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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 휴진
한혜림 ㅣ 기사 승인 2020-09-14 01  |  634호 ㅣ 조회수 : 21

  7월 23일(목) 당정 협의회를 통해 발표된 현 정부의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설립 추진방안’에 대해 의사와 의대생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리고 8월 7일(금)을 시작으로 총 3번의 집단 휴진이 진행됐다. 이는 현 정부가 새로운 의료 정책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은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 ▲공공 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과 부문에 필요한 의사를 양성하고, 국민 누구나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함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 의대 설립은 현재 의대 정원인 3,058명을 2022학년도부터 최대 400명 늘려 10년간 한시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연간 400명, 10년간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한다. 이 중 300명은 전액 장학금을 받는 지역 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아,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중증 필수분야에 복무할 예정이다. 나머지 정원 100명은 각각 특수전문 분야 50명과 의과학자 50명으로 배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정책에 대한 반발로 8월 7일(금)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한 전공의 1만 5천여 명이 집단 휴진했다. 14일(월)에는 하루 간 1차 집단 휴진을 진행했고, 26일(수)에는 3일간 2차 집단 휴진을 강행했다. 1차는 응급실 및 중환자실, 투석실, 산모 분만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제외하고 이뤄졌다. 하지만 2차는 이전보다 파업 기간도 길고 참가자 범위도 의사 전 직역으로 넓어졌다. 이와 동시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전공의 총파업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의사 국가시험 응시 거부 및 동맹 휴학을 주도했다. 파업 기간 동안지속해서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회동을 진행했지만, 협의에 진전이 없어 집단 휴진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에 26일(수) 보건복지부가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에게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리자 그들은 무기한 파업 선언으로 맞섰고, 의대생들은 9월 1일(화)로 예정된 의사국가시험에 대해 89%에 달하는 2,823명이 응시 취소를 감행했다.



  파업을 통해 의협이 정부에 제시한 요구사항은 5가지로, ▲졸속 의대 정원 확대 계획 철회 및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공동의 ‘대한민국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가칭)’ 구성 ▲공공 의대 설립 계획 철회와 공공의료기관의 전면적 개혁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와 암, 희귀난치병 등 개인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분야에 건강보험 재정 우선적 투입 ▲비대면 진료 중단과 제한적·보조적 비대면 진료가 불가피한 경우 의료계 의견 수용 후 결정 ▲코로나-19 비상사태 극복을 위한 민관협력체제 구축 등이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을뿐더러 열악한 처우로 인력 채용이 어려운 것을 공공 의대 설립으로 충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한다. 게다가 지역의사제로 의사 숫자는 늘어날 순 있어도 실제 해당 지역 주민이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전문가와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통보는 옳지 않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민청원 “공공 의대 정책의 완전한 철회를 청원합니다”는 17만 명이 넘는 사람의 동의를 이끌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하는 파업이고, 밥그릇 싸움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파업 이후 예약된 수술은 상당수가 미뤄졌다. 게다가 부산과 경기도 의정부에선 응급환자가 인력 부족으로 치료받을 병원을 찾기 위해 전전하다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국민청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합니다”에 19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이렇듯 찬반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의협은 총파업, 정부는 집단휴진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번 파업뿐 아니라 사실 모든 파업은 단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파업이란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생산활동이나 업무 수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집단행동이다. 의사는 개원의도 존재하는 만큼 전부 노동자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파업 자체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본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함이기에 맥락은 같다. 누군가는 밥그릇 싸움이라 비난하지만, 사실상 의사협회 또한 파업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것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의료 공백을 초래한 파업은 공감을 얻지 못했고 여론은 등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의대생들의 ‘덕분이라며 챌린지’와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 파업에 관해 다룬 게시물이 논란이 되며 여론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국민과 연대해 함께 투쟁해야 원하는 바를 쟁취할 확률이 높다. 그 때문에 파업을 진행하면서 국민의 여론을 얻는 일은 중요하다. 이번처럼 정부를 상대로 했을 땐 더욱더 그렇다.



  ‘덕분이라며 챌린지’는 ‘덕분에 챌린지’를 비꼰 것으로 8월 5일(수)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비꼬며 수어 손동작을 반대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8월 21일(월) 한국농아인협회는 성명을 내고 “의사들의 이익에 농인의 수어를 악용하지 말라”라고 했다. 이에 의대협은 잘못을 인정하고 “물의를 빚은 손 모양 사용을 즉각 중지한다”라고 밝혔다. 일부 누리꾼들은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 위기에 헌신한 의료인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지, 의대생에 대한 내용은 아니다”라며 불쾌한 의견을 전했다. 또한 지난 1일(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은 사실: 의사 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며 문제 풀이 형식의 게시물을 올렸다. 첫 번째 문제는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른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다. 선택지로 ‘매년 전교 1등을 하기 위해 학창 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추천제를 통해 공공 의대에 입학한 의사’ 두 가지를 제시했다. 이 질문에 “의술은 의사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다른 것이지 수능 성적과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이냐”라는 비판 댓글이 달리며 SNS에선 의협이 학력을 기준으로 의사의 자질을 평가하는 등 차별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연구소 측은 해당 게시물을 수정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부적절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린 것을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 3일(목) 의협은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협상 단일 안을 결정했다. 협상안에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을 코로나-19 안정 때까지 중단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4일(금) 의협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연달아 이행 확인서 체결식을 통해 합의에 서명했다. 이에 집단휴진은 종료됐다. 다만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들을 주축으로 한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합의안에 최종 동의한 일이 없다는 입장이라, 의료단체 내 이견을 조정하는 문제가 최종 합의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사태를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교육적 관점으로 바라봤다. “우리나라는 정말 뛰어난 지적 영역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가 되지만, 의사는 그들이 할 영역이 아니다. 의사에게 필요한 것은 일정한 상식 수준의 지적 능력과 다른 사람에 비해서 훨씬 더 풍부한 공감 능력 그리고 따뜻한 가슴이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지적이고 상식적인 능력을 많이 가진 아이들이 우등생이 되고, 우등생은 개성 없는 인간으로 자라나게 된다. 사회상이라는 가치 자체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 자라고, 사회 가치를 가장 내면화한 자들이 공적이고 사회적 정의를 위해서 자신의 사적인 영역을 포기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의사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것은 한국 교육의 완전한 실패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더 나은 처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합리한 처우에는 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 의사 집단 휴진 기간의 논란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외면한 한국 교육의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양측의 대립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환자들뿐이다. 문제점을 깨닫고 앞으로는 국민을 위한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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