 자신을 불멸의 마법사라고 생각한 볼드모트는 본격적으로 그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볼드모트는 순수 혈통이며 강한 힘을 지닌 자가 마법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순수 혈통이 아닌 마법사와 머글을 열등한 존재로 여겼다. 작가는 볼드모트의 성향이 아돌프 히틀러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열등한 인종이라 생각했던 것처럼, 볼드모트 역시 순수혈통이 아닌 마법사들을 열등한 존재라 생각했다. 또한, 히틀러가 유대인 출신이었던 것처럼, 볼드모트 역시 자신은 순수혈통이 아닌 마법사였다.



  볼드모트가 영화 속에서 더욱 매력 있는 악당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해리포터와의 평행이론 때문이다. 물론 두 캐릭터는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이라는 필연적인 적대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볼드모트와 해리포터 모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뱀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두 캐릭터 모두 혼혈이며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두 캐릭터의 평행이론은 스토리를 더욱 탄탄하게 했다. 볼드모트의 인기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볼드모트 오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조앤 K. 롤링뿐만 아니라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와는 상관없는 비공식적 스핀오프 영화로 모든 제작은 팬들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머글 : 마법 세계관에서 마법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



4가지 Kiling Joke



  조커는 DC코믹스 최고의 인기 악당이다. 실제로 만화책 속에서 그만을 위한 서체가 있을 정도로 특별대우를 받는다. 배트맨이 시리즈가 오래된 만큼 수많은 영화가 나왔다. 그리고 영화 속 악당 조커는 감독에 따라 배우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해석됐다. 영화 속 역대 조커의 모습을 살펴보자.





〈배트맨(1989)〉

감독: 팀 버튼 / 조커 역: 잭 니컬슨


  기존의 조커 설정과는 다르게 과거가 명확하다. 조커는 잭 네이피어라는 마피아로 조커가 되기 전까지 조직에서 이인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잭 네이피어는 배트맨과 싸우다 화학물질 통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으로 하얀 피부와 녹색 머리를 가지게 된다. 조커는 자신을 예술가, 사회비평가라고 평가하며 위선자나 가식적인 사람을 죽인다. 살인하는 도중에도, 스스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도 언제나 농담을 잃지 않는 여유로운 광기를 보여준다.





〈다크 나이트(2008)〉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 조커 역: 히스 레저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나이, 출신 등 과거사와 현재 무엇을 하는지 어느 것도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다. 히스 레저가 연기하는 조커는 오직 혼돈을 원한다. 돈이나 명예를 탐하지 않는다. 매우 지능적이고 냉철한 계산을 하며, 예측 불가한 성격 때문에 성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DC 코믹스 혹은 전작의 어떤 조커와도 다르게 히스 레저의 특성이 더해진 새로운 조커라고 극찬을 받았으며, 현재에도 최고의 조커로 평가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 조커 역: 자레드 레토


  부유한 갱단의 보스로 펑키한 스타일의 새로운 조커였다. 조커는 아캄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으나 정신과 의사인 할리퀸을 매혹하고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 조커가 할리퀸을 끔찍이 아끼는 모습에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자레드 레토는 연기 몰입의 결과로 동료 배우에게 죽은 돼지, 성인 잡지, 총알 등 괴이한 선물로 보냈으며, 다른 배우와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





〈조커(2019)〉

감독: 토드 필립스 / 조커 역: 호아킨 피닉스


  히스 레저의 조커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전작 역시 이러한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연기에 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영화 개봉 이후 수많은 비평가와 관객에게 극찬을 받으며 우려를 기대로 바꿨다. 이 영화의 조커는 평범하다. 그는 웃을 수 없는 현실에서 웃어야만 한다. 우울함과 무관심 속에서 그의 내면에 있던 광기가 깨어난다. 대중의 분노에 공감하지 못하는 권력가에 대한 저항, 병든 사회, 다양한 상황 설명을 통해 조커가 돼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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