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씨마을은 ‘에코샵홀씨’라는 회사에서 독립한 자회사입니다. 모회사 에코샵홀씨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체험환경교육 교구개발 전문회사인데요. 그 곳에서 11년을 근무한 후 작년 11월 홀씨마을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독립하게 됐습니다. 홀씨마을은 탐조 활동에 필요한 장비들(쌍안경, 망원경)을 비롯해 아웃도어 용품 및 친환경상품, 행사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Q. 홀씨마을의 뜻이 궁금합니다.
단어 ‘홀씨’는 모회사 에코샵홀씨에서 따왔습니다. 홀씨는 ‘모든 것을 본다’는 의미의 영어 ‘Whole See’와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멀리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친환경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에게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데, 해당 업체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뤄 서로 돕고 살아가자는 비유적 의미로 ‘홀씨마을’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Q.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건축가가 되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전공도 건축설계학으로 정했고요. 그런데 부푼 꿈을 안고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신기한 광경들을 목격했죠. 2월쯤 학교에 등록하러 갔는데, 운동장 옆 체육관에서 학생회 선배들이 사회이슈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더라고요.
신기하고 궁금했어요. 저 사람들은 날도 추운데 왜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일까? 대학 가서 데모하거나 학생회를 하면 빨갱이라고 하던데 속으로 ‘저 사람들이 빨갱이 같지는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등 많은 궁금증이 생겼죠.
저는 학생회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 대학생들이 사회변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초·중·고를 다니면서 배운 사회가 모순의 집합체였고, 분단모순과 계급모순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핑계지만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거리를 주로 뛰어다녔습니다. 청춘을 조국과 민족에게 바치자 그러면서 살았죠. (웃음)
그러다 보니 제 전공과 원래의 꿈과는 동떨어지게 됐습니다. 학교는 한 7~8년을 다닌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온 후 2003년도에 제19대 총학생회장을 맡고, 1년 후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데 어떠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노원지역의 환경단체인 ‘중랑천사람들’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그렇게 시작된 삶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죠. 이후 이직해 에코샵홀씨에서 11년 근무했습니다. 그러던 중 탐조 활동의 매력에 빠졌고, 지금은 환경을 잘 보전하는 데 필요한 제품들과 탐조 장비 및 친환경상품들을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나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이 크지 않다는 점이에요. 환경교육, 생태 모니터링 이런 분야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큰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매출 성장의 한계가 있지요. 이웃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야생조류를 모니터링 하는 인구가 100만명에 이르고 미국 같은 경우는 1,000만명에 달해요. 모너터링 하는 인구가 많은 만큼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들도 그만큼 많이 팔리겠죠.
우리나라는 아직 탐조라는 분야가 그리 흔치 않잖아요. 등산과 캠핑인구는 날이 갈수록 늘지만, 자연환경에 관심을 두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공부하는 일은 아직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자연 모니터링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늘 고민이지요. 자연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자연보전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고 또 그로 인해 우리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겠죠?
Q. 강화탐조클럽은 어떤 단체인가요?
강화탐조클럽은 강화도에 살거나 강화도의 야생조류관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서 주 1회 탐조 활동(야생조류 모니터링)을 하는 단체입니다. 대다수가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자주는 못 모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탐조 활동을 하고 한 달에 한번 토요일을 정해 온종일 강화도 안에서 탐조 활동을 합니다.
Q. 탐조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화가 있나요?
강화탐조클럽은 국내 최강 탐조클럽입니다. 매년 정기 전시회를 진행하죠. 멸종위기종, 번식과 둥지, 종 다양성 등 해마다 주제도 달라요. 10여명 남짓의 사람들이 매해 규모 있는 전시회를 진행하는 탐조클럽은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더 놀라운 것은 국내최초의 탐조대회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죠. ‘강화도 빅버드 레이스(Big Bird Race)’라는 행사인데요. 올해는 4월 21일(토)부터 1박 2일 동안 전국의 탐조 동호인 150여명과 대만 가오슝 탐조협회 사람들이 함께 행사를 진행해요.
탐조대회라고 하면 잘 모르시겠지만, 외국은 탐조대회가 대중화돼 있어요. 강화도 빅버드 레이스는 24시간동안 누가 새를 가장 많이 보는지를 경쟁하는 대회에요. 새를 보고, 사진으로 남기고, 정확하게 새 이름을 맞춰야 하는 경기이지요. 이런 큰 대회를 준비하면 항상 재정 때문에 고민이에요. 일개 동호회만의 힘만으로 치르기 힘들어요. 다행히도 올해는 여러 회사와 공공기관들이 도와주셔서 잘 준비하게 됐어요. 이 정도 규모의 행사라면 지자체 하나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줘도 성공하기 힘든데 작은 동아리가 매년 이런 대회를 꾸려 간다는 것이 자부심이고 긍지이지요.
또한, 탐조대회와는 별개로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탐조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 혼자서 탐조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새와 관련된 그 어떠한 백과사전에도 기록돼 있지 않은 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탐조 활동을 하면서 제일 명예로운 것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미기록종을 발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요. 미기록종을 발견하면 학회에서 발견자에게 그 종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을 줘요.
그래서 황급히 전문가에게 전화로 새와 관련된 설명을 드리고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어요. 이후 전문가께서 전화로 답변을 주셨는데, 그 오리가 ‘지보리’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지보리? 외국 오리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흔한 교잡종 ‘집오리’라고 말씀하셨던 거예요. 교잡종은 특성상 생김새가 무척이나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한편으로는 황당하지만 재미있고 설던 경험이네요.
Q. 탐조 활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탐조의 매력은 새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자연을 보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볼 수 있다는 데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름다운 것이 자연이거든요.
