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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 필요한 그대. 서촌으로 떠나라
윤성민 ㅣ 기사 승인 2018-02-12 00  |  597호 ㅣ 조회수 : 266


왼쪽부터 이상의 집, 윤동주문학관, 윤동주 시인의 언덕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가면 서울의 한옥마을 서촌(西村)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기술인이나 화가 등 중인들이 거주하는 동네였으나, 지금은 한옥과 골목길의 아기자기함에 이끌린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런 북적북적함 속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인물들의 흔적이 있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날자. 날자. 날자꾸나”를 외쳤던 이상. 엄혹한 시간 속에서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윤동주. 그들은 모두 이 서촌에 자신들의 자취를 남겼다.

이상의 집



서촌의 통인동 골목. 이상의 집은 평범한 한옥처럼 보여 지나치기 쉬웠다. 이상의 집은 이상이 살았던 집터에 그 당시 양식의 한옥을 지은 것이다. 실제 이상의 생가는 아니다. 지금은 서촌에 들르는 모든 사람이 쉬고 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상의 집에는 1936년에 출판된 그의 소설 ?날개?가 전시돼 있다. 이 소설에는 이상이 직접 그린 삽화가 수록돼 눈길을 끈다.

또한, 이상의 생애와 글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은 방이 있다. 이 영상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상은 우리 문학의 현대성을 창조한 천재로 평가받는다. 시 오감도, 건축무한육면각체와 소설 날개는 여전히 독자들과 평론가들에게 논쟁의 대상이 된다. 그는 독특한 문체로 혼란스러운 그의 내면을 그대로 표현했다. 그의 특별한 글과 다르게 이상의 집은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것이 이런 평범한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윤동주문학관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 중 일부 발췌)

서촌의 거의 끝에는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윤동주는 서촌에 하숙생활을 했고 윤동주문학관이 위치한 인왕산 자락에 자주 올랐다고 한다. 그의 발자취를 기리는 윤동주문학관은 작고 아담한 모습이었다.

윤동주문학관은 청운아파트의 물탱크와 수도가압장(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다시 힘차게 흐르도록 돕는 곳)을 개조해서 만들어졌다.

특히 버려진 물탱크는 우물 모양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자화상의 우물은 화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성찰의 매개체다. 윤동주의 시가 자아 성찰이라는 큰 줄기에 묶여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우물은 윤동주와 윤동주의 시 자체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동주문학관의 모습은 윤동주의 시 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윤동주문학관 바로 옆에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서촌과 저 멀리 종로 도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윤동주는 이 언덕에 자주 올라 산택을 했다고 한다. 이 시인의 언덕에 올라 시상을 다듬는 윤동주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예술가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것은 재밌는 일이다. 예술 속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은 예술가의 삶을 발견할 수 있다. 서촌에서 이상과 윤동주의 삶을 곱씹어보며, 인생을 좀 더 넓게 바라보는 여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윤성민 기자

dbstjdals0409@seoul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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