새도 나무도 여기저기 피어나는 풀꽃들도 그렇고. 모르고 지나칠 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나하나 알고 보게 되면 아름답고 또 그 속에 신비함을 느낄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작은 인간인 나에 대해 사색하고 철학하게 되죠.
자연은 정말 위대해요. 그리고 우리 인간도 그 자연의 일부이고 하나의 개체에요. 탐조 활동을 통해 단순히 새를 찾고 보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게 되는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에요.
Q. 탐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관찰하며 자연 속 새들의 삶에 관여하거나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탐조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새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해요.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새들에게 몹쓸 짓들을 하죠. 새는 봄이 되면 번식을 하고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데, 어미 새는 새끼를 키워야 해서 둥지 주변을 떠나지 않아요. 이때 일부 사람들은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찍기 위해 둥지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저지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쉬고 있는 새들 위로 드론을 날린다든지 하는 행동도 합니다.
Q. 과거 흔하게 보던 새들이 보기 어려워졌는데, 새들을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흔하게 보던 새라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것이 멸종 후 현재 복원사업을 하고 있는 황새와 따오기, 크낙새가 되겠네요. 현재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새들이 많아요. 특히 강화도에는 ‘저어새’라는 새가 대표적이에요. 숟가락같이 생긴 큰 부리로 이리저리 저으면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저어새라고 하는데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500여 마리가 남았어요.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해 지금은 개체 수가 늘어가고 있지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갯벌이 간척되고, 논들이 개발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죠. 개발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1970·80년대 무분별했던 농약사용의 문제도 새들을 멸종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문제 중 하나죠. 또한 요즘 낚시가 유행인데요. 무분별한 쓰레기 투척과 낚싯줄로 인해 새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어요.
정리하자면 인간의 욕심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이에요. 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기 위해 철탑을 세우고 전깃줄을 걸죠. 그 전깃줄에 부딪힌 새는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되고요. 높은 빌딩을 올리고 외관을 유리로 마감하죠. 유리에 비친 풍광을 보고 착각한 새들이 유리에 충돌해 죽습니다. 도로에 소음문제로 설치한 방음벽도 투명하다 보니 새들이 많이 충돌하고요. 개발을 위해 간척을 하고, 논과 습지도 메우지요. 모든 것이 새들을 위협합니다.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면 생태계 전반이 무너져요. 생태계의 일부인 인간도 마찬가지지요. 모두가 공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해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해집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새는 무엇인가요?
저어새입니다. 저어새는 강화도가 고향이에요. 동남아와 홍콩 대만 등지에서 월동을 한 후 봄이 오면 우리나라를 찾아와 강화도 인근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다시 겨울이 오기 전에 동남아 등으로 이동을 합니다. 그래서 강화도에서 탐조 활동을 하는 저희는 저어새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강화도에서 잘 보호해야 개체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죠. 강화탐조클럽에서는 저어새 모니터링도 하지만 번식에 도움이 되도록 둥지 재료를 무인도에 넣어주는 등 각별하게 저어새에 애정을 쏟고 있어요.
Q. 탐조활동 등 생태 관련 활동을 할 때 가지는 자세나 신조가 있나요?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디테일이 중요해요. 작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자세히 보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느낍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지키고 싶어집니다.
제가 중랑천사람들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들었던 말인데요.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체를 보되 실천은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그것이 모여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해진다는 말인데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Q. 생태 관련 직업을 꿈꾸는 학생이 갖춰야 할 능력 또는 자세는 무엇일까요?
생태와 관련된 일에는 ‘생태감수성’이 필요해요. 생태감수성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의미지요. 타고 나는 것도 있고 길러지는 것도 있지만 작은 것이라도 쉽게 지나치거나 무시하지 않고 관찰하며 기록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강화도에 저어새마을을 꾸려 탐조 활동을 하고 생계 활동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마을을 만드는 것입니다. 강화도 빅버드 레이스 준비에 힘을 보태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강화도 빅버드 레이스를 국내 최대, 아시아 최대의 버드페스티벌로 성장시키고 그것을 통해 강화도의 자연환경을 지키는 시민의 힘을 키워내서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꿈입니다.
Q. 김성훈 동문에게 ‘탐조’란?
저에게 탐조란 ‘삶의 원천’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가 있죠. 그리고 쉼이 필요할 때가 있죠. 그럴 때 저는 자연 속에서 다시 힘을 얻고 에너지를 얻습니다. 날아다니는 새들의 자유로움을 보고 있노라면 저도 한없이 자유로워집니다.
Q.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년실업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과거처럼 고성장의 시대가 다시 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가장 힘든 사람들이 청년을 비롯해 아직 힘이 없는 사람들일 거예요. 그리고 후배들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더디지만 사회는 진일보하고 있으니까요.
덧붙이고 싶은 말은 당장 오늘 할 일과 내일의 과제에 치이지 말고 다시 못 올 청춘을 즐기며 대학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스펙 쌓기에만 너무 몰두하지 마시고요. 어른들이 늘 하시는 말씀 중 ‘그때가 좋은 거다’, ‘다시 못 올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죠.
저도 대학 다닐 때는 몰랐어요. 그때가 진짜 좋은 시절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대학 생활이 정말 그리워요. 무책임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공부하는 게 미치도록 좋지 않다면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대신 무엇이든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집중하고 열정을 바쳐야 합니다. 다시 못 올 청춘의 시절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해내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요.
인생의 봄날을 도서관 책상 밑에서만 보내지 말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청춘을 즐기고 인생도 즐길 줄 아는 후배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손명박 기자
grampus@seoultech.ac.kr